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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 스페셜] 대한민국 ‘소통령’ 서울시장이 뭐길래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 제1회 지방선거부터 총 9명 배출… 민주당 5명·국민의힘 4명
■ 광역단체장 중 유일한 장관급, 정치적으로는 차기 잠룡 반열
■ 패할 경우 정치적 입지 크게 줄거나 정계 은퇴로 이어지기도


▎서울시장은 행정적으로는 장관급, 정치적으로는 대선후보급 반열이다. 여야 공히 서울시장 선거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고층에서 바라본 서울시 청사. 중앙포토
더불어민주당이 요란하다. ‘공천 배제→반발→공천 배제 취소 및 경선 결정’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극심한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민주당 전략공천위원회는 4월 19일,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한 송영길 전 대표와 박주민 의원의 서울시장 공천 배제를 전격 결정하고, 이에 대한 추인(推認)을 당 비상대책위원회에 요청했다. 그러자 송 전 대표와 박 의원은 즉각 반발했다. 여기에 박지현 공동 비상대책위원장과 원외 인사인 손혜원 전 의원 등까지 가세하면서 민주당은 ‘쑤셔놓은 벌집’이 됐다.

파문이 커지자 민주당은 송 전 대표와 박 의원에 대한 공천 배제 결정을 이틀 만에 번복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지난 21일 “서울시장 후보는 100% 국민 경선으로 (선출)한다”면서 “결선투표를 실시하고 TV 토론을 1회 이상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송 전 대표와 박 의원 두 사람에 대한 배제 없이 이들을 포함해 22일까지 추가로 후보를 영입하고 거기에서 적정한 수의 후보를 경선(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송 전 대표 등에 대한 공천 배제 결정은 ‘없었던 일’이 됐지만, 후유증까지 함께 없어진 건 아니다. 당내에서는 “누가 서울시장 후보가 되든 뒤탈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설상가상 본선 전망이 밝은 것도 아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에서 누가 나가도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현 시장이 양자 가상 대결에서 여유 있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의 의뢰로 4월 14~15일 서울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8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양자 가상 대결에서 송영길 37.1% 대 오세훈 50.8%, 이낙연 35.0% 대 오세훈 49.2%로 나타났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4%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 당시 모습. 이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임기 1년여 후인 2007년 대선에서 여당 후보인 정동영을 532만 표차로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중앙포토(왼쪽) / 2000년 5월 17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 건설 현장을 보고 있는 고건(왼쪽) 서울시장. 중앙포토
가상 대결, 민주당 누가 나오든 오세훈이 앞서

이낙연 전 대표는 당내 일각에서 차출설이 고개를 들자 언론에 “서울시장 출마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민주당 지도자 등 몇 분께 말씀드린 바 있다”며 다시 한번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패배 직후부터 수차례 “미국 연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이 전 대표는 친문(친 문재인)계의 지원을, 송 전 대표는 친명(친 이재명)계의 지원을 받는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 전 대표 수차례 손사래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장 후보 공천을 두고 친문과 친명이 정면충돌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여론조사 결과만 보면 선거가 쉽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여론조사가 전부는 아니다”며 “윤석열 당선인의 취임(5월 10일) 3주 후 선거가 치러지는데, 그 3주 동안 새 정부가 결정적인 ‘헛발질’을 한다면 판세는 안갯속으로 빠져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당에서는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구주류인 친문과 신주류 친명이 서로 후보를 내겠다고 다투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며 “더구나 지방선거는 투표율이 낮기 때문에 지지층 결집이 어떤 선거보다 중요하다. 여론조사만 보면 우리가 뒤지는 걸로 나오지만, 뒤집지 못할 이유도 없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와 민주당 한명숙 후보가 맞붙었던 2010년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선거일 2주 전쯤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가 10~20%p 차로 여유 있게 앞서며 낙승을 예고하는 듯했다. 그러나 막상 투표함을 열어보니 오 후보(47.4%)가 한 후보(46.8%)에게 0.6%p 차로 간신히 이겼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4월 19일 서울 관악구 신림선 서원역을 방문해 열차 내 장애인 편의시설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 못지않게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

그렇다면 대한민국 ‘소통령’ 서울특별시장은 어떤 자리이길래 지방선거 때마다 정치권이 홍역을 치르는 걸까. 여야 공히 서울시장 선거를 대선 못지않게 중요하게 여기고 전력투구하는 이유는 뭘까. 대선주자급 거물들이 서울시장 선거에 눈독을 들이는 건 왜일까.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지방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한 광역단체장 예비 후보의 말이다. “엄밀히 말하면 서울시 산하 25개 구청장은 서울시장의 권한이 위임된 자리다. 반면 경기지사와 경기도 내 시장·군수들은 그런 관계가 아니다. 서울특별시장은 행정적·정치적으로 다른 광역단체장들과는 위상을 비교할 수 없는 자리다.”

