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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 경기도, 본선보다 뜨거운 예선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 與 김동연·안민석·조정식·염태영, 野 유승민·심재철·함진규·유은혜·강용석
■ 역대 7차례 선거 보수 5승, 진보 2승… 이번엔 대선 못지않은 초박빙 예상도


▎경기도가 6·1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로 부상하고 있다. 역대 7차례 선거에서는 보수당이 5승 1패로 앞섰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여야 초박빙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사진은 수원에 자리한 경기도청 청사. 중앙포토
서울의 주변 지역이란 뜻의 경기(京畿). 기(畿)는 왕도(王都) 500리 이내의 땅을 말한다. 일본의 옛 수도 교토(京都)가 있는 간사이(關西) 지방을 긴키(近畿)라 부르는 것도 경기와 맥락이 같다.

올해 3월 기준 경기도의 인구는 1357만여 명. 대한민국 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곳이다. 31개 기초자치단체 중 군은 3곳(가평군·양평군·연천군)뿐이며 나머지는 모두 시다.

정치적으로도 경기도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1995년 제1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지방선거) 이후 2018년까지 치러진 총 7차례 선거에서 국민의힘 계열 정당 후보가 5승, 더불어민주당 계열 정당 후보가 2승을 차지했다. 보수 정당에서는 이인제·손학규·김문수(재선)·남경필 지사를 배출했고, 진보 정당에서는 임창열·이재명 지사를 탄생시켰다.

역대로 경기지사는 서울시장과 함께 차기 대권주자로 정치적 몸집을 불려왔다. 그러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대통령으로 배출했던 서울과 달리 경기도는 번번이 ‘잠룡(潛龍)’에 그쳤다. 이번 3·9 대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역대 대선 최다 득표 패배와 최소 표차 패배를 동시에 기록한 게 최고 선전(善戰)으로 기록됐을 뿐이다.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선거 예비 후보들. 왼쪽부터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 안민석·조정식 의원, 염태영 전 수원시장. 중앙포토
‘대선 연장전’… 여야 경기도에 화력 집중

6·1 지방선거 수도권 판세에 대한 여야의 전망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은 국민의힘이 다소 앞설 것으로 보이는 반면 경기는 이재명 전 민주당 후보의 영향 등을 고려할 때 민주당이 다소 앞설 것으로 관측된다. 인천은 여야 모두 초박빙일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대선 때 서울에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31만여 표차로 이겼지만, 경기도와 인천에서는 이 후보가 각각 46만여 표차와 3만4000여 표차로 승리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경우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수도권에서는 여야 간 대전(大戰)이 불가피하다.

실제 여야 모두 이번 선거를 ‘대선 연장전’으로 규정하고, 수도권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같은 수도권이지만 서울이나 인천보다 여야 모두 경기에 더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민주연구원 관계자는 “같은 수도권이지만 정치적 측면에서 인천과 경기의 위상은 다르다. 서울은 다소 고전이 예상되지만, 경기도는 승리를 기대할 만하다”고 귀띔했다.


▎2020년 총선 당시 분당갑에 출마한 김은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의 지원 유세를 펼치는 유승민 전 의원. 두 사람은 이번 경기지사 경선에서는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연합뉴스
민주당, 안민석 견제구에 김동연 맞불

경선 출마가 예상되는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봐도 이번 경기지사 선거가 갖는 정치적 의미를 한눈에 읽을 수 있다.

우선 민주당에서는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 조정식·안민석 민주당 의원과 염태영 전 수원시장 등이 신발끈을 죄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김 대표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른 후보들은 김 대표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후보 중 가장 강성으로 평가되는 안 의원은 김 대표를 겨냥해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 박근혜 정부의 총리실 국무조정실장(장관급)으로 보수 정권의 요직을 거쳐 문재인 정부의 경제부총리까지 지낸 분”이라고 꼬집었다.

김 대표는 자신을 향한 견제구에 “박근혜 정부 때 국무조정실장을 제 손으로 사표 수리하고 나왔다”며 “통 크게, 정정당당하게 대결하고 앞으로 뛰어나가자는 말씀을 당내 경쟁자들에게 하고 싶다”고 맞섰다. 안 의원의 선명론에 인물론으로 맞불을 놓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국회부의장 등을 지낸 심재철 전 국민의힘 5선 의원. 연합뉴스
가상대결 김동연 36.0% vs 유승민 37.6%

4년 만의 탈환 기치를 내건 국민의힘도 입지자(立志者)로 넘쳐난다. 유승민 전 의원을 필두로 심재철·함진규 전 의원도 출전 준비에 여념이 없다. 여기에 ‘윤석열의 입’이었던 김은혜 의원, 보수 유튜버로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강용석 전 의원 등도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김 의원은 출사표에서 “경기도의 ‘철의 여인'’이 되겠다”며 “이번 경기지사 선거는 이재명의 시대를 지속하느냐, 극복하느냐를 묻는 선거이자 무능하고 부패한 민주당 정권이 경기도에서 권력을 연장하느냐, 중단하느냐를 묻는 선거”라고 주장했다.

강 전 의원은 4월 5일 국민의힘 서울시당으로부터 복당 승인을 받았다. 당 최고위원회를 거치면 복당이 확정돼 국민의힘 후보로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여야 일대일 대결이 성사될 경우 초박빙 승부가 펼쳐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아시아경제] 의뢰로 4월 1∼2일 경기도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경기지사 선거에서 김동연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이 맞붙는다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는가’를 조사한 결과 유 전 의원을 찍겠다는 의견은 37.6%, 김 대표를 찍겠다는 의견은 36.0%로 조사됐다.

김 대표와 김은혜 의원의 가상 양자 대결 구도에서는 김 대표가 41.8%로 김 의원(28.6%)을 앞섰다. 안민석 의원과 유 전 의원 간 가상 양자 대결에서는 안 의원이 28.4%로 유 전 의원(43.4%)에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 의원(32.1%)과 김 의원(35.1%)의 양자 구도에서는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서 ±3.1%p) 내 접전이었다.


▎2020년 총선 당시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과 함께 유세를 펼치는 함진규 전 국민의힘 의원. 중앙포토(왼쪽) / 경기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한 강용석 전 국민의힘 의원. 강 전 의원은 보수 유튜버로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차지하는 쪽이 사실상의 승자” 전망도

염 전 시장과 유 전 의원 간 가상 양자 대결 구도에서는 23.2%(염 전 시장) 대 43.0%(유 전 의원)로 나타났다. 염 전 시장 대 김 의원은 28.6% 대 33.5%였다(이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민준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 소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경기도를 차지하는 쪽이 사실상 승자가 될 것”이라며 “양 진영이 최대 결집할 경우 지난 대선보다 여야 격차가 더 좁혀지는 그야말로 초박빙 승부가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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