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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원희룡, 손학규·강재섭 ‘분당 혈투’ 재현되나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 김병욱 민주당 의원 성남시장 출마 검토에 친명계 ‘이재명 보궐선거 출마론’ 제기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그 후보(이재명) 저격 위해 투수 1명 대기하고 있다” 주장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보궐선거 차출론이 친명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 전 후보가 출마할 경우 국민의힘에서는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대항마로 출격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7월 국회에서 열린 행사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는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 연합뉴스
분당(盆唐)은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에 천당이었다. 1996년 제15대 총선 때 선거구로 신설된 이래 2008년 제18대 총선까지 보수당 후보가 이곳에서 내리 승전고를 울렸다.

그랬던 분당에 변화의 바람이 분 건 2011년 4·27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손학규는 한나라당 대표 출신인 강재섭과 맞붙어 51% 득표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민주당은 이날 승리를 ‘분당 대첩’으로 명명하며 축배를 들었다. 반면 48%에 머문 강재섭은 고배를 들어야 했고, 얼마 뒤 정계를 떠났다.

그러나 2012년 총선에서 분당을은 다시 보수당을 택했다. 당시 전하진 새누리당 후보가 이곳에서 출마해서 당선된 것이다. 하지만 2016년에는 보수 진영이 전하진 새누리당 후보와 새누리당 출신인 임태희 무소속 후보로 분열된 틈을 타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승리를 차지했다. 김 후보는 2020년 총선에서도 승리하며 재선 고지에 올랐다.

역대 7차례 총선(1996년에는 갑을 구분 없이 분당구)과 1차례 보궐선거에서 보수당과 진보당이 각각 5승과 3승을 나눠가진 분당을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때 이 지역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2011년 손학규·강재섭의 ‘분당 혈투’ 재현 조짐이 비친다.

분당을이 지역구인 친명(친 이재명)계 김병욱 의원의 성남시장 출마가 현실화될 경우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후보가 이곳 보궐선거에 출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전 후보(상임고문)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인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4월 7일 라디오에 출연해 “이재명 상임고문이 성남 분당을 (보궐선거에)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며 “이 고문의 주거지가 있는 수내동이 분당을 지역구일 것이다. (해당 지역구의 김병욱 의원이 성남시장에 출마하면) 그쪽이 비니까 이 고문이 나가야 하지 않겠냐는 얘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4월 30일 이전 현역 국회의원이 사퇴한 지역구는 6·1 지방선거와 동시에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조 의원의 주장처럼 김 의원이 성남시장 출마를 위해 의원직에서 사퇴할 경우 이 고문 조기 등판의 길이 열린다.

그동안 이 고문의 보궐선거 출마론은 여러 가지 대안 중 하나 정도로만 거론돼왔다. 하지만 지난 4일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경기남부경찰청이 경기도청을 압수수색하자 친명계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한 친명계 의원은 월간중앙 전화 통화에서 “이 고문이 여의도에 입성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이 고문으로서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수사의 칼끝이 이 고문을 향할 경우 현역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활용해야 한다는 논리로도 읽힌다.

이 의원의 말처럼 이 고문이 보궐선거에 출마해서 당선되고,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쥔다는 시나리오는 친명계로서는 최상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2년 대선에서 패했지만, 이후 힘을 모아 2015년 2월 전당대회 때 당권을 잡음으로써 대권 가도를 열었다.


▎2011년 4월 27일 분당 보궐선거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는 맞붙었다. 51%를 얻은 손 대표가 48%에 그친 강 전 대표를 누르고 승리를 차지했다. 사진은 2008년 4월 청와대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 초청 여야 대표 오찬에서 자리를 함께한 당시 손학규(왼쪽) 민주당 대표와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중앙포토
이재명 등판 시 원희룡이 대항마로 출격할 듯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3·9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이 고문의 득표율(분당을)은 54.6% 대 42.0%였다. 이 같은 분위기가 고스란히 보궐선거로 이어진다면 이 고문으로서는 승리가 난망하다.

어쨌든 이 고문의 보궐선거 출마가 공론화되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희는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출마하기를 고대하고 있다”며 “저희는 그 후보(이 전 지사)를 저격하기 위한 투수가 1명 대기하고 있다”고 공세를 폈다.

‘그 투수가 원희룡 아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이 대표는 “아무도 (후보군은) 얘기 안 했습니다”라며 “지금 이 전 지사가 어떤 판단을 하는지에 따라서 저희도 패를 맞춰보고 있다”고만 답했다. 이 대표는 “(후보군은) 얘기 안했다”고 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고문 등판 시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대항마로 출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원 전 지사는 대선 기간 ‘대장동 1타 강사’라는 별명과 함께 ‘이재명 저격수’로 떠올랐다. 원 전 지사로서는 이 고문과 맞붙어 승리한다면 유력 대선주자로 몸집을 불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맞대결을 마다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친명계를 중심으로 이 고문의 보궐선거 등판을 말하지만, 매우 신중하게 선택해야 할 문제”라며 “국민의힘에서는 이 고문의 출마 지역구에 저격수를 내세울 게 뻔하고, 만일 그 승부에서 패한다면 이 고문 개인은 물론, 당도 치명상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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