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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중의 뮤지컬 오디세이(11)] 엄마와 딸의 진정한 행복 찾기 '맘마미아!' 

“진정 알고 싶었던 건 ‘내가 누구인가’였구나” 

소피의 아빠 찾기에서 시작, 모든 인물의 행복 찾기로 귀결
일반적 뮤지컬과 달리 친근한 노래 활용해 관객 귀 즐겁게


▎스웨덴의 전설적인 그룹 아바의 히트곡으로 만든 뮤지컬 [맘마미아!]는 공연 때마다 대박을 보장하는 뮤지컬 블루칩으로 자리매김했다. 뮤지컬 [맘마미아 2019]에서 홍지민(타냐·앞줄 왼쪽부터)·최정원(도나)· 박준면(로지)의 열창 장면. / 사진:신시컴퍼니
'맘마미아(Mamma Mia)!’는 놀라거나 당황할 때 자기도 모르게 입에서 나오는 서양 감탄사다. 우리말로 하면 ‘엄마야!’, ‘세상에!’의 뉘앙스다. 국내 공연에선 글자 수를 맞춰 ‘어쩜 좋아!’로 번역했다.

스웨덴의 전설적인 그룹 아바(ABBA)의 히트곡으로 만든 뮤지컬 [맘마미아!]는 1999년 런던 프린스에드워드 극장에서 초연됐다. 결과는 ‘맘마미아!’였다. 이후 20여 년간 전 세계 400여 도시에서 7000만 명 이상의 관객이 관람했고, 매출은 30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04년 초연 이후 중장년 관객을 불러 모으며 공연 때마다 대박을 보장하는 뮤지컬 블루칩으로 자리매김했다.

[맘마미아!]는 2008년 아만다 사이프리드, 메릴 스트립, 피어스 브로스넌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돼 역시 큰 성공을 거뒀다. 사실 이 영화를 먼저 보고 뮤지컬을 본 관객도 많다.

어렸을 때 누님 덕분에 순정만화를 꽤 읽었다. [캔디 캔디]를 비롯해 [올훼스의 창], [유리 가면], [아르미안의 네 딸들], [북해의 별], [이오니아의 푸른 별], [별빛 속에] 등이 기억에 남는다. 굉장히 재미있기는 했는데, 한 가지 이해하기 힘든 사실이 있었다. 다름 아닌 순정만화에서 묘사된 남자들의 캐릭터였다.

그들은 대개 ‘롱다리’였고, 꽃미남들이었다. 머리칼만 제대로 그려 넣으면 그대로 여자인 인물이 많았다. 외모야 뭐 만화니까 그렇다고 칠 수 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그들의 성격이었다. 섬세하고, 다정다감하고, 욕도 안 하고…. 왠지 몸에 털도 없을 것 같았다.

이상하다? 나도 그들과 같은 남자인데 왜 이렇게 다를까? 나뿐만 아니라 친구나 아는 형, 동생 중에서도 이런 남자를 본 적이 없는데…. 이 인물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까. 머나먼 은하계에서 온 것일까, 아니면 현실에 존재하긴 하는데 아직 만나보질 못한 것일까.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진실’을 알게 됐다. 그들은 여성 작가와 여성 독자들의 로망이 만들어낸 판타지였다. 현실에선 하도 ‘말도 안 되는 마초’가 많아서, 만화에서라도 그들이 원하는 남성성의 요소를 결합해 가공의 존재를 탄생시킨 것 같다.

[맘마미아!]를 처음 봤을 때 ‘뭐지, 이 친숙한 분위기는?’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 전체에 흐르는 부드럽고, 평화롭고, 온화한 분위기…. 그것은 바로 그 옛날 읽었던 순정만화의 ‘여성성’과 비슷했다.

