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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전 단계부터 가족도 보호… 법 제정에도 불만 나오는 이유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 처벌법 이어 보호법 제정… 여가부, 연내 국회 본회의 통과 목표
■ 여성단체 “스토킹의 정의 좁고 ‘반의사불벌’ 조항도 폐지해야”


▎4월 26일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범죄피해 가족 등 피해 보호 대상이 확대됐지만 여성단체는 법률에서 정하는 스토킹의 정의가 여전히 협소하다고 지적한다. 중앙포토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이 스토킹 처벌법 시행 6개월 만에 제정됐다. 제정안의 골자는 ‘피해자’의 범주를 넓혀 사전 예방이 필요한 사람이나 그 가족에도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다. 다만 법안에 규정한 스토킹의 정의가 여전히 협소하고 일부 법률상 문제도 수정하는 등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여성단체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4월 26일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이 제정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됐다고 밝혔다. 스토킹 처벌법이 제정된 지 1년, 시행 6개월 만에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안까지 후속 조치로 제정된 것이다. 여가부는 제정안을 4월 중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연내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한다.

제정안의 핵심은 법 적용 대상이 되는 피해자의 범위를 넓히고 지원을 확대한 점이다. 스토킹 범죄에 의한 직접적 피해가 없더라도 예방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한 사람이나 그 가족에도 지원이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기존 스토킹 처벌법은 직접적 범죄 피해를 본 사람만 피해자로 규정해왔다.

제정안에는 또한 스토킹 피해자 또는 신고자의 안정적 경제활동을 위해 직장 내 해고 등의 불이익을 금지하고 학생의 경우 학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전학 등의 취학 지원을 제공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피해자 또는 신고자에 불이익을 주거나 비밀 유지 의무를 위반하고 스토킹 현장 조사 업무를 방해하는 등 법률을 위반한 자에 대해서는 벌칙(형사 처벌 또는 과태료)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정부가 나서서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하는 정책 추진 근거도 마련됐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스토킹 피해자 지원 시설을 설치·운영할 수 있고 시설은 스토킹 신고 접수·상담·보호·숙식 제공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또한 스토킹 피해 방지 등 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 확보를 위해 3년마다 스토킹 실태 조사와 예방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새로 제정된 피해자 보호법에서는 스토킹 행위와 스토킹 범죄를 따로 분류해 정의하고 스토킹 행위도 5가지 행위로만 규정하고 있다. 이는 처벌법에 명시된 스토킹의 정의를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중앙포토
“스토킹 행위에 대한 ‘기타 보충 규정’도 필요”

스토킹 처벌법이 2021년 10월 시행된 이후 경찰 신고 건수는 급증하는 추세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법 시행 뒤 112신고는 일평균 97.6건(2021년 10월 20일~2022년 1월 31일 기준)으로 시행 전 23.8건보다 4.1배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신고 건수의 52%가 법 시행 뒤 2개월 만에 몰려 접수됐다. 스토킹 처벌법 시행에 이어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이 제정되면서 스토킹 신고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스토킹 피해자들은 처벌법이 시행되자 경범죄 정도로 취급됐던 스토킹 신고를 적극적으로 이어가고 있다”며 “법 시행 이후 몇 달 동안 스토킹 신고가 몇 배수나 증가하는 등 입법 효과가 증명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여성단체는 스토킹 관련 법안이 여전히 스토킹 범죄의 실상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새로 제정된 피해자 보호법에서는 스토킹 행위와 스토킹 범죄를 따로 분류해 정의하고 스토킹 행위도 다섯 가지 행위로만 규정하고 있다. 스토킹 처벌법에 명시된 스토킹의 정의를 그대로 답습한 셈이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월간중앙 전화 통화에서 “명문화한 법률이 세상의 모든 양태를 담아낼 수 없다”며 “법률에서 말하는 스토킹의 정의가 여전히 너무 협소하고 보수적인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의 규정에서 포괄하지 못하는 스토킹 행위에 대한 ‘기타 보충 규정’을 추가하고, 피해자의 의사 표현 없이는 가해자를 처벌하지 못 하는 ‘반의사불벌’ 조항을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4월 7일 반의사불벌 조항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송 상임대표는 “지금은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된 지 6개월밖에 안 됐기 때문에 법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할 것인지, 판례가 어떻게 축적되는지 지켜봐야 하는 단계”라며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 입법 전까지 피해자가 자신을 보호해달라고 직접 보호 명령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 등 필요한 내용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lee.seu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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