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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기아 첫 전용 전기차 EV6 

다이내믹·친환경·차박… MZ세대 감성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제로백 3.5초 압도적 가속력, 1회 충전으로 475㎞ 주행 가능
역동적 디자인에 친환경 내장재…실내 공간 넓어 ‘차박’ 재미


▎EV6는 제로백 3.5초의 폭발적 가속력에 걸맞게 외부 디자인도 역동적이다. / 사진:기아
EV6는 전기차 플랫폼 E-GMP를 적용한 기아의 첫 전용 전기차다. 지난 3월 한국 브랜드 사상 처음으로 ‘2022 유럽 올해의 차’에 선정되며 핫한 전기차로 떠올랐다. EV6는 독일 노르트하인 베스트팔렌 디자인센터가 주관하는 ‘2022 레드 닷 어워드’의 제품 디자인 분야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성능과 디자인 모두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해외 시장에서의 호평은 기아 전기차 전체 판매실적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 리서치 기관인 ‘자토(JATO)’에 따르면 기아는 올해 2월까지 서유럽 시장에서 총 1만4269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2위 브랜드가 됐다. 기아의 현지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8.7%로 1위인 테슬라(10.0%)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기아는 지난해 서유럽에서 연간 총 6만3419대를 판매해 5.4%의 점유율로 6위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는 니로 EV의 판매 호조 속에 EV6가 가세하면서 유럽 전기차 시장 최선두권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EV6는 한국에서도 인기다. 지난해 8월 공식 출시 이후 5개월 만에 1만1023대가 판매됐다. 올해 들어서는 차량용 반도체 대란에도 불구하고 4월까지 7486대가 팔려나갔다.

최근 서울 광진구에서 경기 광주 퇴촌면까지 왕복 약 110㎞ 구간을 EV6의 고성능 버전인 ‘GT-라인(롱레인지 후륜구동)’으로 운행했다. 각종 편의사양을 갖춘 풀옵션 모델로 무광의 ‘매트 그레이’ 컬러가 고급스러워 보였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센터콘솔 상단의 전원(시동) 버튼을 누르자 시동이 걸린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여느 전기차보다 더욱 조용하게 느껴졌다. 전면 디지털 계기판에 배터리 잔량 92%, 주행 가능 거리 458㎞가 표시됐다. 기어 다이얼을 ‘주행(D)’으로 돌리고 가속 페달을 밟았다.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전기차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순간 회생 제동 시스템이 작동해 빠르게 감속되는 특징이 있다. EV6는 운전자가 원하는 에너지 회복 수준에 맞춰 핸들 뒤쪽 양옆에 위치한 패들시프트를 조작해 6개 회생 제동 단계(오토·0~4단계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가장 강한 회생 제동 단계인 4단계를 선택하면 브레이크 페달을 따로 밟을 필요 없이 가속 페달만으로도 운전이 가능하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바로 정차하는 식이다. 에너지 재생을 최대화해 주행 가능 거리를 극대화할 수 있다지만 다소 낯선 기능이다. 내연기관차에 익숙한 운전 습관을 감안해 1단계를 선택해 운행했다.

커브길에서도 단단한 주행 성능


▎EV6 내부는 운전석을 중심으로 배치한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슬림한 대시보드와 어우러져 와이드한 느낌을 준다. / 사진:기아
EV6의 가장 큰 매력은 탁월한 가속력이다. EV6 GT-라인의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시간)은 3.5초에 불과하다. 한국 자동차 중 가장 빠른 역동적 주행 성능을 자랑한다. 최고 속도를 시속 260㎞로 제한해 설계한 이유가 있었다. 공차 중량이 2t에 달하는 모델이지만 무게감을 느끼지 못했다.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즉각 반응하며 폭발적 힘으로 치고 나갔다. 고속 주행에서의 정숙성도 뛰어났다. EV6는 공기 저항을 줄여주는 액티브 에어 플랩을 적용했다. 후면부의 윙 타입 루프 스포일러도 소음과 공기 저항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EV6는 급격한 코너링 등의 주행 상황에서도 안정적 성능을 보였다. 경기 광주 퇴촌면 인근의 구불구불한 산속 오르막길에서 탁월한 핸들링과 가속력으로 운전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줬다. 내리막길에선 시속 70㎞ 이상의 속도로 핸들을 돌려도 차체 쏠림 등의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전자 제어 서스펜션 덕분에 과속 방지턱이 설치된 구간에서도 만족스러운 승차감을 보였다. 차로 이탈 방지 보조 기능은 중앙선을 넘을 수도 있는 편도 1차선 도로 등에서 특히 유용했다.

