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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총장인데… 2000만원만 대신 입금해줘” 

 

이민준 월간중앙 인턴기자
■ 대학가 덮친 총장·부총장 사칭 카카오톡 피싱 주의보
■ 국내외 유학생이 주요 타깃, 일반인도 피해 볼 수 있어


▎국정원은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메신저 피싱 예방을 위해 카드뉴스를 제작‧배포하고 있다. 유학생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5개 국어로 번역한 버전도 유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했다. 사진 국정원
지난 1월 충북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A씨는 자신을 총장이라고 소개하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A씨는 만난 적도 없는 총장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아 당황스러웠지만, 프로필 사진의 얼굴과 이름 모두 현직 총장과 같아 총장이 보낸 것으로 믿었다.

범인은 “연구사업에 투자하고 참여할 기회를 주겠다”며 A씨와 친분을 쌓아갔다. 그러던 중 범인은 A씨에게 “중국 현지에 논문 번역을 의뢰했는데 문제가 생겼다”며 “대신 2000만원을 입금해주면 바로 돈을 보내겠다”고 부탁했다. 의심 없이 돈을 송금한 A씨는 뒤늦게 메신저 피싱이었음을 깨닫고 경찰에 신고했다.

지난해 4월 서울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B씨도 비슷한 피해를 겪었다. 범인은 해당 대학 부총장으로 위장해 조교에게 접근한 뒤 B씨를 소개받았다. 범인은 B씨에게 메시지를 보내 “위안화 환전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수상함을 느낀 B씨가 경찰에 신고해 부총장을 사칭한 메신저 피싱이었음을 알게 됐다.

국정원 “대응 요령 5개 국어로 번역… 일반인도 유의해야”

최근 전국 대학가에서 대학 고위 관계자를 사칭해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이용한 피싱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대학가에서 연이어 발생하는 메신저 피싱 수법은 총장·부총장 등 높은 직위를 사칭해 교원·조교에게 먼저 접근하는 형태다. 메신저 피싱 조직은 이 과정에서 범행 대상을 물색하고 접근한다. 국정원 관계자는 “같은 대학 고위 간부의 실명 계정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부탁을 무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전국 유학생을 대상으로 메신저 피싱 피해를 보지 않도록 예방 활동에 나섰다. 국정원 지부는 실제 메신저 피싱 피해가 발생한 충북에서 지난 2월부터 관내 10개 대학 유학생 담당자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유학생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한·영·중·러·베트남 5개 국어로 메신저 피싱 수법 및 예방·신고요령을 담은 카드뉴스를 각 대학 홈페이지 및 유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등 온라인에 게재했다.

국정원 측은 “메신저 피싱은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이미 확보한 개인정보를 악용해 2차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국내외 유학생은 물론 일반인도 유사한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예방 활동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 이민준 월간중앙 인턴기자 19g297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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