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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연 교수의 부동산 정책 오해와 진실(3) 

 

공공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전경. 연합뉴스
새 정부가 들어서고, 부동산시장 전반을 아우르는 국토교통부가 바빠지고 있다. 새 정부의 기조는 민간이 주도하는 부동산시장이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곳은 결국 기업이라는 인식에 따라 새 정부는 공공주도를 탈피하고 민간주도 협력 체계를 끌어내 시장을 정상화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250만 채의 주택 공급이 공기업만의 일거리 창출이 되지 않도록 민간 참여의 문을 활짝 연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기업은 비용을 절감하려 허리띠를 졸라맬 것이며 더 많은 수익을 위해 좋은 입지를 찾아 쏜살같이 달릴 것이다. 그들이 막대한 초과이윤을 누리는 것이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에게는 “그렇다면 더 많은 기업의 진입을 허하라. 그들 간의 품질경쟁과 가격경쟁이 결국 그 기업들에 정상이윤(Normal Profits)만을 남길 것이다”라고 말해줘라.

경쟁은 필연적으로 낮은 가격, 고품질을 소비자에게 가져다준다. 소비자가 기업에 악감정을 가지는 것은 사실 한국 시장의 불공정경쟁 관행 때문이다. 학연·지연 등으로 끈끈하게 연결된 커넥션은 잠재 경쟁자의 진입을 막는 장벽 역할을 한다. 불투명한 시행사 선정 절차나 임금체불로 이어지는 하도급 거래 등 더 높은 품질의 주택을 더 낮은 가격에 누리지 못하는 것은 이러한 불공정 관행 때문이다.

자칫 저품질 저가, 혹은 세금으로 메워야만 하는 고품질 저가의 공공주택보다 중산층이 원하는 것은 건설사의 자유로운 경쟁에 따라 다양한 가격과 다양한 품질로 제공되는 주택이다. 따라서 공공이 해야 할 일은 ‘공공주택을 직접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보다 경쟁적으로 만들고, 공정한 시장 관행을 정립하는 것’이어야 한다.

세금으로 메운 고품질 저가의 주택은 우리 사회의 주거약자들을 위한 주거복지의 영역으로 한정해야 한다. 마이너스 이윤이 나오는 곳에 민간의 진입은 없다. 그러한 곳이야말로 공공의 역할이 필요한 곳이다. 그 외의 지역은 모두 민간에게 맡겨야 한다. 그것은 민간기업의 이윤을 보장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이기 위해 정부는 정부의 할 일,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 관행을 정립하는 것과 불공정 행위들을 엄단하는 일을 해야 한다.

부동산정보 통계도 민간이 주도해야


▎5월 24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규제혁신 장관회의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공공의 역할은 결국 민간이 할 수 없는 일들을 찾아서 하는 것이다. 따라서 민간이 할 수 있는 일들을 굳이 하고 있는 공기업이 있다면 그 중복 여부를 찾아 조정하는 것도 중앙정부의 할 일이다.

건설사가 해야 할 주택공급을 공공이 주도하고, 민간이 해야 할 일을 공공이 모두 해버리면, 결국 민간기업은 수익이 악화해 고용을 줄이고, 그 결과는 실업으로 이어진다. 또 실업급여를 내줘야 하니 정부재정은 악화하고, 더 많은 세금이 필요하니 증세로 국민의 호주머니를 가볍게 만들게 될 것이다. 공공은 선하고 민간은 악하다는 구호에 환호하던 사람들을 가난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그들 자신이다. 따라서 국민이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도록 ‘공공과 민간 갈라치기’ 구호를 자제해야 하는 것은 모든 정치인의 덕목이라 할 것이다.

