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지선 연전연패에 침묵하던 친문 일제히 “이재명 때문” 공세
■ 이재명 의원 당권 도전하면 전당대회서 친문·비문 갈등 폭발할 듯
▎윤호중,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등 비대위원들이 6월 2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일동의 사퇴를 발표하며 고개 숙였다. 중앙포토 |
|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참패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깊은 내홍에 빠졌다. 대선 패배 후 말을 아꼈던 이낙연 전 대표와 친문 의원들은 ‘이재명 책임론’을 연일 내세우고 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격해질 당권 경쟁의 예고편이다. 지방선거 다음 날인 2일 민주당 내 친문계열 의원들은 일제히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한 이재명 당선인을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2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와 인터뷰에서 이재명 국회의원 당선인과 송영길 전 대표의 이번 선거 출마에 대해 “어떻게 이런 선택을 했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 간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 당선인이 지난 1월 ‘이재명의 민주당’을 선언한 이후 이재명으로 대표되는 민주당으로 우리가 대선을 치렀다. 거기까지만 해도 불만이 있다 하더라도 대선 후보니까 같이 간 것”이라며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이재명의 민주당이 더 연장됐다. ‘이재명을 위한’ 민주당이 되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당선인과 송 전 대표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경청하면서 이걸 박지현, 윤호중 비대위원장한테 ‘이런 민심이 있더라’ 전달하는 역할만 했으면 이번 선거는 우리가 이겼다”고도 주장했다.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의원도 같은 날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서 “이 의원이 계양을에 나감으로 인해서 묶여버리는 역효과가 나버렸다”며 “만약 거기 묶이지 않았더라면 오히려 전국 선거판을 좀 더 적극적으로 리드할 수 있었을 텐데 전략의 실패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같은 날 이낙연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지방선거 패배 이유로 “(대선) 패배를 인정하는 대신에 ‘졌지만 잘 싸웠다’고 자찬하며 패인 평가를 미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전 대표는 “책임자가 책임지지 않고 남을 탓하는 건 국민께 가장 질리는 정치행태”라며 “그러니 국민의 인내가 한계를 넘게 됐다”고 지적했다.친문 좌장격인 전해철 의원은 더 강경했다. 전 의원은 “이번 선거 전면에 나섰던 이재명 의원이 책임을 지고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8월 당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그는 “3월 대선에 이어 이번 선거 패배의 중심에 있었던 이 후보는 평가 대상”이라며 “그런 분이 당을 이끄는 건 안 된다”고 말했다.
“부동산·검수완박 등 중도 민심 이탈 자초” 반박도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6월 1일 출구조사 발표 직후 굳은 표정으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을 떠났다. 중앙포토 |
|
반면 비문 진영은 이재명 책임론이 부당하다고 반박한다. 이미 대선 때부터 연이어 악재가 쏟아져 민심이 돌아섰고, 당내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이었다는 게 이들의 항변이다. 비문계열인 한 재선 의원은 “대선은 부동산 민심으로 열세였던 상황이었고, 이후 검수완박, 위장탈당, 한동훈 청문회, 박지현 비대위원장을 향한 집단 린치 등 민주당에 우호적이었던 중도 성향의 민심마저 등을 돌리게 할 악재를 자초했다”며 “민심 이반의 모든 책임을 이재명 때문으로 몰아가는 건 자신들의 책임 면피에 불과하다”고 말했다.손혜원 전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쓴 글에 대한 반박 글을 통해 “(이 전 대표) 본인만 패인을 모르는 듯”이라고 했다. 손 전 의원은 “계속되는 민주당의 오만과 뻘짓 속에서 그나마 경기지사 성공, 인천 계양에 실낱같은 희망의 불씨를 살린 것이 이 당선자”라며 “대선, 지선에서 아무 도움도 안 된 당신 같은 사람이 여기저기 떠들고 다니며 제 얼굴에 침 뱉는 꼴”이라고 비판했다.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민주당은 30%밖에 안 되는 강성 지지층만을 공략하다가 심판을 받은 것”이라며 “이념 싸움이 아니라 능력 싸움으로 가서 40%에 달하는 중도층에 다가가야 했다”고 지적했다.친문과 비문의 갈등은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더욱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의원의 당권 도전 가능성이 커질수록 친문의 견제는 더욱 노골화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이 의원이 당권을 잡을 경우, 대선 때부터 천명해온 정치개혁과 세대교체가 당 내부에서부터 본격화할 것”이라며 “현재 주류인 586과 친문이 개혁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수습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비대위가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총사퇴해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은 박홍근 의원은 3일 오후 2시 국회의원·당무위원 연석회의를 소집했다.-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