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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아나운서의 '리더의 언어로 말하기'(5) 

 

타운홀 미팅(town hall meeting)의 주인공은 리더인가, 직원인가

▎타운홀 미팅은 조직 내의 자유로운 소통 문화가 먼저 이뤄진 후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2019년 1월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 구내식당을 찾은 이재용 부회장이 직원들의 셀카 요청에 미소로 응하고 있다. 삼성전자 직원 인스타그램 캡처
국내 모든 기업이 앞다퉈 진행하고 있는 임직원 소통 방식이 있다. 바로 타운홀 미팅(town hall meeting)이다. 타운홀 미팅은 사실 식민지 시절부터 공동체의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해온 미국식 공개토론 방식이다. 미국 뉴잉글랜드에서 주민 전체가 그 지역의 정책과 행정과 관련해 토론하고 결정을 내리던 것이 그 시초다.

지역공동체 커뮤니티 주민들의 공개 토론과 회의로 시작된 이 타운홀 미팅은 미국 실리콘 밸리 기업의 투명성과 개방성 문화와 결합해 새롭게 탄생했다. 실제 구글·애플 같은 기업들은 매주 혹은 매월 CEO(최고경영자)가 직접 행사를 주관하며 회사의 최신 정보나 이슈를 공유하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일부 스타트업 위주로 시행되던 타운홀 미팅은, 이제 대기업과 정부 조직으로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제는 타운홀 미팅을 하지 않는 기업이나 조직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다.

타운홀 미팅이라는 말은 이제 한국에서도 임직원 소통 행사의 일반명사가 됐다. 대기업의 총수뿐 아니라 기업 CEO들이 직접 직원들과 스킨십 확대를 한다는 명목으로 타운홀 미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리더 대상의 스피치·커뮤니케이션을 주로 교육하고 있는 필자에게도 타운홀 미팅은 매우 익숙한 행사다. 많은 CEO와 리더가 회사의 타운홀 미팅을 준비하며 문의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스피치 스킬이나 발성 등에 대한 교육 의뢰가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어떻게 하면 MZ세대 임직원들과 편하게 소통을 할 수 있을지 교육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럴 때마다 리더들에게 꼭 말씀드리는 것이 이다. 그건 바로 타운홀 미팅을 준비할 때 규칙을 세세하게 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사실 타운홀 미팅은 규칙이 없는 것을 지향해야 한다.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리더에게 어려운 질문을 쏟아내고, 또 리더들이 직원의 까다로운 질문에도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을 때 리더와 직원 간의 진정한 소통이 이뤄질 수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대부분 기업의 타운홀 미팅 방식은 획일적이다 못해 판박이처럼 닮았다. 리더나 임원이 경영 현황 설명회를 진행한 후 사회자와 리더가 함께 앉아 토크쇼 형식의 대화를 나누고, 마지막에는 현장에 참여한 직원들이 몇 가지 질문을 하는 것이 거의 규칙처럼 정해져 있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의 질문이나 발언은 사전에 필터링 되기 일수이고, 현장에서 질문할 직원들을 미리 정해 놓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러한 방식은 임직원의 자유로운 소통을 저해하고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2019년 팀 쿡(오른쪽 둘째) 애플 CEO가 애플스토어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애플
조직 내 자유로운 소통 문화가 먼저

많은 리더가 이런 말을 한다.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타운홀 미팅을 준비했는데 정작 본인만 이야기하고 있고 직원들은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고. 나는 그런 리더들께 타운홀 미팅을 당장 하는 것보다 직원들이 자유롭게 질문과 발언을 할 수 있는 편안한 회사 분위기를 먼저 조성해야 한다고 말씀드린다. 타운홀 미팅은 조직 내의 자유로운 소통 문화가 먼저 이뤄진 후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어느 정도 소통 문화가 자리 잡은 후 그때부터타운홀 미팅을 시작해도 늦지 않다. 타운홀 미팅을 준비하는 리더는 본인이 직접 말하는 시간을 줄이고, 직원들의 발언 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조정해야 한다. 리더가 직원들과 나누는 불편한 대화를 감수하며, 진정성 있는 태도로 함께 소통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그 행사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조직을 위해 소신 있게 발언한 직원을 비난하지 않고 격려하는 리더의 모습은 자연히 타운홀 미팅의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리더들이여, 타운홀 미팅의 주인공은 리더가 아니라 직원들이다. 이제 리더 본인이 직접 마이크를 잡으려 노력하지 말고 직원들에게 그 마이크를 돌려주자. 회사의 소통 문화가 크게 바뀔 것이다.


※필자 소개: 리더스피치 대표이자 [리더의 언어로 말하기] 저자. KBS 춘천총국 아나운서로 방송을 시작해 연합뉴스 TV 앵커를 역임했으며, 현재 사이버 한국외국어대 외래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세대에 맞는 스피치를 연구하며 각 기업체 CEO, 임원들의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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