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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취임 첫 미션, 환율과의 전쟁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 원자재 수출국 러시아·중국발 공급망 문제로 환율 가파르게 올라
■ 미 연준 금리인상으로 수요억제 노리지만 경기침체 가능성 커져
■ 윤 정부는 6·1 지방선거 앞두고 근본적 물가와 부동산 정책 회피


▎2022년 4월 26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인천 계양의 전통시장을 찾았다. 아직은 기대 섞인 환호를 받고 있지만, 서민의 시름을 덜지 못한다면 지지율은 취약할 수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4월 27일 미국 나스닥 지수는 1만2490.74를 찍었다. 이날 하루만 3.95%가 떨어졌다. 특히 테슬라는 12.18% 폭락했다. 한때 700달러에 달했던 넷플릭스 주가는 200달러 선마저 무너졌다. 고PER(주가수익배수) 성장주가 휘청거리며 나스닥은 52주 최고가를 찍었다. 전고점 1만6212.23과 대비해 20% 넘게 내려간 본격적 약세장 진입이다.

시장이 불안할수록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달러 쏠림 현상이 가팔라졌다. 원·달러 환율은 27일 오전 달러 당 1260원을 돌파했다.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달러 당 1240원을 훌쩍 넘긴 것이다. 한 투자 전문가는 “외환 당국이 구두 개입으로 환율을 잡는 데 실패했다”며 “이제 실제적 개입을 하더라도 달러 당 1300원을 돌파하게 된다면 천장이 열리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달러의 초강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중국의 도시 봉쇄 등 외부 요인에서 비롯됐다. 러시아와 중국은 원자재를 공급하는 국가다. 이 나라에 문제가 생기면 결국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한다. 이는 곧 강력한 인플레이션 요인이 된다.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을 두려워하는 미 연준은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금리를 마구 올리다간 자칫 경제 성장 자체를 훼손할 수 있다. 물가 잡으려다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는 소탐대실을 범할 수 있기에 금리 인상은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2022년 4월 26일 원·달러 환율은 연고점을 찍었다. 문제는 코로나19가 덮쳤던 2020년 3월을 뛰어넘는 달러 강세가 예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연합뉴스
경제 정책 디테일 안 보이는 인수위

5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시작하자마자 이런 경제난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이미 한국 경제의 선행지표라 할 증시는 삼성전자의 52주 신저가에서 알 수 있듯 외국인 자금 이탈로 고전하고 있다. 환율을 안정시키지 못하면, 악순환은 가속화할 것이 자명하다. 문재인 정부가 한·미 통화 스와프 연장을 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여건은 열악하다.

환율 상승은 곧 물가 상승의 다른 말이다. 임기 초부터 서민 경제가 힘겨워지면 윤 정부의 지지율은 흔들릴 수 있다. 실제 IMF(국제통화기금) 등 외국 기관들은 2022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계속 낮춰서, 물가상승률은 계속 올려서 예측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인수위는 또 하나의 경제 축인 부동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규제 완화 밑밥만 흘려놓고, 정작 재건축 등 집값이 들썩일 조짐을 보이자 구체적 정책 발표 시점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 사이 서울 요지 집값은 계속 오르며 양극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게다가 윤 정부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코로나19로 인한 영업 손실보상을 위한 30조원 이상의 추가경정 예산도 준비하고 있다. 물가 때문에 곡소리가 나고 있음에도 돈을 풀어 물가를 자극하는 역주행을 감행하고 있는 셈이다. 이 모든 엇박자는 “6월 1일 지방선거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 당선인은 “국민의 삶을 어떻게 챙겨야 할지 잠이 오지 않는다”고 토로한 바 있다. 그러나 어느덧 ‘새 정부도 전 정권과 별반 다를 바 없을 것 같으니 국민이 밤잠을 못 이루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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