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커스

Home>월간중앙>투데이 포커스

[위크엔드 스페셜] ‘득점력’ 잃은 호날두의 악행의 흑역사 

 

이민준 월간중앙 인턴기자
■ 패배 후 퇴장 중 영상 찍던 아동 폭행… 손등엔 시퍼런 멍
■ 경기 도중 상대 선수 때리고 걷어차는 행위 수년째 반복
■ 2019년 내한 땐 계약 어기고 결장해 국내 팬 배신하기도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지난 주말 관중 폭행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다. 피해자가 자폐증을 앓고 있는 14세 소년으로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월드컵 진출을 확정 짓지 못해 낙담하는 호날두(가운데)의 모습.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페이스북 캡처
세계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던 축구선수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6·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아동 폭행 논란에 휩싸였다. 한때 세계 최고의 선수로 거론됐지만, 스타성만큼이나 다혈질인 성격 탓에 끊임없이 이어져 온 인성 문제가 반복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폭행은 4월 9일 영국 프리미어리그 32라운드 에버턴 FC와의 경기에서 0대 1로 패한 뒤 일어났다. 홈 팬들 앞에서 무기력한 패배를 보인 호날두는 라커룸으로 들어가던 중 한 관중의 휴대폰을 땅바닥에 내팽개쳤다. 같은 장소에 있던 팬 중 한 명이 욕설과 함께 비명을 내질렀다. 이 모습을 촬영하던 한 팬이 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하며 논란은 전 세계로 퍼졌다.

수 시간 후 호날두에게 폭행당한 팬의 어머니 사라 켈리가 SNS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공개했다. 피해자는 에버턴의 서포터인 제이크 하딩(14)으로, 호날두는 영상을 찍고 있던 제이크의 손을 강하게 때렸다. 제이크의 손등엔 시퍼런 멍이 들었고, 바닥에 던져진 휴대폰도 산산이 조각났다. 제이크가 자폐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호날두를 향한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호날두는 경기 직후 개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호날두는 “자신의 분노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며 “(자신에게 맞은) 서포터를 경기장으로 초대하고 싶다”고 밝혔다. 허나 제이크와 사라는 영국 언론에 “절대 호날두의 초대에 응하지 않겠다”고 답하며 초청을 단호히 거절했다.

현지 경찰은 4월 10일 수사에 착수했다. 피해자인 제이크는 14세로 영국 법에 따르면 미성년자에 해당한다. 이에 해당 사건이 미성년자 폭행으로 간주된다면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예측이 나온다. 세계법제정보센터에 따르면 영국 아동 및 청소년법은 ‘실질적인 상해를 야기하는 폭행의 경우 36주의 구금에 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피해 소년 제이크 하딩의 어머니인 사라 켈리가 SNS에 올린 피해 내용. 시퍼렇게 멍이 든 손등과 부서진 휴대폰이 눈에 띈다. 사라 켈리 SNS 캡처

▎호날두는 논란이 커지자 개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과문을 올렸으나, 하딩과 가족은 호날두의 초대를 거절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인스타그램 캡처
동업자 정신 실종된 동료 폭행…경고 받고도 반성 없어


▎2015년 1월 코르도바 전에서 호날두(흑색 셔츠‧등번호 7번)가 상대 수비수를 걷어차고 있다(빨간 원 참조). 라리가 산탄데르 유튜브 캡처

▎호날두(빨간 셔츠)는 이번 시즌 9라운드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공을 차 쓰러진 커티스 존스(베이지색 셔츠)의 복부를 맞췄다. 명백한 비신사적 행동이지만 경고를 받는 것에 그쳤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호날두의 ‘나쁜 손’은 처음이 아니다. 그라운드 위에서 함께 경기를 펼치는 상대편 선수들은 승부욕으로 포장된 호날두의 주먹에 고통받았다.

대표적인 사례는 2015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호날두의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0라운드 코르도바 원정길에 올랐다. 불과 열흘 전 한 해 최고의 축구선수에게 주어지는 상 ‘발롱도르(FIFA Ballon d’Or)를 수상한 만큼 분위기 또한 좋았다. 그러나 후반 34분 1대 1로 팽팽한 상황, 코너킥 장면에서 호날두는 상대 수비수의 안면에 주먹을 날렸다.

