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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 스페셜] 우크라까지 도망치게 한 해병대 악·폐습, 왜 반복되나 

 

이민준 월간중앙 인턴기자
■ 악기바리·기수열외 자행… 2020년엔 후임에게 잠자리 먹이기도
■ 전문가 “해병대가 존폐 갈림길에 서 있다는 위기의식 공유해야”
■ 관계자 “피해자 보호가 최우선, 재발 방지에도 노력 기울일 것”


▎해병대는 상륙기동작전과 해안 경계 등 주요 임무를 수행하는 국군 핵심전력이지만 연이은 악‧폐습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은 4월 6일 경북 포항의 한 해안에서 해병1사단의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KAAV)가 상륙훈련 중인 모습. 연합뉴스
상륙기동작전과 해안 경계의 핵심 전력인 해병대가 반복되는 악·폐습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새로 실무에 배치된 신병에게 토할 때까지 음식을 먹이는 ‘악기바리’,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병사를 기수문화에서 제외하는 ‘기수열외’가 대표적인 고질병이다. 지난 3월엔 휴가 중이던 현역 해병대원이 부조리 피해를 호소하며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로 입국하려던 사건까지 벌어졌다.

우선 대외적으로 널리 알려진 악기바리는 주로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군 생활을 보내게 될 부대에서 이뤄진다. 새로 배치된 신병을 환영한다는 차원에서 선임병들이 식사 이외의 음식을 사주는 일종의 환영회인 셈이다.

타군과 달리 악기바리가 악·폐습인 가장 큰 이유는 후임병이 토할 때까지 음식을 강제로 먹여서다. 선임병들이 PX(Post Exchange, 군 매점)에서 10만원 내외의 냉동식품·과자류 등을 사놓은 뒤 물이나 음료수 없이 다 먹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곤충 등 음식이 아닌 것을 먹였던 사건도 있었다. 2020년 1월 군인권센터는 운영 중인 상담센터로 접수된 신고 중 한 건을 소개하며 “해병대에서 선임병이 이병이었던 피해자에게 잠자리를 먹였다”고 발표했다. 군인권센터 측은 “가해자는 잠자리의 날개 부분을 손가락으로 잡은 채 피해자의 입에 잠자리의 몸통 부분을 그대로 집어넣었다”며 “그 상태에서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잠자리를 먹으라고 계속 강요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는 이 신고를 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해병대에서 병으로 복무했던 A씨는 4월 27일 월간중앙 전화 통화에서 “악기바리는 과거 보급이 열악했던 해병대에서 신병이 올 경우 환영하는 의미로 모든 장병이 부식류를 모아 제공해주는 것에서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A씨는 “2022년의 악기바리는 의미가 퇴색된 채 행위만 남아 고문 형태로 변질됐다”며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울진·삼척산불 발생 당시 경북 울진군 북면 한울에너지팜 앞마당에서 진화 작전에 투입됐던 해병대 1사단 신속기동부대 장병들이 짧은 휴식을 취하는 모습. 연합뉴스
우크라 탈영병 “투명인간 취급받아”

기수열외도 해병대의 오랜 악·폐습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지난 3월 현역 해병대원 B일병이 휴가 중 “우크라이나로 가겠다”며 돌연 폴란드로 출국했을 때, 기수열외로 인한 가혹행위를 호소하며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기수열외는 말 그대로 해병대의 기수에서 피해자를 제외하는 것이다. 기수열외 대상자가 될 경우 선임의 무시와 후임의 투명인간 취급이 시작된다. 해병대는 해병대교육훈련단 입소 기수를 기준으로 끈끈하게 맺어진 선후임 문화를 자랑하지만, 기수열외를 당할 경우 이러한 네트워크에서 밀려나는 셈이다.

B일병은 지난 3월 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따돌림, 즉 기수열외를 당했다고 밝혔다. B일병은 “해병대에서 복무한다는 자체에 자부심이 있었고, 선임들에게도 이쁨받고 인정받았던 해병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부사관을 준비한다는 사실을 알리자 그때부터 따돌림이 시작됐다”며 “한 선임은 ‘얘 그냥 기수열외 처리해라’, ‘얘랑 말하다 걸리면 죽여버린다’는 식으로 따돌림당했다”고 강조했다.

