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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NEW리더] 윤석열-이준석 가교, 박성민이 말하는 당청 소통론 

“첫째 목표는 윤석열 정부 성공… 그다음? 당연히 이준석의 성공”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선배 통해 윤석열 당선인 소개받아… ‘친윤계’ 당대표 비서실장으로
“4·3 추념식 ‘尹-李 동행’ 기획해 건의했더니 당선인이 기꺼이 승낙”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이 4월 5일 인터뷰에서 “새 정부에 도움 되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라도 마다치 않겠다”고 말했다.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을 전투병이라고 일컫는다. 전쟁터나 마찬가지인 선거판이 열릴 때면 조직 부문을 도맡아 직접 현장을 뛰어다녔기 때문이다. 대선 기간 당이 박 의원에게 윤석열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조직1본부장을 맡긴 건 이러한 박 의원의 성향과 경험을 높게 봐서다.

당은 박 의원에게 새로운 임무를 맡겼다. 최근 국민의힘은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박 의원을 이준석 대표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전투병에게 보좌역은 분명 낯선 자리다. 이에 박 의원은 비서실장 제의를 한 차례 고사했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설득에 새로운 임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새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제가 잘하는 것만 고집해서는 안 되고 당에서 원하는 역할에 저를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박 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친윤계 인사로 꼽힌다. 윤 당선인이 검사 시절부터 알고 지낸 몇 안 되는 정치인이 바로 박 의원이다. 정치권이 당대표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박 의원에게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박 의원은 ‘윤석열-이준석’ 소통의 주요 채널로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월간중앙은 4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박성민 의원실에서 당청 소통론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국회의원으로 일한 지 2년이 지났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는다면?

“3월 10일 새벽 대선 승리를 확정 지었을 때다. 그날은 내 정치 인생에서 가장 뜻깊은 날이기도 하다.”

대선을 치른 소감을 말해달라.

“우리 당이 정권 교체라는 국민의 염원을 모아 큰 표차로 승리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결과적으로 0.7%p 차이밖에 나지 않아 조금 놀랐다. 선거 막판 더불어민주당의 조직적인 공세 탓도 있겠지만, 국민이 우리 당과 당선인에게 보내는 엄중한 시선이라고 생각한다. 윤 당선인은 노태우 정부 출범 이후 최초의 선출직 경험이 없는 비정치인 출신 대통령 당선인이다. 그런 윤 당선인에게 거는 국민의 기대가 큰 만큼 우리 당이 느끼는 부담도 크다. 이러한 기대와 부담을 모두 가슴에 안고 새 정부의 성공을 위해 뛰겠다.”

“대선 0.7%p 차이 승리, 사실 놀랐다”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친윤계’ 인사로 꼽힌다. / 사진:박성민 의원실
윤 당선인의 초반 국정 운영 방향을 어떻게 예상하나?

“윤 당선인은 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회복을 강조해왔다. 경제를 살려 일자리를 만들고, 청년에게 희망도 만들어주자는 얘기를 자주 했다. 이번에 윤 당선인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선택한 이유도 결국 대한민국 경제 살리기에 중점을 둔 것이라고 생각한다.”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직을 내려놓은 지 370일, 정치에 입문한 지 8개월 만에 대선에서 승리했다. 이 과정에서 ‘120시간 근로’, ‘부정식품 허용’ 등 설익은 발언을 내놔 불안한 정치 신인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윤 당선인의 짧은 정치 경험을 근거로 국정 운영 능력을 의심한다.

“윤 당선인은 공직 생활에 오래 몸담으며 그동안 조직원들에게 신뢰받아왔다. 그건 윤 당선인이 열린 마음으로 조직원들에게 다가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기질을 잘 살려 참모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 국정 운영 역시 잘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개인적으로 정직·공정하고 국민만을 바라보는 자세를 가진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윤 당선인의 오랜 친구로서 그러한 자질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보증한다.”

윤 당선인과는 어떻게 가까워졌나?

“윤 당선인 학교 선배가 나와 막역한 사이인데, 윤 당선인이 검사로 있던 시절 우연한 계기로 소개를 받았다. 윤 당선인이 내 또래(윤석열 1960년생, 박성민 1959년생)고, 식성과 성격도 비슷해 술 한잔 기울이며 대화하다 보니 서로 통하는 점이 많아 금세 친해졌다.”

국민의힘은 3월 24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서범수 의원의 울산시장 출마로 공석이 된 당대표 비서실장에 ‘친윤계’인 박 의원을 임명했다. 정치권은 당청 소통의 채널로서 박 의원을 주목하고 있다.

윤 당선인과 이 대표를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봤다. 두 사람 스타일의 차이는?

“윤 당선인은 특수부 검사 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지 눈치가 빠르고 감이 매섭다. 그래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는 신속히 추진하는 스타일이다. 반면에 이 대표는 조금 진중한 스타일이다. 이건 각자가 맡은 역할에서 비롯된 차이이기도 하다. 당대표는 정치권 선배나 원로들의 의견을 듣고 일을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윤석열-이준석, 생각 공유하는 것 많아”


▎국민의힘은 3월 24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서범수 의원의 울산시장 출마로 공석이 된 당대표 비서실장에 박성민 의원을 임명했다. / 사진:박성민 의원실
처음에는 당대표 비서실장 제의를 고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제의를 받았을 때 제가 웃으며 ‘지금까지 살면서 동창회 총무도 한번 안 해봤다. 비서는 제 스타일과는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지역구(울산 중구) 초선 국회의원이라 지역에서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일도 많아서 다른 분이 비서실장을 맡는 게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예상치 못한 제의였나?

