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커스

Home>월간중앙>투데이 포커스

잡음 커지는 더불어민주당 6·1 지방선거 공천 왜?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 지지율 1위 윤화섭 안산시장 탈락에 호남향우회 “공천 학살” 반발
■ 여론조사 1위 박승원 광명시장 쓴잔, 박 시장 무기한 단식농성 돌입
■ “특정 후보 밀어주고 혁신공천이라니…대선 교훈 벌써 잊었나” 비판


▎경기도 오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조재훈·문영근 예비후보가 ‘청년전략선거구’ 지정과 청년공천배심원제를 철회하라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독자
더불어민주당이 진행 중인 6·1 지방선거 후보 공천 과정에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뚜렷한 이유 없이 현역 단체장들이 배제되는가 하면,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경선 룰을 적용해 후보와 당원들의 반발이 커지는 곳도 있다. “이러다 지방선거 참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공천을 둘러싼 잡음은 특히 기초자치단체장(시장·군수·구청장) 선거에서 거세다. 가장 큰 당내 반발에 직면한 곳은 경기 안산시다. 안산은 호남 출신 시민이 30만 명에 달한다. 전국의 호남향우회 중 가장 규모가 크다. 그래서 ‘제2의 호남’이라고도 불린다. 안산시 호남향우회는 지난 4월 23일 성명을 내고 “호남 배제 안산시장 공천 학살 만행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경기도당이 전날(22일) 발표한 3차 공천심사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다. 민주당 경기도당은 안산시장 예비후보에 송한준·원미정·제종길·천영미 4인 경선을 치르기로 했다. 현직인 윤화섭 시장은 탈락했다. 윤 시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지지율 1위를 달려왔다. 안산시 호남향우회는 “호남 출신 유력 후보를 경선조차 붙이지 않은 것은 호남인들을 정면 저격한 공천 학살”이라며 “묻지마식 공천 학살을 무효화하지 않으면 집단 탈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시장은 중앙당에 재심을 신청한 상태다.


▎안산시 호남향우회는 호남 출신 현직 시장이 민주당 공천에서 배제당하자 이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집단 탈당 가능성도 예고했다. 안산 호남향우회 홈페이지 캡처
광명시장 후보 선출 과정도 시끄럽다. 민주당 경기도당이 임혜자 전 청와대 국정기록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단수 공천하면서부터다. 현직인 박승원 시장은 경선에서 배제되자 4월 25일부터 중앙당사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박 시장은 “이번 경선은 공정하지 않다”며 경선을 요구했다. 박 시장은 앞서 여론조사에서 2위 후보와 3배 가까운 격차로 경쟁력을 자랑했다.


▎박승원 광명시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박 시장은 자신을 배제한 공천 심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재심을 요구했다. 박승원 광명시장 페이스북 캡처
후보들에 사전 고지 없이 갑자기 경선룰 변경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 청년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해 내놓은 ‘청년전략선거구’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당은 경기 오산시·광주시, 대전 서구 등 전국 9개 기초단체를 청년전략선거구로 지정했다. 그동안 청년 공천을 30% 이상 늘리겠다고 약속한 것의 후속 조처로, 정치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 정치 지망생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취지다.

문제는 당이 정한 청년 기준(만 45세 이하)에 맞는 예비후보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오산시의 경우 예비후보 4명 중 만 45세 이하 청년에 해당하는 후보는 단 한 명뿐이다. 그마저 정치 신인이 아니라 시의회 의장까지 지낸 현역 정치인이다.

조재훈·문영근 예비후보는 4월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청년에 해당하는 특정 후보는 국회의원 비서와 시의회 의장을 역임해 다른 후보들보다 기득권에 있는 기성 정치인이지, 정치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신입 정치 지망생이 아니다”라며 “이렇게 밀어주기 식으로 후보로 선출된다 한들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대전 서구도 4명의 예비후보 중 민주당의 청년 기준에 부합하는 후보는 1명뿐이다. 역시 청년전략선거구로 지정된 경기 광주시도 후보들 반발이 거세다. 현직 시장인 신동헌 예비후보와 박해광 예비후보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4월 18일 경기도당 후보자 면접을 마치고 며칠 지난 뒤 갑자기 경선방식을 변경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예비후보자에게 사전 안내가 없었다. 두 예비후보는 “경선방식 변경절차가 너무 긴급해 특정 후보를 지원하려는 불미스러운 의도가 있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면서 “새로운 경선방식을 준비할 기회도 주지 않아 정상적인 경선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오자 당내에선 지방선거 참패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잡음이 일고 있는 지역에선 어김없이 특정 계파의 현역 국회의원이 막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뒷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특정 계파 후보를 밀어주기 위해 무리하게 룰을 바꾸거나 경쟁력 있는 후보의 경선 기회를 박탈한다는 것이다.

경기도의 한 기초단체장 선거캠프 관계자는 “현역 의원들이 2년 뒤 총선에서 기득권을 뺏기지 않으려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자기 사람을 지역에 심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개인의 이익을 위해 지방선거는 안중에도 없다는 식의 당내 기득권 세력들의 행태는 머잖아 민주당에 심각한 위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기도의 한 기초단체장 선거 예비후보는 “특정 후보를 밀어주려고 룰을 바꾸는 게 혁신공천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대선에서 민심이 준 뼈저린 교훈을 벌써 잊은 것 같다”고 말했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