B일병이 부대 내에 마련된 고충처리체계를 이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B일병은 “처음엔 마음의 편지를 썼는데 간부들이 이를 덮었다”며 “다른 선임들에게 쌍욕을 먹고, 기수열외를 지시한 선임은 내게 ‘사람 새끼도 아니다’라고 욕을 들었다”고 밝혔다.

방혜린 군인권센터 상담지원팀장은 4월 28일 월간중앙 전화 통화에서 “기수열외의 경우 군형법상 처벌이 모호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방 팀장은 “악기바리는 명백한 식고문 행위로 처벌 대상이 되나, 기수열외는 그로 인해 파생되는 폭행 등의 위법행위가 없을 경우 처벌이 쉽지 않다”며 “기수열외의 실마리가 보일 경우 각 부대에서 자체적으로 징계를 내리나 근절까지 이어지기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극기주 행군을 마치고 해병대교육훈련단으로 복귀 중인 훈련병들의 모습. 연합뉴스
“인적자원 선발 체계 문제” 지적도

해병대는 2011년 7월 해병 2사단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 이후 강도 높은 조직 개선을 해오고 있다. 그런데도 조직 내에서 가혹행위가 반복되는 이유는 뭘까.

일각에선 해병대의 역사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해병대에서 장교로 복무했던 오대훈 한국군사연구소 교수는 4월 28일 월간중앙 전화통화에서 “해병대 창설 당시 있었던 일본군의 잔재가 6.25 전쟁, 베트남 전쟁을 거치면서 내무실에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방 팀장은 해병대 고유의 문화를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방 팀장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끈끈하게 뭉치자는 ‘해병정신’이 침해받아선 안 되는 고유의 문화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방 팀장은 “문화가 한번 자리 잡았을 때 이를 고치기 위해선 훨씬 큰 노력과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해병대 차원에서 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가해자 분리, 정신전력교육, 인권교육 등의 필요 조치는 꾸준히 해오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고유의 문화를 타파하기엔 부족해 보인다”며 “문제의 싹을 자르는 정도가 아닌, 근본적인 뿌리 뽑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오 교수도 “복무 당시 해병대 내에선 조직이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위기의식이 있었다”면서도 “간부와 부사관, 병을 막론하고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인원들이 계속해서 부조리를 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부조리를 해결하기 위해선 인적자원 선발 트랙을 다양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C 해병대 예비역 대위는 월간중앙에 “냉정하게 해병대에 입대하는 인적자원의 수준이 높지 않다"는 의견을 전했다. C대위는 “타군과 달리 해병대의 부사관과 병은 모두 훈련단에서 입소 기수를 부여받고 기초군사훈련을 받는데, 높지 않은 인적자원의 수준과 맞물리면서 끈끈한 문화가 악·폐습으로 변질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해병대의 부사관 선발 과정을 다양화하면서 복무 여건을 함께 개선해나간다면 고질병을 해소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회 전체가 해병대 내 가혹행위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오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인성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지금은 어릴 때 충분히 인성교육을 받지 않은 채 입대하게 되다 보니 군생활 도중 상대방을 해치는 상황”이라며 “기본 인성이 충분히 다듬어지지 않은 자원들이 일으키는 문제를 해병대가 온전히 해결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2015년 인성교육진흥법이 제정된 만큼 사회에선 의무화의 형태로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군에선 집단생활과 임무 수행에 필요한 협력적 태도를 추가로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해병대 관계자는 “조직 전체가 꾸준히 병영문화 개선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며 “개별 사건을 처리하는 데에 멈추지 않고 지휘관리에 있어 소홀해지지 않도록 일선 부대에 명령 형태로 책임을 더욱 강조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관계자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수사 지연 문제에 대해선 “피해 장병이 회복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다 보니 지연된다고 느끼실 수 있다”며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 원칙으로 두고 수사하되,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답했다.

- 이민준 월간중앙 인턴기자 19g297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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