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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SH공사의 명품 아파트 공급 계획 실행파일 공개 

토지임대부로 가격 낮추고 고급 자재로 품질 높인다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고품질 100년 공공주택 가능하도록 원도급 업체의 ‘직접시공제’ 확대
민간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와 견줄 수 있는 고급 마감재 사용 추진
‘표준 건축비’보다 50% 높은 ‘서울형 건축비’로 분양가 산정기준 개선


▎4월 6일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은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반값 명품 아파트 공급을 가로막는 제도는 과감히 개선해달라고 정부와 서울시, 정치권에 끊임없이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 사진:최영재 기자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이 취임 이후 월간중앙과 만난 건 지난 4월 6일. 김 사장은 인터뷰 말미에 “SH공사가 열심히 만든 성과물을 시민들에게 계속 보여 드리겠다”며 “이를 가로막는 제도는 과감히 개선해달라고 정부와 서울시, 정치권에 끊임없이 요구하겠다”고 약속했다. SH공사는 서울시민의 주거안정과 복지향상을 목적으로 설립된 서울시 산하 지방 공기업이다. 서울 시민 초미의 관심사인 부동산 문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다. 과연 SH공사가 서울시민에게 보여줄 ‘성과물’은 어떤 모습일까? 김 사장은 ‘명품 아파트’라는 말을 6차례나 언급했다. 서울시민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주택을 공급하는 건 기본이고, 그 주택을 민간 건설사의 프리미엄 브랜드 아파트와 견줄 수 있는 고품질로 만들겠다는 의지다.

尹정부-SH공사 “고품질 주택 공급” 한목소리


▎3월 31일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이 서울 서초구 신원동 내곡지구 내 공원에서 내곡지구 6개 단지의 분양 원가를 공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김 사장의 이러한 구상은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주택 공급 방침과 결을 같이한다.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5월 3일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단순히 많은 물량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층간소음 기준 강화 등 제도 개선을 통해 국민의 주거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고품질 주택’ 공급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월간중앙 5월 호에서 “내 주장이 틀리지 않았다면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이(SH공사의 제안을) 잘 받아주실 거라고 믿는다”며 “여의도 정치권도 충분히 협조해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과연 SH공사는 명품 아파트 공급을 위해 어떤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을까? 월간중앙은 4월 6일 인터뷰 이후 SH공사와 꾸준히 접촉해 SH공사로부터 구상 중인 명품 아파트 공급 계획과 관련한 방대한 자료를 입수했다. 이를 토대로 정밀 분석, SH공사가 명품 아파트를 어떻게 공급할 계획인지를 파악했다.

우선 SH공사가 공급할 명품 아파트는 ‘직접시공제’ 확대를 통해 입주민의 불안을 해소시킬 것으로 보인다. 직접시공제란 공사를 수주한 원도급 업체가 하도급 업체에 맡기지 않고 직접 공사하는 제도로서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촉발되는 부실시공, 임금체불, 불법 근로자 고용 등을 막을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월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는 직접시공제 도입의 필요성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됐다. 시공 중이던 아파트의 벽면이 무너진 이 사고는 불법 하도급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이에 서울시는 아이파크 사고와 같은 하도급 관행에 따른 부실시공을 막고자 직접시공제를 확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SH공사가 계획하는 직접시공제의 그림은 어떤 모습일까.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추정가격 70억원 미만 공사에 대해서만 금액별로 직접 시공 최저 의무비율을 규정하고 있다. SH공사는 이 비율의 확대뿐만 아니라 70억원 이상이 들어가는 공사에 대해서도 직접시공 비율을 새로이 적용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SH공사는 올해 하반기에 직접시공 비율을 30%로 의무화한 시범현장을 운영하고, 차후 이를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또 행정안전부에 직접시공 활성화에 장애가 되는 관련 회계예규 개선을 요청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철근·콘크리트 등 주택 안전과 품질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단계별 공사 종류를 직접시공 대상으로 지정해 입찰 공고에 명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SH공사 관계자는 직접시공제 확대의 효과에 대해 “원도급사의 기술력 및 역량 강화에 기여하고 품질확보, 책임관계 명확화를 통한 책임시공과 철저한 안전관리를 담보할 수 있다”며 “더불어 건설근로자에 대한 적정임금 지급을 통한 처우 개선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는 SH공사의 직접시공제 확대 기조에 반색하고 나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직접시공제는 굳어진 하도급 생산 구조를 혁파해 우리나라 건설업체를 제대로 된 건설업체로 정상화할 것”이라며 “서울시의 발표를 시작으로 발주기관이 모든 공공 건설공사에 대해 50% 이상 직접 시공토록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SH공사의 직접시공제 확대 방침 반겨


