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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인터뷰] 박홍근 원내대표의 더불어민주당 쇄신론 

“민생과 개혁 입법으로 평가받을 것… 정치 보복, 반(反)개혁에는 단호히 대응”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대선 여야 공통공약 추진 위해 12개 우선 과제 선정해 속도
“한동훈 법무장관 지명? 정치 탄압·보복 수사 임계점 넘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천 근의 쇳덩이를 짊어지고 백척간두에 서 있는 심정”이라며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하게 쇄신해 개혁과 민생을 추진해나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 사진: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
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받던 더불어민주당의 위기다.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까지 내리 4연승을 달렸던 민주당을 향한 민심은 싸늘하다. 지난해 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이번 대선마저도 패배했다. 하지만 여전히 국회 의석 절반이 넘는 172석 거대 야당인 것도 사실이다. 당장 다가오는 6·1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민생 입법과 정책 경쟁으로 우위를 점할 기회가 열려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문재인 정부 5년간 입법 독주로 비쳤던 모습을 재현할 수도 있다.

생사의 기로에 놓인 민주당의 원내사령탑에 박홍근 원내대표가 올랐다. ‘백척간두’에 서 있는 심정이라는 박 원내대표는 민생 입법으로 등 돌린 민심을 회복하고 개혁 입법으로 민주당의 정체성을 지키겠다고 했다. 정책 수립과 입법 과정을 총괄하는 박 원내대표에게 ‘민주당의 살길(활로)’을 물었다. 아울러 차기 윤석열 정부와의 관계 설정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박 원내대표와의 대화는 전화와 서면 인터뷰로 진행했다.

거대 야당의 원내사령탑이 됐다. 어떤 각오로 임할 것인가.

“천 근의 쇳덩이를 짊어지고 백척간두에 서 있는 심정이다. 새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개혁과 민생 회복을 바라는 당원과 국민의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원내대표 출마 당시 강한 야당, 유능한 야당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대선에서 우리를 지지해주신 국민과 회초리를 드셨던 국민 모두에 부응할 수 있도록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하게 쇄신해 개혁과 민생을 추진해나가겠다는 각오다.”

반성과 쇄신을 강조했다. 당 안팎에서 86그룹 용퇴론과 세대교체론이 거론되는데…

“누군가 용퇴한다고 쇄신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아울러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을 동일한 그룹으로 규정해 묶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젊은 피’ 수혈로 정치에 입문한 그룹과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거치면서 2004년 총선에서 정계에 발을 들인 그룹이 있다. 그리고 저처럼 학생운동도 경험했으며 시민사회 운동에 중점을 둔 경우도 있다. 물론 86그룹이 실질적 소명을 다하지 않았냐는 비판적 시각도 있지만 각자의 경험과 실력이 다르다. 물론 정치권에 들어와서 한계를 느낀 분들은 후배를 위해 길을 터주는 것이 맞을 것이고,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는 분들이라면 본인의 의지와 국민의 요구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86그룹’의 맏형 격인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김 전 장관은 2000년 16대 총선에 한나라당 소속으로 서울 광진갑에 출마해 당선했으며 3선 의원과 국회 사무총장 자리에 오른 바 있다. 최 전 수석은 동국대 총학생회장 출신이며 지난 17대 국회의원 당선 이후 4선을 지냈다. 4선 중진의원으로 연세대 총학생회장이었던 우상호 의원은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민생 위한 고정비 상환대출 감면, 주택 세제 완화 마련


▎더불어민주당은 4월 12일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법안을 4월 국회 중에 처리하기로 했다.
민생 문제 해결도 중요하다. 처리 의사가 강력한 법안으로 민생 의제를 설정해본다면.

“신속하고 완전한 코로나19 보상을 위한 민생법안 처리가 최우선이다. 집합금지, 영업시간 제한 외에도 인원 제한 업종까지 확대하는 코로나 손실보상법과 매출과 관계없이 발생하는 임대료, 고용 유지에 드는 인건비 등 고정비에 대해 상환을 감면해주는 한국형PPP(고정비 상환대출 감면제도)법은 민생 회복을 위한 핵심 법안이라고 생각한다. 여야 간 공히 대선 때 약속한 시급한 민생 입법부터 속히 논의하고 처리하도록 노력하겠다.”

부동산으로 등 돌린 민심을 위해 어떤 정책과 법안을 준비하고 있는지.

“여러 차례 의원총회를 통해 ‘매물 잠김’이 완화돼 공급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고 양도세 중과세율 1년 한시 유예안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었다. 특히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서 추가적 세제 완화 대책도 마련할 것이다.”

