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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인수위, 부동산 정책 발표 늦어지는 세 가지 이유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 혼선 최소화, 인사청문회 앞두고 인수위 발표 ‘신중론’ 대두
■ 우선 과제 해결, 주택 공급 막는 ‘건자재 값 상승’ 대책 마련 돌입
■ 여소야대 극복, 인수위 “여당 받아들일 수 있는 안부터 해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국민의힘 예비 대통령 후보이던 지난해 8월 2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부동산 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 정부가 종합적이고 최종적인 결론을 발표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의견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내부에서) 대두 중이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이 4월 1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기자회견장에서 한 말이다. 이로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구상을 담은 새 정부 부동산 정책은 정부 출범 이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는 이르면 이번 주 부동산 종합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됐다. 원 수석부대변인은 4월 15일 브리핑을 통해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인수위의 입장이 어느 정도 정리됐고 취합 단계”라며 “최종 컨펌(확정)만 남은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인수위는 돌연 ‘신중론’을 꺼내 들었다. 정치권과 부동산 업계에서는 인수위의 신중론 전환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보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원희룡(왼쪽) 기획위원장과 추경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간사가 4월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원회에서 제6차 전체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로 시장 들썩

인수위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언급하며 정책 발표 시기가 늦어지는 이유를 설명했다. “청문회 과정에서 중복되거나 수정된 메시지가 전달됨으로써 시장에 혼선을 가져올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원 수석부대변인은 “새 정부가 발표하는 게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신호)을 주지 않는 최상의 방식이라는 의견이 (인수위 내부에서) 대두됐다”고 말했다.

종합하면 인수위는 부동산 정책 발표를 위한 준비를 마쳤으나, 문재인 정부와 다른 기조의 부동산 정책이 가져올 시장 충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발표 시점을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늦췄다는 뜻이 된다.

부동산 시장은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 정부의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기조에 대한 기대감으로 서울 강남권과 1기 신도시(분당·평촌·일산·산본·중동) 일부 지역에서는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일례로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4월 둘째 주(11일 기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아파트 매매 가격은 11주 만에 상승세로의 전환이다.


▎전임 조합 집행부가 체결한 공사비 증액 계약을 두고 조합집행부와 시공단이 갈등을 빚고 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공사가 4월 15일 0시부로 전면 중단됐다. 연합뉴스
건자재 값 상승 → 주택 공급 차질 우려

건자재 값 상승 역시 인수위가 부동산 정책 발표를 늦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최근 철근·콘크리트 등 건축에 필요한 자재의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시멘트업계 1위인 쌍용 C&E는 최근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와 1종 시멘트 가격을 t당 7만8800원에서 9만8000원으로 15.2% 올리기로 합의했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불안 때문이다. 시멘트 생산에 필요한 유연탄 물량의 75%를 러시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내 업체는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0년 t당 평균 70달러 수준이었던 유연탄 가격은 최근 330달러를 웃돌고 있다.

인수위는 건자재 값 상승이 새 정부의 부동산 공급 기조를 방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체 공사비의 30%에 육박하는 건자재 값이 오르면 건설 공사가 지연되고, 이는 공급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일례로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1만2032가구)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중단의 원인 중 하나로 건자재 값 상승이 꼽힌다.

대한건설협회는 3월 28일 자재 수급 불안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달라며 정부에 건의문을 제출한 상태다. 한국감정평가학회장인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건자재 값 상승을 내버려 두고 집값 상승을 막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라며 “인수위는 국토교통부뿐만 아니라 다른 부처와 협력해 건자재 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방법을 하루빨리 찾고자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4월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여당(더불어민주당)이 받아들일 수 있는 안으로 하나씩 할 일을 해나가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진 인수위사진기자단
새 정부 주안점, 주택 공급 〉 규제 완화

인수위가 여소야대로 인해 부동산 정책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하기 힘든 점 역시 정책 발표가 늦어지는 원인으로 꼽힌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4월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치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항상 대화와 타협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당이 받아들일 수 있는 안으로 하나씩 할 일을 해 나가자는 생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 인수위는 부동산 정책 발표뿐만 아니라 여야가 파열음을 낼 가능성이 높은 정부조직법 개편, 추가경정안 제출 등을 정부 출범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새 정부가 임기 초반 법 개정이 필요한 규제 완화보다 주택 공급에 주안점을 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각종 규제로 억눌려왔던 부동산 시장은 조그만 자극에도 요동칠 것이다. 정책이 실현되기까지는 한참 남았는데, 부동산 민심은 인수위 발표에 즉각 반응할 수 있다”라며 “인수위가 부동산만큼은 완벽에 가깝게 설계해 발표해야 한다. 하지만 국회 인사청문회 때 어떤 논란이 일어날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기 때문에 신중론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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