도나와 소피, 주인공부터 여자들이다. 도나의 친구들인 수다스러운 아줌마 타냐와 로지도 비중 높은 조연들이다. 물론 남자들도 등장한다. 도나의 옛 남자 친구들인 샘과 해리, 빌이 바로 그들이다. 그런데 이 남자들, 젠틀하고, 유머 감각 풍부하고, 건축가에 은행가에 작가에…, 사회적 지위도 괜찮고 당연히 마초도 아니다.

답은 의외로 쉬운 곳에 있었다. 알고 보니 [맘마미아!]의 핵심 크리에이티브 멤버가 죄다 여성이었다. 제작자 주디 크레이머를 비롯해 작가 캐서린 존슨, 연출 필리다 로이드 등 동갑내기 여성 3인방이 의기투합해 만든 것이 [맘마미아!]였다. 여성이 쓰고, 연출하고, 제작했으니 로코(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못지않게 섬세할 수밖에 없었다.

[맘마미아!]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제작자 주디 크레이머의 집념 덕분이었다. 1983년 크레이머는 ‘아바’의 멤버인 비오른 울바에우스와 베니 앤더슨을 만나 그들의 히트곡을 뮤지컬로 만들자고 제의했다. 당시 울바에우스와 앤더슨은 작사가 팀 라이스와 함께 뮤지컬 [체스(Chess)]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들은 크레이머의 제의를 썩 달가워하지는 않았지만 싫어하지도 않았다. 아바를 해체한 뒤 뮤지컬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끈질긴 설득 끝에 승낙을 얻은 크레이머는 1997년 캐서린 존슨을 작가로, 1998년 필리다 로이드를 연출가로 각각 영입했다. 마침내 핵심 진용이 꾸려졌다. 울바에우스와 앤더슨을 만난 지 10여 년 만이었다. 이들 재능 있는 여성 3명은 아이디어를 짜냈고 메가 히트작 [맘마미아!]를 세상에 내놓았다. 여성 3명이 힘을 모아 흥행 대박 뮤지컬을 탄생시킨 것은 뮤지컬 역사에 전무후무한 사건이었다.

동갑내기 여성 3인방의 힘


▎전설의 스웨덴 혼성 4인조 그룹 아바. 수많은 히트곡으로 전 세계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맘마미아!]는 기발한 발상에서 출발해 각 등장인물의 사연이 얽히고설키며 대혼란이 벌어지다가 피날레에서 모든 것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코미디다. 고전 시대 프랑스 작가 몰리에르(Moliere)류의 서양 전통 희극 패턴을 테크니컬하게 재활용했다.

무대는 그리스의 작고 예쁜 외딴 섬, 주인공은 그곳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도나와 스무 살짜리 딸 소피다. 소피는 한 동네 사는 총각 스카이와 곧 결혼식을 올릴 참인데, 문제가 하나 있다. 결혼식에 함께 입장할 아빠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소피는 우연히 엄마의 옛날 일기장을 훔쳐보고 놀라운 사실을 알아낸다.

처녀 시절 엄마에게는 남자 친구가 무려 3명 있었다. 바로 샘과 빌, 해리다. 따져보니 세 명 모두 자신의 아빠일 가능성이 있다. 소피는 이 세 명에게 엄마 이름으로 초청장을 보낸다. 도나의 친구이자 젊은 날 밴드 활동을 함께했던 타냐와 로지, 그리고 이들 세 명의 아빠 후보가 도착하면서 이야기는 본격 시작된다.

