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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선인이 박근혜 전 대통령 만나서 한 말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 尹 12일 대구 달성 朴 전 대통령 사저 찾아가 50분 면담
■ “인간적인 안타까움과 마음속 미안함 이런 것 말씀드렸다”
■ 尹 5월 10일 취임식 참석 요청에 朴 “가능하면 참석 노력”
■ 인간적인 안타까움에 ‘현실 정치’ 고려한 방문이란 해석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4월 12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에 도착, 박 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5월 10일 취임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만났다. 윤 당선인은 4월 12일 박 전 대통령의 사저인 대구 달성을 찾아 50분가량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인간적인 안타까움과 마음속으로 가진 미안함 이런 것을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과 박 전 대통령의 면담에는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과 유영하 변호사만 배석했다.

또 윤 당선인은 “아무래도 과거가 있지 않나”라며 “대통령님 건강에 관해 이야기했다. 대통령님이 지금 살고 계시는 생활에 불편한 점이 없는지 이야기를 나눴다”고도 말했다.

면담에서 윤 당선인은 “재직 중 업적을 제대로 알려 평가받도록 하겠다”며 박 전 대통령에게 5월 10일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정중하게 요청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가능하면 참석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전 대통령은 “좋은 대통령으로 남아달라”고 덕담했고, 이에 윤 당선인은 “많은 가르침을 달라”고 화답했다.

돌아보면 윤 당선인과 박 전 대통령은 악연도 그런 악연이 없었다. 윤 당선인이 검사 시절이던 2016년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특검’ 수사팀장으로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해 박 전 대통령 중형을 끌어냈었다.

그에 앞선 2013년 4월 윤 당선인은 국가정보원의 여론조작사건 특별수사팀장에 임명돼 사건을 지휘했다. 이 사건은 2012년 18대 대선 당시 국정원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승리를 위해 조직적으로 인터넷 댓글 등 여론을 조작한 혐의에 대한 수사였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수사가 착수되면서 여야 모두 긴장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여권은 새 정부의 정통성에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했고, 야권은 대선 패배 후유증을 털고 반전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윤 당선인은 당시 사건 혐의자에 대한 압수수색영장과 체포영장을 두고 상관인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과 정면충돌하며 ‘수사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그해 국정감사에서는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 이후 윤 당선인은 박근혜 정부 내내 한직을 맴돌아야 했다.

그랬던 윤 당선인이 2016년 12월 국정농단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팀장으로 임명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 구속을 끌어낸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어 검찰총장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연말 특별사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3월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밝은 표정으로 퇴원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악연’ 윤석열·박근혜 정권 교체로 새로운 전기 맞아

한배를 탄 듯한 문재인 정부와 윤 당선인이었지만, ‘조국 사태’를 계기로 등을 돌렸다. 지난해 3월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한 데 이어 석달 뒤인 6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윤 당선인은 문재인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게 됐다.

3·9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정권 교체에 성공하자 이번에는 윤 당선인과 박 전 대통령 관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말 특별사면된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여러 차례 우호적인 메시지를 냈다. 박 전 대통령이 퇴원한 3월 24일에는 “건강이 회복돼 (대구 달성군) 사저에 가셔서 참 다행”이라며 “퇴원하셨다니까 한 번 찾아뵐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일준 인수위 행정실장을 통해 축하 난도 전달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당선인이 취임 전 지역순회 일정 첫 방문지로 TK(대구·경북)를 택해 박 전 대통령과 만난 것을 두고 보수층 결집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고 해석한다. 윤 당선인의 취임 3주 뒤인 6월 1일에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당선인의 박 전 대통령 방문은) 인간적인 안타까움에 더해 현실 정치까지 고려한 결정으로 안다”며 “큰 틀에서 보면 윤 당선인이 대선 때부터 강조해온 국민 통합 행보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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