▎지난해 12월 23일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청구한 분양원가 상세내역을 공개했다. / 사진:SH공사
민간 건설사의 프리미엄 브랜드 아파트와 공기업의 공공주택(임대아파트+분양아파트) 간의 품질 괴리는 사용되는 건설 자재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간 건설사는 입주자의 요구에 맞춰 수입 자재, 고급옵션 등을 적용한 프리미엄 아파트 공급에 힘쓰고 있지만, 공공에서는 제도에 막혀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직접시공제 확대만으로 명품 아파트 공급이 이뤄질 수는 없다. 공기업의 명품 아파트 공급을 가로막는 제도적 장벽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표적으로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은 공공주택을 건설할 경우 중소기업 자재만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주방가구·신발장·마루 등을 중소기업 제품으로 해야 한다. 중소기업제품 사용 의무가 다소 완화되는 공공분양아파트의 경우에도 일부는 중소기업 제품을 사용하도록 규정한다. 지급 자재 예외를 인정하는 규정이 있지만, 수요기관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잦아 유명무실하다는 말이 업계에서 나온다.

이와 관련,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부터 공사용 자재 직접구매 대상품목 대상에서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도심복합사업)을 제외했다. 즉 도심복합사업에 해당하는 경우 주방가구·신발장·마루 등을 고급 제품으로 사용해도 된다는 의미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고급화를 추구하는 주민 의사를 반영하기 위해 이같이 관련 고시를 개정했다. 업계에서는 주민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제도 개선 사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공공분양아파트는 여전히 예외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공공사업에 있어서 입주자의 마감재에 대한 요구를 만족하게 하는 길이 여전히 막혀 있는 상황이다. SH공사 측은 “특히 가구류와 마루는 입주자가 집을 고를 때 민감하게 보는 것들인데 제도 때문에 고품질의 자재 사용에 제한이 걸릴 수밖에 없는 점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6·1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서울시장 후보들은 연일 고품질 주택 공급을 약속하고 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5월 13일 자신의 5대 주택정책 공약을 발표하며 “타워팰리스 같은 고품질 임대아파트를 짓겠다”고 선언했다. 오 후보가 주장하는 서울형 고품질 임대아파트의 핵심이 바로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고급 자재의 사용이다.

송영길 민주당 후보도 ‘누구나집’ 프로젝트를 공약으로 꺼내 들었다. 누구나집은 품질 좋은 아파트에서 집값의 10%만 내면 반값 임대료로 10년간 살다가 이후 최초의 확정분양가로 그 집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공약이다. 송 후보는 “누구나집의 품질은 일반분양아파트와 전혀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공약은 서울시의 주거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추기 위한 성격이 짙다. ‘값싼 아파트, 질 좋은 아파트’를 넘어 ‘고급 아파트, 명품 아파트’를 원하는 입주예정자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SH공사는 이러한 흐름을 감안해 공공분양아파트 마감재 선택의 폭을 넓히는 제도 개선을 정부에 적극적으로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고품질 마감재, ‘서울형 건축비’ 도입 등 제도 개선 필요


▎지난해 12월 13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서울 강북구 미아동 미아 4-1 주택 재건축 정비구역을 찾아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또 하나 있다. 토지임대부 방식의 분양가 산정 방안을 별도로 신설할 필요성이다. “건물만 분양하는 아파트를 통해 1000만 서울 시민께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해줄 계획이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이 2월 24일 취임 100일 기자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이는 토지는 SH공사가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방식이다. 주변 시세의 절반 가격에 아파트를 분양할 수 있어 이른바 ‘반값 아파트’라고 불린다. 하지만 SH공사의 반값 아파트 실현은 제도 개선이 전제돼야 가능하다. 분양가 산정기준 개선이 대표적이다. 주택법 제57조에 따라 건물만 분양하는 경우 분양가는 ‘기본형 건축비’에 가산비용을 더한 수준이다. 기본형 건축비는 정부가 민간 아파트를 분양할 때 공개하는 ‘표준 건축비’로, 택지비와 가산비용을 제외한 건축공사에 드는 모든 비용을 뜻한다. SH공사는 현행법상으로 공공아파트를 값싸게 분양할 수는 있지만, 고품질을 담보하기는 힘들다고 주장한다. 이에 토지 임대부 방식의 분양가 산정 방안을 별도로 신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SH공사는 이를 위해 기본형 건축비보다 높은 가격의 ‘서울형 건축비’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기본형 건축비로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현 상황과 맞지 않기 때문에 고품질 공공아파트를 공급하려면 건축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현재는 LH공사만 환매 주체, SH공사까지 넓혀야”