[맘마미아!]의 모든 사건은 이 아빠 후보가 3명이라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사건의 방아쇠 역할을 하는, 이 아빠 후보가 셋이란 발상은 기발하지만 사실 작위적인 느낌이 든다. [맘마미아!]를 처음 봤을 땐 솔직히 ‘에이, 좀 억지 아냐’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막이 오르고 10분이 채 흐르기도 전에 조금씩 심경의 변화를 느꼈다. 아바의 익숙한 노래들에 빠지다 보니 어느새 ‘소피의 진짜 아빠는 누굴까?’라며 드라마에 몰입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도나는 20년 만에 우르르 나타난 옛 남자 친구들 때문에 당황하면서도 타냐, 로지와 함께 딸의 결혼 준비를 서두른다. 그사이 소피는 아빠를 찾기 위해 열심히 ‘수사’를 펼친다. 샘과 빌, 해리를 만나 온갖 유도신문을 던진다. 그런데 정보를 캐면 캘수록 세 명 모두 엄마와 특별한 관계가 있었다. 모두 다 아빠 같다. 첫눈에 아빠를 알아낼 자신이 있었던 소피는 머릿속이 더 복잡해진다. 이 와중에 샘과 빌, 해리는 예쁜 소피가 자기 딸이라고 믿고 싶어지게 되고 결혼식장에 서로 입장하겠다고 다툰다.

엄마와 단둘이 사는 딸에게 ‘아빠 후보’는 세 명


▎2019 시즌에 돌아온 뮤지컬 [맘마미아!]에서 ‘Does your mother know?’ 장면을 연기 중인 홍지민(타냐)과 최원섭(페퍼). / 사진:신시컴퍼니
아빠 찾기에 슬슬 지칠 무렵, 소피는 깨닫는다. “아, 내가 진정 알고 싶었던 것은 ‘내가 누구의 딸인가’가 아니라 ‘내가 누구인가’였구나.” 약혼자 스카이에게 “아빠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내가 뭘 할 수 있겠냐고!”라며 투덜대던 소피는 이제 ‘나는 누구인가’라는 문제를 새롭게 깨닫는다. 생물학적 정체성에서 사회적·철학적 정체성으로 포커스가 이동한다.

이 사이 나머지 인물들에게 여러 행복한 일들이 벌어진다. 엄마 도나와 샘은 과거의 오해를 풀고 다시 사랑의 불씨를 되살린다. 하객으로 왔던 로지와 빌은 서로 마음이 통하게 되고, 타냐는 섬에 사는 젊은 총각을 애인으로 얻는다.

드디어 하이라이트인 결혼식 날. 도나는 자신조차 누가 진짜 소피의 아버지인지 모른다고 털어놓고, 소피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갑자기 결혼식을 중지시킨다. 소피의 마음을 이해하는 스카이는 이에 동의한다. 그렇다면 다차려 놓은 잔치는 이대로 끝날 것인가.

그렇지 않다. 핀치 히터가 나선다. 샘이 도나에게 기습적으로 청혼한다. 도나는 수줍게 샘의 손을 잡고, 주인공이 바뀐 결혼식은 성대하게 마무리된다. 소피는 스카이와 함께 자아를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소피의 아빠 찾기에서 비롯된 사건은 결국 소피의 자아 찾기, 나아가 모든 인물의 행복 찾기로 마무리된다. 강물이 모여 바다를 이루듯 다른 처지에 있던 여러 인물의 고민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하나의 주제로 수렴된다. 사건을 주도한 소피는 물론 도나, 타냐, 로지, 그리고 샘과 빌, 해리 모두 잊고 살던 자신의 참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한바탕 펼쳐지는 대소동을 중심으로 여러 인물과 사건들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다 마지막에 모든 것이 시원하게 해결되는 [맘마미아!]의 촘촘한 구성은 정말 흥미 만점이 아닐 수 없다.

[맘마미아!]는 순정만화나 로맨틱 코미디와 비슷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순정만화의 주인공들은 대개 백마 탄 왕자나 귀족의 자제, 재벌 2세들의 사랑을 원하는 수동적 성향이 있다.

반면 [맘마미아!]의 등장인물들은 적극적이고 진취적이고 활달하다. 남자와 여자는 동등한 독립적인 인간이다. 이런 민주적인 아이디어가 바탕에 깔렸기에 [맘마미아!]는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됐다. 40대 중년은 잊고 지내던 무언가를 찾고, 20대 청춘은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 떠난다. [맘마미아!]가 보여주는 인생의 모습이다.

