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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자식·금수저’… 文정부 이어 또 되풀이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 한동훈 ‘내로남불’, 정호영 ‘아빠 찬스’, 한덕수 ‘이해충돌’ 논란
■ “자칫 집권 초 레임덕 빠질라… 후보자 스스로 사퇴해야” 주장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4월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2차 내각 발표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윤석열 정부의 1기 내각이 출범 전부터 위기에 봉착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일부 내정자의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능력’만 보겠다는 윤 대통령 당선인의 인선 기준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의 인사검증 시스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퇴임 후 전관예우 성격의 고액 연봉과 고액 월세 의혹이 제기된다. 한 후보자는 공직 퇴임 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4년 4개월간 고문으로 일하며 18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아울러 1996년 석유개발공사가 주관한 해외 천연가스 개발 사업에 참여한 AT&T와 미국계 글로벌 정유사인 모빌(현 엑슨 모빌)의 한국 자회사 모빌 코리아에 자신의 집을 10년간 임대했다.

임대수익은 6억2000여만원으로 1989~1999년 사이 한 후보자는 상공부 산업정책국장·대통령 통상산업비서관·상공자원부 기획관리실장·통상산업부 통상무역실장 등을 역임했다. 한 후보자의 직무와 직책 등을 이유로 일각에선 고액 월세뿐만 아니라 ‘이해충돌’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후보자는 “통상산업부 재직 당시에 모빌사와 어떤 업무 관련성도 없어 이해충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경우 ‘전셋값’ 논란에 휩싸였다. 한 후보자는 본인과 배우자 명의의 서울 서초구 삼풍아파트 전세 보증금으로 임차인으로부터 17억5000만원을 받았다고 올해 신고했다. 지난해 해당 아파트의 보증금은 12억2000만원으로 1년 만에 43%나 올린 셈이다.

한 후보자는 현행 임대차 3법이 규정한 ‘전세금 5% 인상 제한’에 대해 신규 계약인 만큼 해당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 후보자가 전세 계약으로 현재 거주 중인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보증금은 지난해보다 5% 올랐다. 해당 법의 혜택을 받은 한 후보자가 타인에 대해서는 신규 계약이라는 이유로 보증금을 올린 만큼 ‘내로남불’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빠 찬스’ 의혹이 불거진 정호영 복지부 장관의 경우 두 자녀 의대 편입학·아들 병역 특혜가 논란의 핵심이다.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고위직 재직 시절, 딸과 아들이 경북대 의대 특별전형에 합격했으며 아들의 경우 2010년 첫 신체검사에서 2급 현역 판정을 받았다가 2015년 재검에서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 해당 검사와 진단은 경북대병원과 병무청에서 진행됐다. 정 후보자는 기자회견을 자처하며 “국회에서 의료기관을 지정하면 검사와 진단을 다시 받아보겠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금수저 학생 조사’로 비판받는다. 김 후보자가 한국외대 총장 취임 이듬해인 2015년, 외대는 재학생과 휴학생 부모 가운데 2급 이상 고위공무원과 국회의원, 의사, 법조계 인사 등을 전수조사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해 12월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배우자 김건희씨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고 사과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증 시스템 엉망일까, ‘고무줄 잣대’ 적용됐을까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전셋값·자식·금수저’ 논란을 두고 윤 대통령 당선인의 인사 기준과 인수위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오른다. 인수위와 국민의힘은 후보자 의혹을 두고 “불법은 없었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4월 18일 월간중앙 전화통화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인사검증 논란 이후 34번의 임명 강행을 하면서 내세웠던 게 ‘불법은 없었다’였다”며 “그런데 차기 정부에서도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 국민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고 지적했다. 이 평론가는 “국민이 윤 당선인을 선택한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공정과 상식을 지켜줄 것’이란 기대감인데 현재 상황은 전혀 그렇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은 최소한의 인사검증 시스템으로도 확인 가능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월간중앙에 “후보자 의혹들은 ‘팩트’와 관련된 사안들로 확인이 어렵지 않다”며 “인사검증 시스템이 부실해도 충분히 포착 가능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만약 검증 과정을 거쳤다면 시스템이 엉망인 것”이라며 “현재 상황은 어찌 보면 윤 당선인이 본인에게 맞는 사람을 인사 기준으로 삼다 보니 검증은 안 되고 ‘고무줄 잣대’가 적용되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윤 당선인의 의지가 크게 반영된 첫 내각이 ‘취임덕(취임+레임덕)’을 자초할 수 있는 만큼 후보자들의 사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평론가는 “안 그래도 윤 당선인의 지지율이 낮아 어떤 방식으로든 끌어올려야 국정운영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윤 당선인에게 바랐던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않으면 이례적으로 정권 초기부터 레임덕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첫 낙마자가 누가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사퇴론’까지 제기됐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을 수도 있고 본인이 굉장히 억울할 수도 있지만 자진해서 사퇴해 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정치평론가는 “‘윤석열의 지기·친구’라고 하는 분들이 윤 당선인을 위해서라도, 혹은 친구를 위해서라도 사퇴를 결심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cho.kyu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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