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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UP] 음식 모형 제작 공방 ‘미라지 모형’ 

“음식은 모형이지만 정성은 가짜가 아니랍니다” 

정준희 기자
실제 음식 본뜨고 색 입혀서 진짜보다 실감 나게 만드는 게 노하우
모형 하나 제작에 꼬박 한나절, 25년 전문가도 한 달에 50~60개뿐


▎음식 모형 제작 경력 25년 차 구자선 실장이 만든 갈비탕 모형.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한 그릇을 만드는 데 6시간 이상의 시간이 든다.
큼직하고 통통한 갈빗살이 향긋한 육수를 가득 머금었다. 푹 고아 낸 국물에 육향이 우러나오는 듯하다. 몸에 좋은 인삼, 대추, 은행도 푸짐하게 얹었다. 이제 후추 살짝 뿌리고 뜨끈한 국물부터 한 숟갈 떠볼까.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이 갈비탕은 진짜가 아니다. 음식 모형 제작·디자인 전문업체 ‘미라지 모형’에서 만든 모형이다.

“제품이 아니라 작품이라 생각하며 만들죠. 제 열정과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걸요.” 갈비탕 모형을 만든 구자선 실장의 말이다. 음식 모형 제작 경력 25년인 그는 못 먹는 요리를 만드는 요리사다. 삼계탕, 간장게장 등 어떤 음식이든 감쪽같이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들어낸다. 기계를 이용해 대량생산할 것 같지만, 음식 모형은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수작업에 주문 제작이다. 구 실장처럼 숙련된 작업자도 한 달 동안 50~60개 정도 만든다. 수많은 작업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실제 요리 이상의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음식 모형 제작 첫 단계는 성형 작업으로 재료의 형태를 만드는 일이다. 실제 음식 재료 위에 액상 실리콘을 부어 굳힌다. 실리콘이 굳은 뒤 음식 재료를 빼내면 빈 공간이 있는 틀이 만들어진다. 이 공간에 다시 액상 합성수지를 붓고 오븐에 구우면 실제 음식과 아주 유사한 모형이 탄생한다. 이렇게 만든 모형을 가위나 그라인더, 드라이기 등 각종 도구를 이용해 더 정교하게 다듬는다.

착색은 맛이 없는 모형에 ‘맛’을 부여하는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구 실장은 압력과 농도를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는 에어브러시로 부대찌개 모형에 올라갈 소시지, 표고버섯 등을 채색했다. 그는 “모형에 에어브러시로 소묘를 한다고 생각하면 편하다”고 설명했다. 착색이 끝나면 각 모형을 조립해 하나의 온전한 음식 모형을 만드는 ‘몰이’ 작업을 한다. 부대찌개에 새빨간 국물을 붓고 고춧가루를 올리는 등 화룡점정을 찍으면 마침내 모형이 완성된다.

음식 모형 한 개를 만들면 한나절이 훌쩍 지나간다. 구 실장이 이날 부대찌개 한 그릇을 만드는 데만 약 6시간 걸렸다. 실제 부대찌개를 만들기 위해 걸리는 시간이 30분 남짓인 걸 생각했을 때 엄청난 정성이다. 작업자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음식 모형은 푸드 코트, 교육 현장, 전시장 등 다양한 곳에서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깜빡 속을 만큼 정교한 음식 모형을 마주치면 그 속에 담긴 누군가의 땀과 정성을 떠올리며 ‘작품’을 감상해보면 어떨까.


▎한 작업자가 착색을 마친 음식 모형 표면에 코팅제를 뿌리고 있다. 코팅제는 긁힘과 부식, 탈색을 방지하고 음식 모형에 윤기를 더한다.



▎칵테일 새우 모형을 만들기 위해 틀에 액상 합성수지를 붓고 있다.



▎인천 연수구에 있는 미라지 모형에서 작업자들이 음식 모형을 제작하고 있다.



▎착색을 마친 재료를 적절하게 배치해 온전한 음식 모형으로 만든다.



▎곱창전골, 돌솥밥 등 미라지 모형에서 제작한 다양한 음식 모형.



▎생크림 크로플 모형에 에어브러시로 색을 입혀 사실적으로 재현하고 있다.



▎다양한 고추 모형들. 자주 사용하는 모형은 미리 여러 개를 만들어놓기도 한다.
- 사진·글 정준희 기자 jeong.junhee@joongang.co.kr

202205호 (2022.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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