주택공급 외에 민간주도로 바꾸어야 할 것은 아마도 부동산 통계일 것이다. 부동산서비스 산업이 발전하려면 민간에 보다 정제된 데이터와 통계 제공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프롭테크(부동산에 정보기술을 접목한 온라인 서비스) 산업의 발전은 데이터 공개와 정확한 통계 제공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전망 부동산 통계를 생성하는 곳은 공기업인 한국부동산원과 민간 은행(KB)이 대표적이다. 그 외에는 통계를 생성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미국 시카고에서는 대학·연구소·기업 등 다수의 기관이 모델링을 통해 시장예측 전망치를 분기별로 발표한다. 정부기관으로는 연방주택금융청(Federal Housing Finance Agency, FHFA)이 주택 가격 지수(House Price Index)를 발표하며, 민간 부동산지수로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에스앤피 코어로직(S&P CoreLogic)의 케이스-실러 월별 지수(Case-Shiller Monthly Index), 우리나라 프롭테크 기업들의 롤모델인 질로(Zillow)의 주택 가치 지수(Home Value Index. ZHVI)와 미국 공인중개사 협회, 전국부동산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REALTORS)도 지수를 발표한다. 지역의 대학도 지역 맞춤형 부동산 지수 개발에 소홀할 리 없다. 일리노이대학교 시카고캠퍼스(University of Illinoios at Chicago)의 학과인 스튜어트 핸들러 부동산부(Stuart Handler Department of Real Estate)도 지수를 만들어 발표하며, 드폴대학교(DePaul University)의 주택문제연구소(Institute for Housing Studies)는 분기별 가격 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여러 곳에서 발표하니 누구 것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경쟁의 순기능은 거기서 비로소 발현된다. 1년이 지나면 어느 기관의 예측치가 맞았는지 모두가 알게 된다. 실제 시장의 움직임과 과거 발표된 지수를 비교해보면 되니 말이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가장 우수한 민간통계기관이 어디인지 모두가 알게 되고, 그 기관은 그다음 해 해당 지자체의 부동산지수 작성기관으로 선택된다.

경쟁 없는 정보서비스, 품질 저하 필연적


▎정부 입맛에 맞는 통계를 낸다는 의혹을 씻지 못하고 있는 한국부동산원. 사진 한국부동산원
이러한 경쟁을 통한 우수한 지표의 선정 과정이 한국에서 실현될 수 있을까? 현재로써는 불가능하다. 실거래가격 정보가 한국부동산원에 의해 독점되고 있어서 민간통계작성기관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어야 한다. 정보는 다른 정보와 연결될 수 있어야만 시너지 효과가 있는데, 공개된 실거래가격 정보는 코드조차 없이 아파트 단지명도 정제되지 않은 상태로 공개되고 있어 다른 정보들과 연결이 불가능하다. 실거래 데이터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그것을 지역 부동산의 다른 정보들과 연결해보겠다는 야심 찬 프롭테크 기업들은 ‘수작업에 가까운 데이터 정리’에 각자의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민간통계가 생산되지 않으면 공공통계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관리·감독에는 수월할지 모르겠으나 경쟁 없는 정보서비스는 필연적으로 품질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정보서비스 품질 저하의 결과는 ‘시장과 괴리된 통계’다. 시장급등 신호를 알리는 것은 결국 통계인데, 통계가 관리·감독의 대상이 되면 그 신호는 울리지 않는다. 양치기 개의 목에 목줄을 걸면 늑대가 와도 짖지 않는 법이다.

그러니 자유롭게 들판을 뛰어 내달리는 민간에 부동산정보 서비스업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의견이 많다는 것은 통제 불능의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논쟁이 활발하다는 것은 그만큼 민주적이라는 것이다. 1년의 시간 뒤에 어느 통계가 과연 예언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였는지는 모든 국민이 판단할 수 있다. 사실 이미 시장에서는 그에 대한 평판이 정립된 상태다.

영원한 강자는 없다. 아니 없어야 한다. 수많은 경쟁 속에 오로지 품질 경쟁만이 있을 뿐이다. 부동산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라. 그러면 민간에서 더 많은 일자리가 나오고, 경쟁으로 내달리는 민간의 말발굽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그들의 내달릴 길을 열고, 어둠 속에서도 안전하고 공정하게 달음박질칠 수 있게 환한 등불을 다는 것, 그것이 국가가 할 일이다.


※필자 소개: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이자 한국감정평가학회장. 중앙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2019년 감정평가학술대상 최우수상, 2020년 서울부동산포럼 제1회 학술대상을 받은 바 있다. 부동산경제학·부동산대량감정평가·부동산계량경제학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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