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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이 한국서 얻어간 두 가지 보따리 

 

김영준 기자
■ 미국 주도의 IPEF에 한국 가입 끌어내, 중국 적시하지 않은 중국 봉쇄령
■ 삼성전자·현대차 대규모 미국 투자 확정, 11월 중간선거 美 민주당 호재


▎윤석열(왼쪽 두 번째) 대통령과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20일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이재용(왼쪽 세 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5월 20일부터 22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첫 외교 무대 시험대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기간 두 가지 성과를 손에 쥐었다.

첫째 문재인 전임 정부에서 미·중 간 균형외교를 추구하던 한국을 미국 쪽으로 끌어당겼다. 한국이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결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IPEF는 사실상 공급망을 통한 대중국 포위 전략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 도착 첫날부터 경기도 평택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항을 찾은 것은 상징적 장면이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은 5월 21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공급망 생태계 내 당면한 도전과 장기적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계속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며 “선진 기술의 사용이 우리의 국가안보와 경제안보를 침해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기술 관련 해외투자 심사 및 수출 통제 당국 간 협력을 제고하기로 합의했다”고 선언했다. ‘중국’이라는 말만 사용하지 않았을 뿐, 누가 봐도 중국을 겨냥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중국도 불편한 심기를 굳이 감추지 않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2일 “미국은 경제 문제를 정치화·무기화·이데올로기화하고, 경제적 수단을 이용해 지역 내 국가에 중국과 미국 중 어느 편을 선택하도록 강요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거대 수출시장이자 자원대국인 중국을 홀대할 수 없는 한국은 대통령실 차원에서 직접 나섰다. “중국 측과도 경제협력 소통 강화를 통해 조화로운 한·미, 한·중 경제협력을 추진하겠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윤·바이든 회담을 통해 한·미 관계가 안보뿐 아니라 경제·기술로 확장된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업그레이드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정의선(오른쪽) 현대자동차그룹이 22일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환담을 가졌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바이든, “땡큐! 정의선”

바이든이 얻은 두 번째 수확은 경제적 실리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2일 바이든과 단독 면담을 가졌다. 그 직후 2025년까지 105억 달러(약 13조3700억원)에 달하는 투자가 확정됐다. 특히 미국 조지아주에 55억 달러(약 7조원)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짓겠다는 발표도 포함돼 있다.

조지아주는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초접전 지역으로 분류된다. 이곳에 8000명 이상의 고용을 할 수 있는 공장이 세워지면, 바이든과 민주당에 더할 나위 없는 호재가 될 수 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15분이나 단독으로 정 회장과 환담했고, “ 미국 국민에게 더 많은 경제적 혜택을 안겨준 정 회장에게 감사한다”며 “양국 간 굳건한 동맹과 경제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라고 평가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이례적으로 경제적 측면이 부각됐다. 북한 문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한·미 관계가 새로운 트랙으로 접어들었다는 시그널로 해석할 수 있다.

- 김영준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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