[맘마미아!]는 새로 곡을 창작하지 않고 기존의 노래를 엮어 만든 주크박스(Jukebox) 뮤지컬이다. 언뜻 생각하면 주크박스 뮤지컬은 만들기 쉬워 보인다. 세상의 수많은 뮤지컬이 음악 때문에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은데, 이미 검증된 훌륭한 노래들을 갖고 시작하니 성공은 반쯤 떼어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게 그렇지 않다. 기존의 음악에 드라마를 얹는다는 게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뮤지컬 관계자들은 “차라리 새로 음악을 만드는 게 낫지 골치 아파서 못하겠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이미 완성된 노래라 변형하기도 힘들고, 그 노래들에 드라마를 끼워 맞춰야 하니 장면과 장면을 자연스럽게 잇기 힘들다.

그 점에서 [맘마미아!]는 정말 대단하다. 마치 아바가 이 뮤지컬을 염두에 두고 작곡한 것처럼 노래와 사건이 절묘하게 딱딱 맞아 떨어진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옛 ‘남친’들의 난데없는 출현에 도나는 아줌마가 된 지금의 모습을 보이기 싫어한다. 도나는 이때 ‘엄마야! 나 어쩜 좋아’란 심정을 담은 타이틀곡 ‘맘마미아!’를 부르고, 타냐와 로지는 당황해하는 도나에게 “너는 여전히 춤의 여왕이야. 아직 살아 있어”라며 ‘댄싱 퀸(Dancing queen)’을 통해 용기를 듬뿍 준다. 두 곡 모두 절묘한 타이밍에 집어넣었다. 무릎을 탁 치게 한다.

이뿐 아니다. 로지가 빌을 유혹하면서 부르는 노래는 ‘나를 잡을 기회를 줄게요(Take a chance on me)’이고, 섬에서 아들뻘 남자애와 사랑에 빠진 타냐가 부르는 곡은 ‘너 이거 네 엄마가 아니?(Does your mother know?)’다. 절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아바의 대표 히트곡인 ‘슈퍼 트루퍼(Super trouper)’는 도나와 로지, 타냐 트리오가 결혼 전야 파티에서 아바의 데뷔 초 스타일과 비슷한 옛날 공연 의상을 꺼내 입고 한바탕 신나게 무대를 휘젓는 장면에서 울려 퍼진다. 물론 세 친구는 젊은 날 아마추어 밴드 활동을 했던 멤버로 설정돼 있다.

스토리와 노래의 조화가 대단하지만, 그에 앞서 아바의 원재료들이 정말 좋다. 멜로디는 물론 가사도 기막히다. 언젠가 뮤지컬로 만들 것을 예상했는지 일상적이고 소소한 감정들을 솔직 담백한 노랫 말에 풀어낸 곡이 대부분이다.

스토리와 아바 음악의 절묘한 조화


▎영화 [맘마미아]에서 그리스의 작고 예쁜 외딴섬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엄마 도나(앞줄 왼쪽)와 스무 살짜리 딸 소피.
소피의 테마곡이자 이 작품의 주제를 내포하고 있는 ‘나는 꿈이 있어요(I have a dream)’가 대표적이다. 오프닝과 클로징에 쓰이는 이 곡은 아바가 1979년에 발표한 앨범 [불레 부(VoulezVous)]에 수록돼 있다. 이 작품이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게 1999년이니 당연히 소피와 뮤지컬 [맘마미아!]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나온 곡이다.

하지만 소피가 ‘언젠가 때가 왔다는 것을 알면 나는 시내를 건널 거예요. 난 꿈이 있거든요’라고 노래하면, ‘아빠가 누구인지 알아내기만 하면, 그래서 나를 괴롭혀온 인생의 큰 매듭 하나가 풀리기만 하면, 앞으로 뭐든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들린다. ‘머니 머니 머니(Money Money Money)’나 ‘김미 김미 김미(Gimme Gimme Gimme)’도 마찬가지다.

