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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다 다이사쿠 칼럼] 코로나19 위기 재건 위한 최우선 과제는 

“괴로워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얼굴에 웃음 되찾아야” 

젊은 세대의 불안감·걱정 못 덜어주면 사회 발전 기대 어려워
돌봄 분야 확충에 힘 쏟으면 행복·존엄 보장하는 사회 만든다


▎2017년 10월, 아르헨티나 콘셉시온 시에서 ‘평화문화와 여성전’을 개최해 환경운동가 왕가리 마타이 박사를 비롯해 시대변혁의 파동을 일으킨 사람들의 외침 등을 소개했다. 전시 관람자들은 “평화를 짊어지는 여성의 역할에 관해 깊이 이해했다”고 입을 모았다. / 사진:SGI
코로나19 감염 확산이 일으킨 지구 규모의 위기는 지금도 사회 모든 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특히 장기적인 영향이 염려되는 것은 세계 경제에 미친 심각한 타격입니다.

국제노동기구(ILO) 발표에 따르면 2억55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합니다. 특히 젊은 세대를 둘러싼 상황이 악화돼 청년 취업률은 25세 이상의 취업률에 비해 크게 감소했습니다.

또 취업한 청년들 사이에서도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직장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첫 업무를 원격근무 등으로 직장 이외의 장소에서 시작해 주위에 의지할 사람도 없이 계속 일해야만 하는 청년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코로나19 위기의 영향으로 가정의 경제 상황이 어려워져 학자금 대출 상환이 더욱 무겁게 짓누르거나 자신이 지망하는 일에 필요한 기술을 배울 기회가 없는 청년도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학생들 사이에서도 미래의 직업에 대한 어두운 전망 때문에 40%는 불안감을, 14%는 걱정과 두려움을 느낀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경제 재건은 서둘러야 할 과제이기는 하지만, 젊은 세대가 느끼는 불안감이나 걱정을 덜어주거나,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에 ‘희망’을 밝히지 않으면 경제는 물론이고 건전한 사회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모든 사람의 ‘인간다운 고용’ 달성은 SDGs의 목표


▎창가학회가 국제열대목재기구 (ITTO)와 공동으로 아프리카 토고에서 진행하는 삼림재생지원 프로젝트. 빈곤 지역에서 생활하는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지난해는 묘목 약 3만 그루를 심었다. / 사진:SGI
이 문제를 생각하는 데 참고하고 싶은 점이 매사추세츠공과대의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박사와 에스테르 뒤플로 박사의 고찰입니다. 마이클 크레이머 하버드대 교수와 함께 2019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두 박사는 저서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에서 이렇게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인간의 존엄을 다시 중심에 놓는다면 우리는 경제의 우선순위와 사회가 구성원들을 돌보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저서는 팬데믹이 발생하기 한 해 전인 2019년에 발간했는데, 인간의 존엄을 떠받치는 경제 창출은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바네르지 박사와 뒤플로 박사가 ‘인간의 존엄에서 무엇이 중요한가.’ 하는 ‘정시안’에 바탕을 두고 경제 본연의 모습을 제시하면서 언급한 테마 중 하나가 ‘일자리가 있다’는 의미의 중요성이었습니다.

이 책은 일전에 바네르지 박사가 유엔 고위급 패널(UNHLP) 일원 중 한 사람으로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제정하기 위한 회의에 참여했을 때의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그때 어느 국제 비정부기구(NGO) 멤버와 대화하다 그들의 활동에 공감한 박사는 뒤플로 박사와 함께 빈곤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미팅에 참여했습니다.

그곳에는 한때 간호사로 일했지만, 사고로 크게 다쳐 일할 수 없게 된 사람을 비롯해 심각한 우울증을 앓은 사람이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로 아들의 양육권을 잃은 남성이 모여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일자리 제공을 지원하는 NGO의 활동을 보고, 두 박사는 ‘사회 정책의 본래 모습을 가르쳐준 사례’라며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일자리는 그 사람이 가진 다른 문제들을 다 해결하고 난 다음에, 즉 ‘준비가 된’ 다음에 구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일자리가 곧 그 사람의 회복 과정의 일부다.”

