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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대 오른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 정책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 기시다 총리, 한국 정책협의대표단 방문 직전 야스쿠니 신사 공물 봉납
■ 취임 이후 두 번째 무리수 강행에 정부 ‘유감’ 표명… 동북아 갈등 고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4월 24일 일본에 정책협의대표단을 파견하며 새 정부의 대일 외교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4월 21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태평양 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 ‘마사카키’를 봉납했다.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供物)을 봉납하자 한국 정부가 유감을 표명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한·일 정책협의대표단 방일을 사흘 앞둔 시점에서 일본이 침략 전쟁을 미화하는 움직임을 보인 것에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한·일 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새 정부의 대일 외교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 봄 예대제(제사) 첫날인 4월 21일 ‘내각총리대신 기시다 후미오’ 이름으로 공물을 봉납했다. 야스쿠니 신사는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도조 히데키 등 A급 전범이 합사(合祀)된 곳이다.

한국 정부는 즉각 유감을 표했다.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역사를 올바르게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때 국제사회가 일본을 신뢰할 수 있다는 점을 엄중히 지적한다”고 밝혔다.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같은 날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 앞에서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의 침략 전쟁을 미화한 곳”이라며 “일본이 과거 역사를 직시하고 겸허한 반성과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 정부가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공물 봉납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관련 행위가 한·일 양국은 물론 동북아 외교 마찰의 불씨로 작용해 왔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2013년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하자 한국과 중국은 물론 미국까지 나서서 우려를 표했다.


▎아베 신조(오른쪽) 전 일본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 현 일본 총리. 기시다 총리로서는 오는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자민당 최대 계파인 아베 전 총리와 그 세력의 도움을 얻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포토
보수 세력 결집 위한 정치적 메시지라는 해석도

일본은 이후 주변국과의 마찰을 줄이고자 총리가 직접 참배하기보다는 공물을 봉납하는 방안을 택했다. 하지만 동북아시아 국가들은 이마저도 탐탁지 않게 보고 있다. 기시다 총리가 지난해 10월 취임 직후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하자 한국과 중국은 즉각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하는 행태가 인근 국가와의 갈등을 계속 증폭시키겠다는 쟁취적 야욕으로 비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일본 전문가들의 분석도 마찬가지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3월 10일 윤 당선인에 보낸 축하 메시지에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귀화 일본인인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월간중앙 전화 통화에서 “이는 형식적 외교 메시지일 뿐”이라며 “기시다 총리와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 등은 외교를 중시하는 비둘기파에 속하지만, 일본 자민당(자유민주당) 내 강건파의 눈치를 봐야 하는 측면에서 아베·스가 정권과 기조가 다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기시다 총리의 이번 행동이 일본 내 보수 세력 결집을 위한 단순한 정치적 메시지라는 해석도 있다. 이지평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특임교수는 월간중앙에 “기시다 총리의 행동에는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 내 입지를 다지려는 의도가 깔린 듯하다”며 “그로서는 선거에 이기기 위해 자민당 최대 계파인 아베 전 총리와 그 세력의 도움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당선인은 4월 24일 일본에 정책협의대표단을 파견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악화일로만 걷던 한·일 관계의 개선을 위해서다. 호사카 교수는 “대표단의 성과 여부가 새 정부의 대일 외교력을 전망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lee.su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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