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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 혹한기가 오고 있다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 미 연준 경제 연착륙 발언에도 시장은 긴축 선반영, 위험자산일수록 폭락
■ 5월 11일 미 소비자물가지수 발표에 촉각, 한국 가계부채 탓에 인상 제약


▎지난해 3300을 웃돌았던 코스피 지수는 이제 2600마저 위협받고 있다. 문제는 반등의 모멘텀이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합뉴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5월 4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다. 자이언트 스텝(0.75% 인상)이 아니라 빅 스텝을 선택한 것이다. 아울러 연준은 “금리 인상에도 미국의 경기 침체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연착륙을 강조했다. 발표 직후 S&P500이나 나스닥 지수는 급상승했다.

그러나 안도 랠리의 약발은 오래가지 않았다. 바로 다음날인 5월 5일 나스닥은 무려 4.99%나 떨어졌다. 다우존스와 S&P도 각각 3.12%, 3.56% 급락했다. 2020년 10월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었다. 대표적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코인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대장주 비트코인은 5월 10일 심리적 마지노선인 3만5000달러가 붕괴됐다. ‘디지털 금’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됐다.

문제는 여전히 바닥이 어딘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존 잉그램 크레스트우드 어드바이저 최고투자책임자는 “인플레이션이 잡히고, 연준이 (금리) 정책을 선회하기 전까지는 이 같은 ‘뉴노멀’이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경제가 더 크게 충격을 받은 이유는 연준의 메시지를 시장이 더 이상 신뢰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증폭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연준이 경기침체를 어느 정도 각오하는 한이 있더라도, 물가를 잡겠다는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마저 돌고 있다. 다시 말해 주가 하락에 개의치 않고 금리를 속도전으로 올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자산 시장이 무너질수록 민간의 구매력이 감소되고, 실질적 양적긴축의 효과가 나올 수 있다. 이를 통해 공급망 교란으로 발생한 인플레를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어차피 연준의 목표가 물가 안정에 맞춰져 있다면 0.75% 인상을 두 번 하든지 0.5% 인상을 세 번 하든지 결과적으로 조삼모사다.

향후 세계 경제가 주시하는 지표는 5월 11일 발표되는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와 12일 발표되는 생산자물가지수다. 여기서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다는 시그널이 나올지 여부에 따라 6월 금리 인상 폭이 영향 받을 것이다. 또 5월 9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전승절 기념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어떤 발언을 꺼낼지도 경제를 출렁이게 할 요소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국가부채 시계. 미 연준은 그동안 뿌려놓은 빚을 줄이기 위해 자산시장의 충격을 일정 부분 감수하겠다는 자세다. 중앙포토
한국, 계륵된 선제적 금리 인상 ’

글로벌 경제가 수축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각국 정부는 체력 테스트를 받게 된 상황이다. 미국, 한국 등 금리 인상의 여력이 있는 국가와 중국, 일본, 유럽 등 그렇지 못한 국가가 갈릴 것이다. 주변국들에 비해 여건은 나은 편이지만, 문제는 한국도 무작정 금리를 올릴 형편은 못 된다.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에 자산이 쏠린 한국 경제의 특수성 때문이다. 자칫 가계 부채 문제가 뇌관이 될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5월 26일 취임 후 첫 금융통화운영위원회 회의를 갖는다. 한국은행은 4월 금리를 0.25%p 올려서 기준금리가 1.50%인 상태다. 당초에는 7월 추가 금리 인상이 유력했지만, 미국이 빅 스텝을 밟으면서 한국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한·미 금리 역전이다. 현재 금리 격차는 0.5%p다.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 혹은 빅 스텝을 잇달아 밟으면 하반기 금리 역전 가능성이 농후해진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5월 9일 오전 1275원을 돌파하는 등 끝 모르게 올라가고 있다. 이러면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이 불가피하다. 5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한·미 통화 스와프를 추진하고 있지만, 낙관할 수 없다. 사면초가 악재에 휩싸인, 어쩌면 코로나19보다 더 혹독한 포스트 코로나19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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