다른 광역단체장들이 차관급인 데 비해 서울시장만 장관급이라는 점만 봐도 위상 차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서울시장은 지방자치법상 특례를 인정받아 지방자치법과 ‘서울특별시 행정특례에 관한 법률’을 통해 일부 특례가 적용되지만, 다른 광역단체장들은 지방자치법만 적용된다. 광역지자체는 지방채 발행이나 자치 사무의 감사를 행정안전부 장관이 하지만, 서울시의 경우 행안부 장관이 국무총리에게 보고해야 한다. 또 서울시장은 장관급인 만큼 광역단체장 중 유일하게 국무회의에도 참석해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4월 20일 서울시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당의 서울시장 공천 방침과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역대 9차례 대결 민주당 5승, 국민의힘 4승

정치적 무게 면에서도 서울시장은 다른 광역단체장들과는 ‘체급’이 다르다. 1995년 제1회 지방선거부터 지난해 보궐선거까지 총 9명(연임·재선 등 포함)의 서울시장이 배출됐는데, 대부분 대통령 후보 반열에 올랐다. 특히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서울시장을 지낸 이명박은 2007년 대선에서 제17대 대통령에 당선되기도 했다. ‘서울시장=차기 잠룡’인 셈이다.

지난해 4·7 보궐선거를 포함한 총 9차례 선거에서 민주당 계열 정당 후보는 모두 5차례(▷1995년 조순 ▷1998년 고건 ▷2011년 박원순 ▷2014년 박원순 ▷2018년 박원순), 국민의힘 계열 정당 후보는 모두 4차례(▷2002년 이명박 ▷2006년 오세훈 ▷2010년 오세훈 ▷2021년 오세훈) 승리했다. 고(故) 박원순은 3연임 시장이었고, 오세훈은 총 세 차례 서울시장을 지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한 뒤 정치적 입지가 크게 줄거나, 아예 정계 은퇴로 내몰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김민석은 민주당 후보로 나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붙었으나 패하고 말았다. 이후 야인이 된 김민석은 2020년 총선을 통해 여의도로 복귀하기까지 근 20년 동안 긴 터널을 거쳐야 했다. 참여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을 지냈던 강금실은 2006년 선거에서 패한 뒤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졌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했으나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18.3%p 차로 패했다. 박 전 장관은 이번 6·1 지방선거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 중 하나다. 연합뉴스
대통령 된 이명박, 정계 은퇴 수순 정몽준

2010년 한나라당 오세훈에게 0.6%p 차로 패배한 민주당 한명숙은 2012년 1·15 전당대회 때 당대표로 화려하게 복귀했으나, 석 달 뒤 치러진 총선 패배로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한명숙은 제19대 국회 비례대표를 끝으로 정계에서 멀어졌다. 한때 보수 진영 유력 대선후보였던 정몽준은 2014년 선거에서 민주당 박원순에게 44.7% 대 54.5%로 크게 패한 뒤 사실상 정계 은퇴 수순을 밟아야 했다.

그럼에도 여야 중진 정치인, 그중에서도 ‘용꿈’을 꾸는 정치인이라면 서울시장직에 도전하려 한다. 인천시장 출신으로 인천에서만 5선 국회의원과 당대표를 지낸 송영길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당대표 출신의 정치인인 만큼 현실적으로 송 의원의 다음 행선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민주연구원 관계자는 “서울에는 팔도에서 올라온 다양한 부류의 사람이 모여 살기 때문에 서울 여론이 전국 여론의 표본이고, 또 서울 여론이 자연스럽게 지방으로 확산한다”며 “다른 광역단체장 선거를 다 이긴다 하더라도 서울시장을 내줬다면 이겼다고 말하기 어려운 게 지방선거”라고 주장했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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