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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 스페셜] ‘유력’ 한덕수로 보는 역대 정부 초대 국무총리들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 윤석열 정부, 경제·안보 방점… 김한길도 거론
■ 국민의 정부 DJP 연합에 따라 김종필(JP) 지명
■ 이명박 정부 ‘고소영’ 논란 등 피할 한승수 낙점
■ 문재인 정부, 호남 홀대론 돌파하려 이낙연 선택


▎참여정부 시절이었던 2007년 4월부터 2008년 2월까지 국무총리를 지낸 한덕수 전 총리가 윤석열 정부 초대 총리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사진은 2020년 11월 조 바이든 대통령 시대 한·미 관계를 주제로 월간중앙과 인터뷰하고 있는 한 전 총리. 중앙포토
5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이자, 역대 48번째 국무총리로 한덕수 전 총리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이르면 4월 3일 새 정부 초대 총리 지명자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총리와 함께 김한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통합위원장도 후보로 거론된다.

윤석열 정부 초대 총리직에는 경제와 안보에 방점이 찍힌다. 현실적으로 여소야대 정국에서 총리 인준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만일 그런 사태가 발생한다면 새 정부는 출범 전에 동력을 크게 상실할 수 있다.

한 전 총리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일각에서는 사실상 확정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제 관료 출신인 한 전 총리는 노무현 정부 때 경제부총리와 국무총리, 이명박 정부 때 주미대사, 김대중 정부 때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 등을 지냈다.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도 큰 결격 사유가 없다면 반대할 명분이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민 통합 측면에서도 전주 출신인 한 전 총리가 초대 국무총리 후보로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돌아보면 역대 정부의 초대 총리는 정권의 방향성을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신임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단면이기도 했다. 역대 정부 초대 총리로 어떤 인물들이 발탁됐을까.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는 DJP 연합에 따라 국민의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맡았다. 사진은 1989년 1월 서울 한 호텔에서 만난 김영삼 민주당 총재, 김대중 평민당 총재, 김종필 공화당 총재. 중앙포토
지역 안배 YS, 정권 안정 DJ

1993년 출범한 김영삼 정부는 초대 총리로 황인성 전 민자당 상임고문을 낙점했다. 황 전 총리가 발탁된 배경에는 호남 안배라는 정무적 판단이 작용했다. 하지만 황 전 총리를 제외한 각료 가운데 상당수가 영남 출신이라 내각을 통솔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에 따라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를 초대 총리로 기용했다. 김 전 대통령은 경제·통일·외교 분야의 내각 추천권을 김 전 총리에게 줬고, 그로 인해 ‘실세 총리’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그럼에도 김 전 총리는 한나라당의 반대로 인해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되지 않아 5개월 동안이나 ‘서리’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했다.


▎2003년 2월 27일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고건 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중앙포토
노무현은 안정, 이명박은 국제 감각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고심 끝에 ‘행정의 달인’ 고건을 초대 총리로 지명했다. 개혁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김영삼 정부 때 총리와 서울시장 등을 지낸 고건을 택한 것이다. 고 전 총리의 발탁으로 참여정부는 ‘개혁 대통령-안정 총리’ 구도를 갖출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태생적으로 ‘결’이 달랐던 고 전 총리는 청와대 386 참모나 여당의 견제에 시달려야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한승수 유엔 기후변화 특사를 초대 총리로 발탁했다. ‘실용’을 국정 운영 기조로 내세운 이명박 정부인 만큼 경제·외교 분야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 3선 국회의원 등을 지낸 한 전 총리를 낙점한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출범 전부터 일었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논란을 불식시키는 데도 한 전 총리가 일정 부분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2013년 1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정무 분과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보고를 받고 있다. 중앙포토
출발부터 삐끗 박근혜, 호남 껴안기 문재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을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했다. 인수위원장이 초대 총리로 지명된 건 김 전 소장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국회에 임명동의안이 제출되기도 전에 두 아들의 병역 면제, 부동산 투기 등 각종 의혹으로 지명 5일 만에 낙마했다. 새 정부 초대 총리 지명자가 자진 사퇴한 것은 처음이었다. 출발부터 삐끗한 박근혜 정부는 정홍원 전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장을 교체 카드로 꺼내 들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호남 홀대론’에 적잖은 애를 먹었다. 이에 언론인·정치인에 이어 행정 경험을 더한 이낙연 전남지사를 초대 총리로 지명했다. 이 전 총리는 958일 재임하며 김황식 전 총리가 가지고 있던 역대 총리 최장수 기록을 새로 썼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국무총리는 2022년 4월 현재 47대째다. 이 가운데 재임 2년을 넘긴 사람은 정일권·김종필·최규하·노신영·강영훈·고건·이한동·김황식·이낙연 전 총리 등 9명에 불과하다.

제6공화국에서 가장 장수한 총리는 이낙연 전 총리(958일)이며, 그다음은 김황식 전 총리(878일)다. 최단 재임 총리는 박근혜 정부 때 이완구 전 총리(70일)이며, 노태우 정부의 노재봉 전 총리도 재임 기간이 120일에 불과했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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