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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패배 예감했던 유승민의 작심토로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 출마 선언 뒤 김은혜 등판 설계한 尹心에 서운함 감추지 못해
■ 민심 앞서고도 당심에 밀려 패한 뒤 윤석열 당선인 향해 직격
■ 정계 은퇴보다는 명예회복 위해 암중모색할 것이란 예상 우세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마지막 순간까지 당심에 호소했지만, 견고한 벽을 넘지 못하며 경기도를 향한 꿈은 좌절됐다. 중앙포토
유승민 전 의원을 4월 15일 만났다.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 경선을 딱 1주일 남긴 시점이었다. 당시 다수 여론조사에서 유 전 의원은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에게 밀리고 있었다.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우세를 띠었지만, 당원 여론조사에서 뒤졌다. ‘윤심’이 김 의원에게 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짙었다.

이에 관한 심경을 묻자 유 전 의원은 뜻밖의 진심을 털어놨다. “경기도민들에게 예의를 갖추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지만, 왜 내가 출마를 결심한 다음에 김 의원이 나온 것인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다하지 못한 말 속에는 묵직한 의미가 내포돼 있었다. 대선 이후 정계 은퇴를 고심했던 유 전 의원이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한 시기는 3월 31일이었다. 그 시점에 국민의힘에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유력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대항마가 없었다.

그러나 막상 유 전 의원이 선거에 뛰어들자 채 1주일도 지나지 않은 4월 6일, 김 의원이 나섰다. 대통령직 인수위 대변인 자리까지 중도사퇴하면서 출마한 것이다. 유 전 의원과 김 의원의 관계는 나쁘지 않다. 2020년 총선에서 유 전 의원은 성남 분당갑에 출마한 김 의원 지원 연설도 해줬다. 유 전 의원은 “김 의원이 일찍 출마 선언을 했다면 내가 경기지사에 출마했을지 고민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경선이 다가올수록 패색이 짙어지고 있음을 유 전 의원 캠프에서는 감지하고 있었다. 유 전 의원의 측근은 “진다고 생각하고 뛰고 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30년을 구형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탄핵심판 소추위원이었던 권성동 원내대표는 아니고, 유 후보에게만 배신자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 타당한가?”라고 토로했다. 선거 중이라 차마 내색하지 못했지만, 당심을 향한 서운함이었다.

불안한 예감처럼 22일 발표된 경선 결과, 김은혜 의원이 52.67%(현역 의원 감산점 5% 반영)를 얻어 대선후보를 지낸 4선 의원 출신의 유승민 전 의원(44.56%)에게 앞섰다. 유 전 의원은 패배 직후 페이스북에 “바보처럼 또 졌다. 권력의 뒤끝이 대단하며”며 “공정도, 상식도 아닌 경선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대결에서 졌다”고 밝혔다. 이어 “2016년 진박 감별사들이 칼춤을 추던 때와 똑같다. 권력의 칼춤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간다”고 통한의 감정을 남겼다.


▎지난 2월 윤석열(왼쪽)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을 만나 지원을 호소했었다. 그러나 대선 이후 둘의 관계는 루비콘강을 건넌 양상이다. 국회사진기자단
김은혜 패할 경우 유승민 공간 넓어질 수도

여의도에서는 “경선 패배로 오히려 정계은퇴를 유보할 명분이 유 전 의원에게 생겼다”고 예상한다. 자존심 강한 유 전 의원 성향 상, 침묵의 시간을 가진 뒤 권토중래를 노릴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국민의힘 당심과 달리, 4월 24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김은혜 후보(41.0%)는 김동연 후보(48.8%)에게 다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설적이게도 김은혜 후보가 경기지사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유 전 의원의 공간은 넓어질 수도 있다. 윤심과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정황이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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