“저는 스스로 최일선에서 뛰는 전투병이라고 생각한다. 당선인에게도 ‘이번 대선이 끝나면 다음 전투를 위해 본래 자리로 돌아가겠다’고 말했었다. 선거에서 주로 조직을 담당해왔고, 이번 대선에서도 중앙선대위 조직1본부장을 맡았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지금껏 살아왔는데, 비서실장 제의를 예상할 수 있었겠나? 제의를 받았을 때 사실 부담스러웠다.”

어떤 계기로 마음을 바꾸게 됐나.

“당 대표 비서실장을 고사한 날, 윤 당선인이 전화를 걸어와 제게 ‘새 정부를 위한 길이니 한 번 더 고민해달라’고 말했다. 생각해보면 이번 대선이 끝이 아니라 새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곧 있을 지방선거 승리가 매우 중요하지 않나. 이 대표를 중심으로 우리 당 구성원 모두가 똘똘 뭉쳐 달려야 하는 시점에 제가 잘하는 것만 고집해서는 안 되고, 당에서 원하는 역할에 나를 맞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 정부에 도움 되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라도 마다치 않겠다.”

당대표 비서실장으로서 한 일 가운데 기억에 남는 일은?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을 전후로 윤 당선인과 이 대표가 대화를 나눌 시간을 마련한 일이다. 두 분이 제주 4·3 평화공원까지 1시간여 차를 타고 이동하며, 추념식이 끝나고는 전용기 안에서 아주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당초 계획에는 이런 자리가 없었지만, 제가 윤 당선인 측에 요청했고 당선인도 기꺼이 받아주셨다. 이 대표도 매우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며 흡족해했다. 제 첫째 목표는 새 정부의 성공이고, 둘째는 이 대표의 성공이다. 이 대표가 성공적으로 임기를 마칠 수 있도록 잘 보좌하겠다.”

이 대표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간 설전이 연일 화제다. 이 대표가 장애인 이동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지하철 시위에 나선 전장연을 비판하자, 전장연은 이 대표의 사과를 요구하며 맞섰다.

이 대표와 전장연 간 갈등을 어떻게 보고 있나?

“우선 이 대표가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의 처우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애쓰는 분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이 대표는 단지 바쁜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 운행을 막은 전장연의 시위 방식을 지적한 거다. 어떻게 보면 다른 방식으로 시위해달라는 권유나 조언에 가깝다. 이 대표의 말이 마치 장애인을 혐오하는 것처럼 와전됐는데, 사실과 다르다.”

울산의 새로운 먹거리 ‘수소산업’ 육성에 전력할 터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은 4월 5일 인터뷰에서 “울산에 필요한 국비가 내년도 국가예산안에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발로 뛰겠다”고 다짐했다.
이준석-전장연 간 설전은 당내에서도 논란의 대상이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전장연 시위 현장에 참석해 “정치권을 대신해 제가 대표로 사과한다”며 무릎을 꿇었고,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전장연을) 조롱하거나 뗏법이라고 무조건 비난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이 대표를 비판한 바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이 대표의 대응을 지적하는 사람이 있다.

“우리 당에서 장애인을 대표하는 일부 의원들이 조금 더 이성적으로 당과 전장연 사이를 중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전장연의 시위 방식을 분리해 바라봐야 하는데도 일부 의원들이 이를 하나로 묶어서 발언해 마치 이 대표가 장애인을 공격하는 것처럼 국민에게 비치고 있다. 이러한 일부 의원의 발언이 오히려 당과 장애인 사이에 마음의 벽을 만들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이번 사안에 대한 박 의원의 입장은?

“나는 이 대표의 말에 공감하고, 이 대표 생각이 옳다고 본다.”

박 의원은 ‘울산 지방자치’의 산증인이다.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시작으로 7회까지 줄곧 울산 중구에서 정치를 해왔다. 2011년부터 2018년까지는 울산 중구청장을 역임했다. 21대 국회에 입성해서는 구도심인 울산 중구의 발전을 위해 국회국토교통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맡고 있는 상임위원회 이외에 꼭 해보고 싶은 상임위가 있다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자기 지역의 숙원 사업 해결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울산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산업수도지만,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로 지금은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울산 중구의 재개발·재건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리고 도로·철도 같은 인프라 확충을 위해 국토위에서 활동했는데, 가능하다면 울산 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산자위에서도 일해보고 싶다.”

울산의 미래 먹거리는 무엇이라 보나.

“수소 자동차, 수소 선박, 배터리 산업과 같은 수소산업이다. 조선·자동차와 같은 울산의 노동 집약형 산업은 근로·투자 여건의 변화로 점차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기술 집약형으로 가야 한다. 새 정부와 긴밀히 소통해 울산에 필요한 국비가 내년도 국가예산안에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발로 뛰겠다.”

- 글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 사진 신인섭 기자

202205호 (2022.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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