▎1월 17일 오세훈(왼쪽) 서울시장이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으로부터 신년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오 시장은 이날 SH공사를 시작으로 서울시 주요 투자·출연 기관을 방문해 업무보고를 받는다. / 사진:연합뉴스
전국 공사현장은 철근·콘크리트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연일 몸살을 앓고 있다.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시멘트의 주재료인 유연탄은 2020년 평균 t당 60달러 중반에서 올해 3월 기준 평균 300달러까지 올랐다. 철근값도 연일 상승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여파가 우리나라 건설 현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수도권 공사현장의 3분의 1이 멈출 수 있다고 내다본다. 이는 근거 없는 전망이 아니다. 전국 철근·콘크리트 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을 반영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며 공사를 멈췄다. 지난 3월에는 서울·경기·인천지역, 4월에는 호남·제주 지역, 5월 6~7일에는 부산·울산·경남 지역 건설 현장이 셧다운됐다.

이에 시장 상황에 맞는 건축비 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연일 높아지고 있다. 현재 기본형 건축비는 3.3㎡(평)당 600만원 수준이다. SH공사의 주장에 따르면, 서울형 건축비는 그보다 50% 높은 3.3㎡당 900만원 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SH공사는 공공매입제도 개선도 추진하고 있다. 주택법은 2020년 토지임대부 주택을 반드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에 팔도록 개정됐다. 이에 SH공사는 환매 주체를 LH공사에서 SH공사 등 공공주택사업자로 개정하는 일을 서울시와 함께 추진 중이다. 환매 주체가 LH공사로 제한되면 입주 후 자산 가치 상승분의 대부분을 공공이 환수해 주택 수요자의 요구를 맞출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SH공사는 이 같은 반값 아파트를 현실화하고자 우선 사전정지 작업에 힘쓰고 있다. 분양원가(택지조성원가+건설원가) 공개가 대표적이다. 김 사장은 3월 31일 SH공사가 분양한 서울 강남 내곡지구 6개 단지의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강동구 고덕강일 4단지, 송파구 오금지구 1·2단지, 강남구 세곡2지구에 이은 네 번째 공개다. 김 사장은 “분양원가는 위치별로 약간 차이는 있지만, 건축비는 거의 동일하다. 25평 아파트 기준으로 평당 600만원 정도다. 그래서 25평짜리 아파트를 짓는 데 1억5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며 반값 아파트 실현을 자신했다.

반값 아파트 약속, 관건은 지속가능성과 재원 조달


▎지난해 3월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이 최근 10년간 서울주택도시공사 택지 판매이익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SH공사는 기존 임대아파트에 대한 제도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SH공사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시절 임대주택에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임대주택 운영을 위한 수선유지비를 지원하지 않아 임대주택 운영손실이 연간 4000억원 이상이라고 한다. SH공사는 이에 따라 임대아파트에 대한 정부지원 확대를 새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SH공사는 현행 임대주택 재정지원이 임대주택건설 사업비의 30% 수준에 머물러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30% 기준이 서울과 지방의 토지비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전국 평균값이라는 것이다. 즉 서울의 높은 토지비를 고려하면 SH공사가 받는 정부재정지원은 실질적으로 14~18% 수준이라고 밝혔다. 결국 주택도시기금 등에서 추가 재원을 조달해도 자금이 부족해 SH공사가 21~38% 정도를 자체적으로 부담하고 있어 손실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SH공사 측은 “서울의 토지비를 고려해 실제 투입되는 건설비의 30% 수준으로 정부지원을 받는 것이 적당하다”고 밝혔다.

SH공사의 반값 명품 아파트 구상은 하반기 들어 속도가 붙을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SH공사의 구상과 같은 토지임대부 방식의 ‘역세권 첫 집’과 ‘청년원가주택’을 공약한 바 있다. 4월 6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동산 태스크포스팀도 관련 논의 후 “공약에 포함된 토지임대부 방식의 주택 공급 실행 방안을 구체화하는 의견을 나눴다”며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간 상시 협력 체계를 구축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SH공사의 이 같은 도전을 반기면서도 명품 아파트를 지속가능하게 공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5월 13일 “반값 등록금처럼 반값 명품 아파트 역시 파격적인 정책이기 때문에 초반에 국민의 관심과 호응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반값 명품 아파트가 중장기적으로 과연 올바른 부동산 정책인지, 혹시 부작용은 없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실질적인 정책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화통화에서 “반값 명품 아파트를 서울시민에게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만 있다면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만약 수요에 맞는 공급이 이뤄지지 못한다면 몇몇 제도 설계자의 업적 정도로만 치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수연 한국감정평가학회장 역시 5월 12일 “토지임대부 주택은 ‘수단’일 뿐 우리가 달성해야 하는 목표는 ‘서민 주거 안정’, 그리고 지속가능한 주거모델”이라며 “반값 아파트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재원조달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202206호 (2022.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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