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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과 거리두기, 박근혜에 다가가기’ 윤석열의 회동 정치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 인사권 놓고 신구 권력 충돌, 늦춰지는 文-尹 만남
■ 尹, 朴에게는 “다음 주라도 찾아뵙고 싶다” 손짓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전현직 대통령 간의 회동 논의에 극명한 온도 차가 드러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 오찬 회동은 무기한 연기되고 있는 반면, 윤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통령 회동은 다음 주 중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포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전현직 대통령 간의 회동 논의에 극명한 온도 차가 드러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 오찬 회동은 무기한 연기되고 있는 반면, 윤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통령 회동은 다음 주 중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3월 16일로 예정됐던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오찬 회동은 4시간을 앞두고 미뤄졌다.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 간 첫 공식 회동이 당일에 결렬된 건 헌정 사상 최초다. 갑작스러운 연기 소식에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과 공공기관 인사권 문제 등을 두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결과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후로도 양측은 회동 날짜를 잡지 못한 채 사사건건 부딪치고 있다. 신임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지명을 두고 진실공방을 벌이는가 하면, 인사권과 관련해 정면충돌하는 모양새다. 윤 당선인 측은 “인사에 당선인 뜻이 존중되는 것이 상식”이라는 입장이지만, 청와대 측은 “문 대통령 임기 내 인사권 행사는 정당한 권리”라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회동은 기약 없는 상태다. 시간이 지날수록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3월 24일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회동일 조율과 관련해 “(윤 당선인은) 다른 이들의 말을 듣지 말고 당선인께서 직접 판단해주시기 바란다”고 하자, 윤 당선인 측은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 판단에 마치 문제가 있고, 참모들이 윤 당선인 판단을 흐리는 것처럼 언급하신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성토했다.

정치권에서는 양측이 윤 당선인 취임식 날에야 만나는 초유의 사태까지도 예상한다. 역대로 대통령과 당선인 간 만남은 대선 후 10일 이내 성사됐었다. 역대 대통령-당선인 간 회동에 걸린 최장 기간은 대선 후 9일로,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인의 만찬, 2012년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의 회동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3월 24일 대구 달성군 유가읍에 마련된 사저에 도착해 시민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5월 10일 대통령 취임식에도 朴 초대

반면 윤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통령 회동은 초읽기에 들어간 듯하다. 박 전 대통령이 3월 24일 퇴원해 대구 달성군 사저로 내려가자 윤 당선인은 서일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행정실장을 통해 축하 난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언론에 “윤 당선인은 오늘(3월 24일) 오후 5시쯤 서 실장을 박 전 대통령 사저로 보내 윤 당선인 명의의 퇴원 축하 난을 전달했다”며 “윤 당선인이 보낸 난은 대신 수령한 유영하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도 윤 당선인에게 건강을 잘 챙기길 바란다는 말을 전해왔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날 축하 난이 더욱 세간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난과 함께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된 윤 당선인 메시지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이) 퇴원하시고 사저에 오시길 기다리며 대구·경북 방문을 연기해 왔는데, 건강이 허락하신다면 다음 주라도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싶다”는 뜻을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은 다음 주 인수위 출범 후 세 번째 지역 순회 일정을 소화한다. 앞서 윤 당선인은 첫 번째로 남대문시장, 두 번째로 울진·동해 화재 피해 현장을 찾은 바 있다. 이에 윤 당선인이 세 번째로 대구·경북 지역을 순회하며 박 전 대통령 사저를 직접 찾아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자칫 현 대통령과의 회동보다 전직 대통령과의 회동이 먼저 성사될 수도 있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 취임식에 박 전 대통령 초대 여부와 관련해서 “원래 전직 대통령을 다 모시게 돼 있지 않으냐”며 “당연히 (초청할 것)”이라고 답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당선인이 박 전 대통령 회동에 적극적인 건 친이계를 넘어 친박계 인사까지 포용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친박계의 눈과 귀가 박 전 대통령 사저로 쏠려 있는 상황에서 윤 당선인이 직접 사저를 찾아 그간 쌓인 감정적 앙금을 푸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윤 당선인과 박 전 대통령 회동을 확대해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3월 25일 전화 통화에서 “윤 당선인이 박 전 대통령에게 인간적인 미안함을 표시하기 위해 사저를 방문하려는 것”이라며 “만약 두 사람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인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그렇게 의심되는 모습을 연출한다면 오히려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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