불과 2분 뒤엔 프리킥 상황에서 다른 수비수가 자신의 슈팅을 방해하자 하반신을 걷어찼다. 이 장면을 정확히 보고 있던 심판은 즉시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팀의 승리를 위해 득점포를 가동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호날두는 벤치로 향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퇴장 중 사과는커녕 유니폼에 부착된 FIFA 클럽 월드컵 우승 패치를 자랑스럽다는 듯 쓰다듬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날 경기는 동료 선수 가레스 베일(32)의 페널티킥 결승 골로 승리했지만, 호날두는 2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호날두의 폭력적 행동은 이번 시즌에도 계속되고 있다. 본인의 재능이 만개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돌아온 호날두는 어려운 상황에서 수차례 득점포를 가동해 건재함을 과시했으나, 전성기만큼의 폭발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스스로도 이를 아는 듯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상대 선수에게 거친 태클을 가하는 등 비신사적 모습을 여러 차례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프리미어리그 9라운드 리버풀 전에선 공과 함께 쓰러진 상대 선수를 걷어차 경고를 받기도 했다. 당시 리버풀의 미드필더 커티스 존스(21)와 공을 두고 경합하던 호날두는 존스의 옆구리를 무릎으로 가격한 뒤, 그가 쓰러지자 수차례 공을 차 복부를 맞췄다. 이 행동으로 호날두는 경고를 받았다. 그러나 평론가와 팬들은 실시간으로 SNS를 통해 “저게 어떻게 퇴장이 아니라는 거냐”, “판정을 믿을 수 없다” 등 비난을 쏟아냈다.

한국 방문 당시 90분 내내 벤치만 달군 ‘날강두’


▎2019년 7월 내한 당시 호날두는 “경기에 집중하겠다”며 사인회에 불참했다. 벤치에서 출발한 호날두는 끝내 경기를 뛰지 않은 채 벤치를 달구다 중국으로 출국했다. 연합뉴스

▎이날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호날두의 조국인 포르투갈 국기와 호날두가 뛰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레알 마드리드‧유벤투스‧국가대표팀 유니폼 등을 걸어둔 채 그의 출전을 간절히 기다렸다. 연합뉴스

▎후반 25분 곤살로 이과인이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으며 호날두의 결장이 확실시됐다. 이날 호날두의 이름과 등번호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았던 팬들이 실망한 채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연합뉴스
호날두의 악행은 폭행에만 그치지 않는다. 2019년 7월 당시 몸담고 있던 유벤투스 FC의 내한 행사에서 계약 조건을 어기고 벤치에서 90분 동안 경기를 지켜보다 중국으로 떠나기도 했다.

당초 예정된 행사 일정대로라면 호날두는 경기 전 서울에서 팬 미팅 및 사인회를 진행한 다음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이동해 K리그 올스타와의 경기를 45분 이상 소화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비행기가 연착되고 호날두 본인이 “경기에만 집중하겠다”며 불참 의사를 밝혔다. 그때까지만 해도 팬들은 경기에 집중하겠다는 말을 믿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그러나 경기 전 공개된 선발명단에 호날두의 이름은 없었다. 전반 45분 동안 중계 카메라가 호날두의 모습을 비출 때마다 관중들이 환호성을 보냈지만, 벤치에 앉은 호날두는 자리만 지켰다. 곤살로 이과인(34) 등 유명 선수들이 후반전 교체로 출전했지만, 결국 호날두는 경기에 집중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렸다.

이날 호날두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3만원에서 40만원까지 티켓값을 지불했다.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 중 한 명이 내한한다는 소식에 온 가족이 함께 경기장을 찾은 경우도 많았지만, 결국 국내 팬의 사랑을 발로 걷어찬 셈이다.

경기 후 2019년 7월 3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팬들의 분노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서 [MBC스포츠] 의뢰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경기 전 국내 팬 중 45.9%는 호날두의 팬이었다. 허나 향후 응원 여부에 관해 묻자 응답자의 79.4%가 응원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기존 팬 중 응원을 이어나가겠다고 답한 비율은 6.6%에 그쳤다.

- 이민준 월간중앙 인턴기자 19g2970@naver.com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