객석에 앉아 아바의 멜로디에 어깨춤을 추다 보면 어느새 뇌는 무장 해제돼버린다. [맘마미아!]는 객석에서 노래를 따라 불러도 되는 몇 안 되는 뮤지컬 중 하나라 시끌벅적한 콘서트장이 따로 없다. 거기에 코믹 감동의 드라마, 그리스 유명 관광지 산토리니를 연상시키는 지중해의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한 예쁘고 상큼한 회전 무대, 신나고 에너지 넘치는 춤까지 볼 수 있으니 2시간 반이 후딱 흘러간다.

한마디 더 덧붙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무대 세트다. 전형적인 회전무대인데, 도나의 모텔 내부였다가 한 바퀴 돌리면 외벽으로 변하는 단순한 구조임에도 하얀 벽 색깔이 푸른 바닷빛 배경과 조화를 이루며 지중해의 외딴섬 분위기를 물씬 풍겨낸다. 아이디어의 승리다.

주크박스 뮤지컬의 대유행 선도

[맘마미아!] 이전에도 주크박스 뮤지컬은 있었다. 그러나 주크박스 뮤지컬로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작품은 [맘마미아!]가 처음이었다.

[맘마미아!]의 대성공은 1990년대 관객들의 변화된 눈높이를 충족시킨 새로운 시도에 있었다. 다른 뮤지컬과 달리 처음 듣는 노래가 아닌 친근한 노래들(그것도 아바의!)을 활용해 관객의 귀를 즐겁게 했다. 그럼에도 드라마는 아기자기했다. 더군다나 모처럼 접하는 하이클래스 코미디였다.

또 빅4 뮤지컬과 같은 엄청난 스펙터클은 없었지만 아름다운 세트, 아바의 음악과 어울리는 복고풍 의상은 색다른 즐거움을 줬다. 뮤지컬 빅4나 디즈니 뮤지컬과는 완전히 다른, 특화된 뮤지컬을 선보여 관객에게 새로운 엔터테인먼트를 선사했다. [맘마미아!]는 뭔가 튀는 게 있어야 생존할 수 있는 세상의 트렌드를 잘 읽은 작품이었다.

[맘마미아!]가 공전(空前)의 히트를 거두자 2000년 이후 주크박스 뮤지컬 붐이 전 세계적으로 일었다. 해외에서는 퀸의 노래로 만든 [위 윌 록 유], 엘비스 프레슬리의 히트곡으로 만든 [올슉업], 빌리 조엘의 노래로 만든 [무빙 아웃] 등이 앞다퉈 나왔다. 국내에서도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비롯해 이영훈 작곡가의 노래로 만든 [광화문 연가], 김광석의 노래로 만든 [그날들]에 이르기까지 수십 편의 주크박스 뮤지컬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이 가운데 [맘마미아!]에 버금가는 성공을 거둔 작품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다수의 작품은 ‘가수의 인기에 의지했다’, ‘노래만 좋았고 드라마는 엉망’이라는 혹평에 시달려야 했다. 앞서 [맘마미아!]의 최초 발상이 작위적인 느낌이 든다고 했지만, 다른 주크박스 뮤지컬들은 아예 이야기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도 많았다.

뮤지컬은 음악과 드라마의 화학적 결합에서 완성된다. 주크박스 뮤지컬이건 일반 뮤지컬이건 마찬가지다. [맘마미아!]의 철저한 기획과 준비가 새삼 돋보인다.

※ 김형중 - 공연 칼럼니스트. 연세대와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20년 넘게 공연 담당 기자로 일했고 한국뮤지컬대상과 청룡영화상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무대예술의 경이로움을 글로 풀어내려고 애쓰고 있다. 쓴 책으로 [우리시대 최고의 뮤지컬 22]가 있다.

202205호 (2022.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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