EV6의 드라이브 모드 선택 기능은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서행 구간에서는 에코·노멀 모드를 택해 전비(내연기관차의 연비)를 높이고 고속 구간에서는 스포츠 모드로 바꿔 속도 내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핸들 왼쪽 아래에 위치한 버튼으로 선택 가능하다. 버튼을 누를 때마다 에코·노멀·스포츠모드 순으로 바뀐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은 지체·정체 구간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앞차와의 거리를 일정 수준 유지하며 스스로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기능이다.

EV6는 충전 스트레스도 크게 줄였다. 800V 초고속 충전 시스템을 이용하면 18분 만에 최대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5분만 충전해도 100㎞ 이상 주행이 가능할 정도로 충전 효율을 끌어올렸다는 게 기아의 설명이다. EV6에는 ▷전방 충돌 방지 보조 ▷차로 이탈 방지 보조 ▷지능형 속도 제한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하이빔 보조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고속도로 주행 보조 등이 기본 사양으로 적용돼 있다.

차박· 캠핑 때 유용한 220V 전원


출발지인 서울 광진구에 도착하자 계기판에 배터리 잔량 83%, 주행 가능 거리 358㎞가 찍혔다. 운행 중 에어컨을 작동한 점 등을 감안하면 좋은 성적표다. EV6 롱레인지 후륜구동 19인치 휠 모델의 완충 시 복합 주행 가능 거리는 475㎞다. 다만 차체 하부에 배터리가 장착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실내 헤드룸(머리 공간)이 다소 부족한 점은 주행 중 아쉬운 부분이었다.

EV6의 외부 디자인은 역동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전면부는 기아 디자인의 상징인 타이거 노즈를 재해석한 ‘디지털 타이거 페이스’가 주간 주행등과 어우러져 다이내믹한 느낌을 준다. 범퍼 하단의 공기 흡입구 디자인도 하이테크 이미지를 강조했다. 측면부는 사이드 하단부터 리어 휠하우스를 관통해 테일 램프로 이어지는 ‘다이내믹 캐릭터’가 존재감을 과시한다. 유니크한 형상의 C필러 가니쉬 조형은 마치 차량의 루프가 떠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후면부의 리어 데크 스포일러를 LED 램프와 통합해 역동적 캐릭터를 완성했다.

EV6는 내부 디자인도 돋보인다. 운전석을 중심으로 배치한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슬림한 대시보드와 어우러져 와이드한 느낌을 준다. 중앙에 떠 있는 듯한 센터콘솔에서도 미래 지향적 감성이 느껴진다. 도어 포켓·무드 조명·가니쉬·보조 매트·나파 가죽 시트 등에 폐플라스틱 재활용 소재와 아마씨앗 추출물 등의 친환경 소재와 공법을 적용한 것도 인상적이다.

EV6는 차박(차에서 숙박)이 가능한 여유로운 실내 공간도 강점이다. 520ℓ의 트렁크 공간에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1300ℓ까지 추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차박이나 캠핑을 즐길 때는 비히클 투 로드(V2L) 기능이 제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V2L은 EV6의 배터리 전력을 220V 전원으로 외부에 공급하는 기능이다. 연결기기를 배터리 충전구 등에 꽃아 콘센트처럼 사용하는 방식으로 야외에서도 휴대용 인덕션 등을 활용해 요리를 즐길 수 있겠다.

EV6의 판매 가격은 스탠다드 모델 ▷에어 4730만원(친환경차 세제 혜택 및 개별소비세 3.5% 반영기준) ▷어스 5155만원, 롱 레인지 모델 ▷에어 5120만원 ▷어스 5595만원 ▷GT-라인 5680만원이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202206호 (2022.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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