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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논란’ 김정숙 여사… 남용일까 권리일까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 온라인 커뮤니티 김 여사 관련 옷 178벌, 액세서리 207개 공개
■ 문 대통령 지지자들 “브로치 모조품인 만큼 2만원가량에 불과”
■ 2012년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옷값 지적
■ 청와대 “민감한 사안 포함돼 국익 해칠 우려” 정보공개 청구 거부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임기 말 옷 논란에 휘말렸다. 네티즌들은 그동안 언론에 노출된 김정숙 여사의 의상을 대조하며 비용을 추측하기 위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옷 논란에 휘말렸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남용이냐 권리냐’를 놓고 날 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사건의 요지는 이렇다. 김정숙 여사의 옷값 등에 들어간 청와대 예산 공개를 요구하는 여론과 판결에 청와대가 법원에 항소하며 불복했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이 직접 언론 보도 사진들을 근거로 ‘증거 찾기’에 나섰다.

3월 28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네티즌들이 언론 보도 사진을 통해 확인한 결과 김 여사가 그동안 공개 석상에서 입은 옷은 코트 24벌, 롱 재킷 30벌, 원피스 34벌, 투피스 49벌, 바지 슈트 27벌, 블라우스와 셔츠 14벌 등 총 178벌이다. 액세서리로는 한복 노리개 51개, 스카프·머플러 33개, 목걸이 29개, 반지 21개, 브로치 29개, 팔찌 19개, 가방 25개 등 총 207개다. 이 가운데 몇 점이 김 여사의 사비로 마련된 것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네티즌들은 김 여사가 착용한 의상·소품과 외관이 비슷한 명품 브랜드 제품을 찾아내 대조 작업까지 진행하고 있다. 명품일 경우 의상비가 수십억 원 규모에 이를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일례로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김 여사가 착용했던 브로치가 명품 브랜드인 ‘카르티에’의 ‘팬더 드카르티에 브로치’ 제품일 경우 가격은 2억원이 넘는다.


▎김정숙 여사의 옷 정보를 공유하는 SNS 계정. 트위터 캡처
2016년 민주당, 박근혜 향해 “서민 생각한다면 이럴 수 없어”

반면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해당 제품은 모조품인 만큼 2만원가량에 불과”라고 반박한다. “대통령과 영부인은 나라의 얼굴인데 아무렇게나 입고 다녀도 된다는 말이냐”고 두둔하는 이들도 있다.

비슷한 논란은 예전에도 있었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경쟁하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2004년 3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박 후보의 사진을 조사한 결과 3년간 디자이너가 맞춘 133벌의 여성정장을 입었다고 한다”면서 “맞춤복의 최저가 수준인 150만원을 적용해 계산하면 총 옷값은 1억9950만원이고 상급 디자이너의 옷을 입는다고 가정해 300만원씩 계산하면 총 3억9900만원”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2016년에도 논평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4년간 입었던 새 옷의 총액이 7억4000만원 정도로 추정된다”며 “만원을 쓰는 데도 고민하는 서민들의 심정을 생각한다면 이럴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여사 옷 논란은 시민단체 ‘한국납세자연맹’이 2018년 6월 ‘김 여사의 의상·액세서리·구두 등 품위 유지를 위한 의전 비용과 관련된 정부의 예산 편성 금액 및 지출 실적’ 등을 요구하는 정보공개를 청구하면서 비롯됐다.

청와대는 “국가 안보 등 민감한 사항이 포함된 만큼 국가 중대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이 청구를 거부했고, 공방은 소송으로 비화했다. 서울행정법원이 2월 10일 “청와대 주장은 비공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결하자 청와대는 항소했다.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관련 자료는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된다. 국가 안보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거나 국민 경제 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기록물은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정해지면 최장 15년(사생활 관련 기록물은 30년) 동안 비공개 대상이 된다. 따라서 청와대가 끝내 해명을 거부한다면 논란은 이대로 묻힐 가능성이 크다.


▎미국 순방길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017년 6월 28일(현지시간) 워싱턴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캠프 출신 신평 “두 분은 마지막 남은 양심 지켜주시길”

돌아보면 역대 대통령 부인 가운데에도 ‘옷 논란’이 없지는 않았다.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는 취임식 때부터 화려한 옷차림으로 입방아에 자주 올랐다. 이 여사는 ‘연희동 빨간 바지’로도 불렸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고 이희호 여사도 재임 중 ‘옷 로비 사건’ 연루 의혹으로 곤욕을 치렀다. 이 사건으로 당시 60%를 상회하던 김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10%p 이상 떨어지기도 했다.

2017년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공익제보지원 위원장을 지낸 신평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겉으로는 서민 코스프레에 열중하면서 집으로 들어와서는 문을 닫아걸고 이런 부끄러운 짓을 일상적으로 했다”며 “이렇게도 한 조각 염치조차 없을까”라고 꼬집었다.

이어“(김 여사가) 구입한 의상과 액세서리는 국고에서 그 비용이 나온 것”이라며 “현행법은 공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돈은 사용되면 환수하지 않으나 물건이 남은 경우 반드시 반환해야 한다. 두 분은 제발 마지막 남은 양심을 지켜, 현행법을 지키는 최소한의 공공심을 발휘해 (김 여사가) 구입한 숱한 사치 물품을 반환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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