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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이 ‘임금피크제는 위법’ 판단한 이유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 “임금 줄었지만, 일의 강도 줄지 않은 건 연령 차별”
■ 노동계 “환영”, 재계 “혼란 야기” 반응 극명히 갈려


▎26일 대법원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직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무효라고 판결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중년 남성들의 모습. 연합뉴스
A씨는 1991년 B연구원에 입사해 2011년부터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이 됐다. B연구원은 2009년 1월 회사 노동조합과의 합의를 통해 만 5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임금피크제는 일정 나이가 지난 근로자의 정년을 보장하는 대신, 해당 근로자의 임금을 깎는 제도다. 2014년 퇴직한 A씨는 그해 임금피크제 때문에 임금과 수당, 퇴직금에 불이익을 받았다며 B연구원을 상대로 퇴직 때까지의 임금 차액을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임금피크제 사건’으로 재계·노동계의 주목을 받아온 이 소송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26일 A씨가 B연구원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역시 1·2심과 마찬가지로 A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대법원은 “고령자고용법 4조의4 1항의 규정 내용과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이 조항은 연령 차별을 금지하는 강행규정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며 “임금피크제를 전후해 원고에게 부여된 목표 수준이나 업무 내용에 차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고령자고용법 4조의4 1항은 ‘사업주가 임금과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갖고 노동자나 노동자가 되려는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에 근거해 대법원은 연령만을 이유로 직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무효라고 판단한 것이다.

첫 판례 노동자 손 들어줘, 관련 소송 줄 잇나


▎대법원은 임금피크제 효력 휴무를 판단할 4가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중앙포토
대법원은 임금피크제 효력 휴무를 판단할 4가지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정당성과 필요성 ▷실질적 임금 삭감의 폭이나 기간 ▷임금 삭감에 준하는 업무량·강도의 저감이 있었는지 여부 ▷감액 재원이 도입 목적에 사용됐는지가 그것이다.

대법원의 이날 판결에 재계와 노동계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대법원 판결은 당연한 결과로, 적극적으로 환영한다”고 반겼지만,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번 판결이 기업 부담을 늘리고 고용 불안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임금피크제의 유효성 여부를 가릴 첫 판례라는 점에서 관련 소송이 늘어날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줄소송 사태와 인력 경직성 심화로 기업의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 우려된다”며 “임금피크제를 의무화하는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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