대장동 특검 추진 입장은 확고한가.

“앞뒤가 다른 정치가 정치 불신의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지난 대선에서 각 후보가 특검을 해야 한다고 직접 이야기했기 때문에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다. 물론 이재명 후보만 겨냥하는 특검이 돼서는 안 되고 그간에 불거졌던 모든 의혹, 이를테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50억클럽 등을 성역 없이 낱낱이 밝힐 수 있는 특검의 방식이어야 한다. 이에 대해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묻고 싶다.”

“검찰·언론 개혁 등 민주당 정체성으로 평가받겠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020년 2월 13일 부산고등지방검찰청을 찾아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인사하고 있다. 윤 총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던 한 차장검사는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수사 등을 지휘하다 부산고검으로 인사 이동했다. / 사진:연합뉴스
검찰·언론 개혁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이뤄야 할 필생의 과제가 된 듯하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당론으로 채택했는데 남은 개혁도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할 것인가.

“현재 각종 법안이 상임위와 법사위에 계류 중이고, 언론개혁의 경우 작년부터 언론미디어제도개선 특위를 구성해 여야 간 의견을 나누고 법안을 숙성시켜왔다. 그간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고 생각하며 언론인과 국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개혁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특히 의총에서 정보통신망 관련법과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 법안 등에 대해서는 당론으로 추인했다. 본회의에 계류된 기존의 언론중재법과 관련해서는 가짜뉴스 피해 구제를 위한 부분에 대해 조금 더 검토해서 지도부 차원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민주당의 정체성에 맞는 개혁과 민생의 성과를 반드시 내고 제대로 평가받겠다.”

앞서 민주당은 의총에서 만장일치로 ‘검수완박’ 관련 법안을 4월 국회 중에 처리하기로 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검찰 수사권의 완전 폐지는 헌법이 검사에게 영장 신청권을 부여한 헌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서 헌법 파괴행위에 다름없다”고 정면 비판했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도입할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개편과 관련해 ‘강행’의 모습을 띠더라도 추진 의사가 확실한가.

“지난 4월 12일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기초의회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를 일부 지역에 시범 실시하는 방안을 국회의장이 제안함에 따라 양당에서 검토하기로는 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전국적 실시가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대선후보 공통공약 추진에 있어 재원 조달, 추진 시기 등에 대한 여야 간 입장차가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정책위의장이 공통공약 실천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지만 한 차례 만남을 가진 후 별다른 진척이 없다. 민주당은 대선 공통공약 추진을 위해 12개 우선 과제를 선정했다. 민생 의제로 중요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의제를 우리당이 국민의힘에 전달했지만 아직 의사를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다. 사각지대 없는 완전한 손실보상이 제일 시급하며 어르신 기초연금 10만원 인상이나 병사월급 200만원, 청년희망계좌 등 여야 간 이미 대선 때 국민 앞에 약속된 사안을 중심으로 실현 가능한 부분들에 집중해서 하루빨리 합심해서 성과를 내도록 하겠다.”

민주당의 대선 공통공약 12개 우선 과제는 ▷백신국가책임제 ▷청년 목돈 만들기를 지원하는 청년희망계좌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및 1기 신도시 리모델링 특별법 추진 ▷불법 공매도 행위 감시, 공매도 제도 개선 ▷가상자산 법제화 및 가상자산 소득 5000만원까지 비과세 등이다.

“‘죽은 권력’ 향한 정치 보복은 반드시 막아낼 것”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해 12월 29일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을 방문해 탈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각 재개 등 원자력 공약을 발표했다. / 사진:연합뉴스
탈원전, 주52시간제 손질 등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 이행 의지를 밝히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 대표적 반대하는 공약은 무엇이며 그 이유는.

“노동존중 사회라고 하는 우리의 대명제가 결코 후퇴해서는 안 된다는 확신과 신념을 갖고 있다. 대표적으로 주 52시간 유연화는 ‘사용자 중심적 규제 완화’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확대는 언뜻 노동자를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산 기간을 1년으로 늘리면 평균 노동 시간만 법정 기준에 맞추면 되기 때문에 노동자는 더 긴 시간의 노동을 요구받게 된다. 이는 장시간 노동을 조장해 노동자를 과로사로 몰아넣을 가능성을 높인다. 특히 최저임금 업종별·지역별 차등화라거나 향후에 노동과 관련된 개악(改惡) 또는 후퇴한 정책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맞서나갈 것이다.”