그리고 ADHD인 남성의 이후 모습에 관해 “일자리를 구한 뒤에 아들의 양육권을 되찾았다. 지금은 일하는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아들을 보면서 날마다 힘을 얻는다.”며, 상황의 변화가 가족 전체의 행복을 넓혔다고 소개했습니다.

SDGs의 목표 중 하나가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의 ‘보람되고 인간다운 고용(양질의 일자리)’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일자리를 구한 뒤 행복을 되찾은 가족의 모습에서 ‘SDGs가 밝혀야 할 희망의 빛’을 본 기분입니다.

바네르지 박사가 유엔 고위급 패널의 일원으로 활동할 때와 같은 해(2012년)에, 저는 평화제언에서 SDGs가 추구해야 할 방향성을 언급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목표 달성은 물론, 비극으로 괴로워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얼굴에 웃음을 되찾는 일이 최우선 과제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됩니다.”

코로나19 위기에서 경제를 재건하는 데도 결코 이 관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보람되고 인간다운 고용’을 젊은 세대를 위해 확보하기 위한 활동과 더불어 앞으로 경제적 측면에서 결여돼서는 안 될 기반으로서 강조하고 싶은 점이 ‘양성평등’과 ‘여성의 임파워먼트’ 추진입니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의료기관에는 이제껏 겪지 못한 부담이나 고생이 가중되고 있는데, 의료 제일선에서 일하는 의료진의 70%가 여성입니다.

가족 또는 가까운 사람들을 돌보거나 간병해야 하는 이유로 지금까지 쌓아온 경력이 단절되거나 어쩔 수 없이 휴직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뿐 아니라 많은 여성이 경기 침체로 일자리를 잃었는데, 그중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사람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들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일상생활에서 돌봄 필요

지금까지 성차별은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로 상황이 더 악화되면서 그 근본 원인을 뿌리 뽑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커져가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움직임이 지난해 유엔 여성기구(UN Women) 등의 주최로 두 번에 걸쳐 개최된 ‘세대평등포럼’입니다. 지난해 3월 멕시코에서 개최한 회합에 이어 지난해 6월부터 7월에 걸쳐 프랑스에서 개최된 포럼에서는 양성평등 달성을 위한 활동력에 속도를 내기 위해 5년에 걸친 글로벌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 계획에서 양성평등을 고려한 경제대책으로서 빈곤으로 고통받는 여성을 줄이는 일 등을 주장했는데, 그중 특히 주목하고 싶은 점이 ‘돌봄 노동’에 관한 과제 개선을 위한 제안입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가족 뒷바라지나 간병 등 돌봄 노동을 주로 여성이 무급으로 책임지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가 그 부담을 더욱 가중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제안에서는 여성의 부담을 사회가 분담하기 위해 국민소득의 3~10%를 투자해 돌봄 노동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고, 돌봄과 관련된 고용기회를 새롭게 창출하기 위한 환경의 정비를 권장했습니다.

세계에는 15세 미만 어린이가 19억 명, 60세 이상 고령자가 10억 명,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 12억 명이라고 추산됩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일상생활에서 일정 형태의 돌봄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돌봄 관련 분야에 대한 공공투자는 여성이 떠안은 부담의 경감뿐 아니라 어린이나 고령자·장애인들의 생활환경 개선으로 이어지는 등 커다란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돌봄 노동이 도움을 받는 사람의 행복과 존엄에 더없이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됩니다. 경제 성장이라는 ‘밀물’을 만들어 낸다고 해도 구멍 난 배가 떠 있을 수는 없는 것과 같습니다.

‘양성평등’과 ‘여성의 임파워먼트’에 직결하는 돌봄 분야 확충에 힘을 쏟는다면 많은 사람의 생활과 행복 그리고 존엄을 보장하는 사회를 착실히 만들어갈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 이케다 다이사쿠 - 1928년 1월 2일 도쿄 출생. 창가학회인터내셔널 회장. 소카대학교·소카학원·민주음악협회·도쿄후지미술관·동양철학연구소 등 설립. 유엔평화상·대한민국 화관문화훈장 등 24개국 훈장, 세계계관시인 등 수상 다수. 전 세계 대학으로부터 400개의 명예박사·명예교수 칭호 수여. 토인비 박사와 대담집 [21세기를 여는 대화]를 비롯한 저서 다수.

202206호 (2022.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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