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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비권 행사 이은해·조현수, 검찰 진실 규명 가능할까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 ‘계곡 살인’ 피의자 도주 4개월여, 공개수배 17일 만에 검거
■ 법정에서는 구조 위해 노력했다며 살인 혐의 부인 가능성도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조현수씨가 4월 16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검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이들은 검찰 조사를 받던 지난해 12월 14일 잠적했고, 검∙경은 지난 3월 30일 이들을 공개 수배했다. 연합뉴스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계곡 살인’ 사건을 벌인 피의자 이은해(31)씨와 내연남 조현수(30)씨가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검찰 등에 따르면 이들은 4월 16일 검거 이후 검사와 수사관의 질문에 입을 닫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수사를 진행 중인 인천지검 형사2부는 지난 17일 전날에 이어 이·조씨를 인천구치소에서 불러 살인과 살인미수 등 혐의를 조사했다. 이들은 도주 4개월여, 공개수배 17일 만인 4월 16일 검찰에 붙잡혔다.

경찰의 CCTV 확인 결과 이들은 자신들의 얼굴이 연일 보도되는 상황에서도 숨어 지내던 오피스텔 밖에서 활보했을 만큼 대담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조씨가 은신했던 삼송역 일대는 상가 등이 밀집해 있고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검찰은 두 사람이 연루된 계곡 살인과 살인미수 2건,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미수 혐의 입증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다물고 있어, 아직은 수사에 큰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남편인 피해자 윤모씨의 누나는 “제 동생이 진심으로 대했을 그들이 동생을 그저 돈으로만 이용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가 막힌다”고 토로했다. 그는 “제 동생을 담보로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고 했던 짐승들을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다”며 “동생이 숨진 뒤 그의 명의로 된 보험금 지급이 거듭 미뤄지자 이은해가 직접 도움을 요청했다. 늦었지만 (이들이) 법으로 심판받을 수 있는 자리까지 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너무나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조씨가 받는 혐의는 총 4개다. 이 가운데 2019년 6월 30일 가평군 용소계곡 폭포 4m 높이에서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수영을 못하는 윤씨(당시 39세)를 뛰어내리도록 강요해 숨지게 한 게 핵심이다. 이씨가 윤씨 명의로 가입했던 보험금 만기 4시간을 앞둔 시점이었다. 경찰과 검찰은 4개월 동안 수사를 벌였으나 같은 해 10월 타살 혐의점이 없는 단순 변사로 내사 종결했다.

한 달 뒤 이씨는 남편의 보험금 8억원을 수령하겠다고 청구했다. 보험사는 수차례 효력 상실과 복구 사실을 확인한 뒤 사기를 의심하고 이씨의 청구를 거절했다. 그러자 이씨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억울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자칫 묻힐 뻔한 이 사건은 유족 지인의 제보로 재수사 선상에 올랐다.

향후 핵심은 검찰이 기소를 통해 법정에서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느냐다. 검찰은 당시 구조할 수 있었는데도 일부러 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이들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두 사람이 직접 윤씨를 살해한 건 아니지만, 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판단했다.


▎피해자 윤모씨의 누나가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 네이버 카페 화면 캡처
조력자 여부 등도 검찰 조사에서 밝혀내야 할 부분

그러나 검찰에서는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피의자들이 법정에서는 윤씨의 구조를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며 살인 혐의를 부인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조씨는 2019년 2월과 5월에도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용인의 한 낚시터 물에 빠뜨려 윤씨를 살해하려 한 혐의 등도 받는다. 해당 사건은 두 사람이 “이 정도 복어 피를 넣었는데 왜 사망하지 않았지”라며 나눴던 텔레그램, 윤씨 지인의 증언 등으로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이 조력자가 없는 데다 본인 명의의 신용카드 등을 사용하지 않고도 어떻게 도피 생활을 했는지도 검찰 조사 등을 통해 밝혀내야 할 부분이다.

이·조씨는 검찰 조사를 받던 지난해 12월 14일 잠적했다. 그러자 검·경은 지난 3월 30일 이 사건을 공개수배로 전환했다. 검·경 합동수사팀은 지난 16일 오후 12시 25분쯤 경기 고양시 덕양구 삼송동 한 오피스텔에서 두 사람을 검거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아버지의 설득으로 자수 의사를 전했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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