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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쇼핑몰’ 유치 공약 쏟아내는 민주당 후보들의 속내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 지역 핫이슈, 광주 넘어 전북·전남 예비후보도 앞 다퉈 제시
■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2030·중도층 표심에 어필하려”


▎강기정(오른쪽)·이용섭 더불어민주당 광주시장 예비후보는 복합쇼핑몰 유치에 대해 소상공인·자영업자와의 상생을 전제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소속 호남 지역 예비후보들이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를 이번 6·1 지방선거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제20대 대선 당시 민주당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을 비판했던 때와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민주당 광주시장 경선 후보인 강기정·이용섭 예비후보는 4월 19일 광주 KBS 주관 토론회에 참석해 복합쇼핑몰 유치에 대해 소상공인·자영업자와의 상생을 전제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 예비후보는 “쇼핑몰 관련 대기업 2곳의 임원들과 만났는데, 이들이 많은 요구를 하고 의지를 보여 왔다. 만약 시장 후보가 되면 복합쇼핑몰을 잘 유치해 만들어내겠다”고 말했으며, 이 예비후보는 “대선 정국에서 화두가 되기 전인 지난해 8월부터 (복합)쇼핑몰 유치를 검토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광주 지역 언론은 “광주시장 예비후보들이 복합쇼핑몰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건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새로운 변화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하고 있다.

복합쇼핑몰 유치 바람은 광주를 넘어 호남 지역 전체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전남 교육감 출신의 장만채 순천시장 예비후보는 “면세점 형태의 복합쇼핑몰을 유치하는데 사활을 걸겠다”고 말했으며, 권오봉 여수시장 예비후보도 “여천역세권 개발사업에 포함된 대형쇼핑시설 부지에 대기업 쇼핑몰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우범기 전주시장 예비후보 역시 “원정쇼핑에 따른 막대한 자금 역외유출을 막고 지역경제의 새로운 활기를 위해 대형 복합쇼핑몰 유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복합쇼핑몰 유치는 그간 광주 지역 일부 소상공인과 시민단체, 정치권의 반대로 무산돼왔다. 대선 레이스가 한창이던 2월 16일 윤석열 후보가 광주 송정매일시장을 방문해 “광주에 복합쇼핑몰을 짓겠다”고 공약했을 때도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을(乙)지키는민생실천위’는 “상생과 연대의 광주 정신을 훼손해 표를 얻겠다는 알량한 계략”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민주당 광주 지역 국회의원 역시 “(윤석열 후보가) 전통시장 상인들 앞에서 대기업 복합쇼핑몰 유치를 말하는 몰염치만이 문제가 아니다”라며 “광주의 지역 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2월 16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광주 광산구 송정매일시장에서 열린 ‘호남의 발전 책임지는 약속!’ 유세에서 “광주에 복합쇼핑몰을 짓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시민 10명 중 7명 “복합쇼핑몰 유치 찬성”

하지만 대선 결과 호남 지역 표심은 민주당의 생각과 다르게 나타났다. 윤 후보는 역대 보수정당 대선후보 최초로 호남 3곳에서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했다(전북 14.42%, 광주 12.72%, 전남 11.44%). 정치권은 윤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맞상대였던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를 0.7%p 득표율 차로 누르고 당선될 수 있었던 원인 가운데 하나로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을 꼽는다.

복합쇼핑몰 유치를 원하는 호남 민심은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뉴스1]광주전남본부 등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광주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4월 18~19일 실시하고 2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복합쇼핑몰 유치 찬성이 68.2%, 반대 26.2%, 모름이나 응답 거절 5.6%로 나타났다.

민주당 소속 호남 지역 지방선거 예비후보들은 20·30세대와 중도층 표심을 고려해 복합쇼핑몰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18~29세 87.7%, 30대 86.3% 등 20·30세대에서 복합쇼핑몰 찬성률이 높게 나왔다(60세 이상 찬성률 62.8%, 40대 58.9% 50대 51.4%). 정치 성향별로는 ‘중도’와 ‘보수’의 찬성률이 각각 78%와 74.2%, ‘진보’는 59.9%로 조사됐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그간 호남 지역에서는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면 소상공인은 힘들어진다’는 진보정당 중심의 정치 논리가 지배했었지만, 6·1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우리 지역에도 복합쇼핑몰이 있어야 한다’는 경제·민생 논리가 20·30세대와 중도층을 중심으로 크게 부각되고 있다”며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호남에 복합쇼핑몰 유치라는 화두를 던졌고, 이게 호남 지역 20·30세대와 중도층의 마음을 흔든 결과”라고 분석했다.

-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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