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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오스템임플란트, 닮은꼴 횡령 사건 전말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 우리은행 사건은 ‘동생’, 오스템 사건은 ‘부인’ 등 가족 연루 의혹
■ 서류 위조해 회사 속여 횡령 후 주식 등 투자해 막대한 손실 끼쳐


▎회삿돈 614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우리은행 직원 A씨(왼쪽)가 4월 30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오른쪽은 A씨 동생 C씨가 공범 혐의로 5월 1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우리은행 614억원 횡령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5월 2일 우리은행 본점과 횡령 혐의를 받는 직원 A씨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우리은행 본점 압수수색 대상은 기업개선부인 것으로 전해진다. A씨는 기업개선부에서 근무하며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회삿돈 614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A씨가 빼돌린 금액은 이란의 가전업체 엔텍합이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관련해 매각 주관사였던 우리은행에 지급한 계약금이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매각이 취소돼 우리은행이 엔텍합에 계약금을 돌려줘야 했지만,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로 송금이 이뤄지지 못해 우리은행이 관리해 왔다.

우리은행은 최근 예치금 반환을 준비하던 중 횡령 사실을 발견해 4월 27일 A씨를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A씨는 우리은행이 자신을 고소한 당일 저녁 경찰에 자수해 긴급 체포됐다. 금융권 등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우리은행 횡령 사건과 앞서 불거진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 사이에 유사점이 많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회삿돈 1880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B씨를 1월 5일 검거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B씨가 1월 6일 오전 서울 강서경찰서로 들어서는 모습. 연합뉴스
경찰, 내부 묵인·공모자 가능성에 주목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은 1월 3일 이 업체가 자사 재무팀장인 B씨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고 금융감독원에 공시해 세상에 알려졌다. 오스템임플란트가 공시한 피해 금액만 2215억원에 달하는 사상 초유의 횡령 사건이었다. 지난해 12월 말 퇴사해 잠적 상태였던 B씨는 압수수색을 하던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2215억원 가운데 335억원을 회사로 반환했다. 이에 오스템임플란트가 입은 실제 피해액은 1880억원이다. B씨는 1880억원을 주식 투자, 금괴, 부동산 및 회원권 구매에 썼다. B씨는 횡령한 돈을 주식에 투자해 761억원 상당의 손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지난 1월 B씨가 횡령한 돈으로 산 금괴 855개(681억원 어치)를 모두 회수했다고 알렸다. B씨는 금괴를 자신의 부인·아버지·여동생 등 가족이 사는 곳에 은닉한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B씨는 1월 28일에는 구속기소 됐고 3월에는 그의 부인과 여동생, 처제 부부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우리은행 횡령 사건의 경우 A씨가 횡령한 돈 가운데 500억원 상당을 고위험 파생상품 투자에 썼고, 동생 C씨가 A씨로부터 100억원을 받아 사업 자금으로 사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뉴질랜드 골프장 리조트 사업을 추진하던 C씨는 80억원 상당의 손실을 본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A씨와 범행을 공모한 혐의를 받는 동생 C씨는 5월 1일 구속됐다. 그뿐만 아니라 A씨는 자수 전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의 부인과 딸이 사는 호주로 수천만 원을 송금하기도 했다.

서류를 위조한 점 역시 두 사건이 닮은꼴이다. 우리은행 사건의 경우 A씨는 내부문서를 위조해 회사 결재를 받아내는 방식으로, 오스템임플란트 사건의 경우 B씨가 잔액 증명서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회삿돈을 개인 계좌에 이체했다.

우리은행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경찰은 회사 내 묵인·공모자가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B씨의 범행을 묵인한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 직원 2명을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B씨는 이들에게 자신의 개인 계좌로 회삿돈 1400억원을 송금하라고 지시했고, 이들은 B씨의 범행을 알고도 상부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우리은행 사건의 경우)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 중”이라며 “(공모범의 유무는) 오스템임플란트 사건처럼 마지막까지 수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전했다.

-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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