차기 윤석열 정부와 협치의 원칙이 있다면.

“원칙 있는 협력과 책임 있는 견제다. 견제는 강력하고 확실하게 하면서도 국민을 위한 협력의 교집합도 넓혀가겠다. 윤석열 정권의 잘못은 국민의 편에서 따끔하게 지적하되 잘한 일은 제대로 평가하고 필요한 일은 협조겠다.”

민주당 일각에서 ‘보복 정치’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데.

“‘내 사전에 정치 보복이란 없다’고 했던 윤 당선인 말이 무색하게 정치 탄압과 보복 수사가 임계점을 넘고 있다. 검찰의 산업통상자원부 압수수색, 경찰의 경기도청 압수수색에 이어 감사원까지 4대강 보해체와 백현동 사업을 집중적으로 감사하겠다고 했다. 최근 경찰은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옷값 논란에 대해서도 조사를 개시했다. 이 모든 것이 대선이 끝나고 나서 30일 동안 ‘죽은 권력’을 향해 벌어진 일들인데 고도의 정무적 기획과 판단이 작동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이 법무부 장관에 지명됐다.

“한동훈 검사장의 법무부 장관 지명은 대놓고 정치 보복을 하겠다는 선언이다. 우리 민주당은 국회 차원의 대응은 물론 모든 당력을 총집중해 정치 탄압과 정치 보복을 반드시 막아낼 것이다.”

한 검사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지휘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취임 후부터는 부산고검 차장검사, 비수사 부서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사법연수원 부원장 등으로 좌천되며 한직을 거쳤다. 검언유착 의혹에 연루돼 피의자 신분이 되기도 했으나 4월 9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이선혁)는 채널A 사건에 연루돼 강요 미수 혐의를 받은 한 검사장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지방선거, 17개 광역단체장 과반 승리가 목표”


▎박홍근 원내대표는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한동훈 검사장의 법무부 장관 지명은 대놓고 정치 보복을 하겠다는 선언”이라며 “국회 차원의 대응은 물론 모든 당력을 총집중해 정치 탄압과 정치 보복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 사진: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핵심 포인트가 있다면?

“대선은 졌지만 ‘기회를 주십시오’라며 절박하게 진정성을 가지고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가 선거 승리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4월과 5월 임시국회가 분수령이 될 것인데, 국민의힘에 제안해서 만들어진 여야 간 ‘대선 공통공약 기구’를 중심으로 민생 입법에 속도를 내겠다. 동시에 시대적 과제인 권력기구 개편의 완결을 책임지고 매듭지어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개혁을 이뤄내겠다.”

지방선거 승패를 예측한다면.

“전체 17개 광역 시·도 모두 결코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 치르는 선거이기 때문에 모든 곳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 가운데 과반을 획득하는 것이 목표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대선에서 이긴 지역이라고 해서 낙관하지 않을 것이고, 또 진 지역이라고 해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의 변화를 국민 한 분 한 분이 느끼실 수 있도록, 당내 혁신부터 인물과 공약까지 세심하게 준비하겠다.”

서울시장 출마를 굽히지 않고 있는 송영길 전 대표를 두고 당 안팎에서 여러 의견이 나온다.

“송영길 전 대표의 출마 과정이 당내에 충분한 컨센서스(의견일치)를 형성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심전심으로 만들어진 상황이 아닌 것은 사실이라서 우려하고 염려하는 분들이 계신다. 그러나 정해진 절차를 통해 경선에 임하겠다는 본인의 선택도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의힘 새 원내대표가 선출됐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혜와 경륜이 뛰어난 분이라 앞으로 국민의 기대도 높을 것이다. 당장 놓여 있는 현안이 많은데 권 대표께서 지혜와 경륜을 가지고 몇 가지 난제를 푸는 데 역량을 발휘해주시면 좋겠다.”

향후 국회 원 구성 협상은 또 다른 뇌관으로 부상할 것이다. 협상 기준과 원칙은 무엇인가.

“일단은 그동안의 원칙과 관행을 살펴보겠다. 더불어 변화된 시대 정신과 국민 요구를 국회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도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대선 패배 후 첫 야당 원내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쇄신하고 반성하는 민주당에서 민생과 개혁에는 양보 없는 강한 민주당으로 거듭날 수 있게 하겠다. 하지만 검찰 사정 정국처럼 정치 보복과 반(反)개혁, 민생 후퇴에는 단호히 대응하겠다.”

-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cho.kyuhee@joongang.co.kr

202205호 (2022.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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