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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되지 않는 물가, 의심 받는 美 연준의 영향력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 미국 CPI 상승률 41년 만에 최고치… 금리 인상 불가피, 자산시장 폭락
■ 한국도 삼성전자 52주 신저가 등 영향권…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촉각


▎미 증시는 이미 베어마켓에 진입했지만, 하락은 이제 시작 단계라는 비관론이 득세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5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동기대비 8.6% 상승으로 나타났다. 41년 만에 최대치였다. 6월 10일(한국시각) 발표 직후, 나스닥지수 3.52%, 다우존스지수 2.73%, S&P500 지수 2.91%의 폭락이 펼쳐졌다. 이로써 이번 주 예정된 FOMC에서 미 연준이 0.75%p 금리를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아울러 9월까지 미국이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개연성도 올라갔다.

미국의 물가를 끌어올리는 가장 큰 원인은 유가 상승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일반 휘발유 평균 가격이 갤런당 5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사상 최고치’라고 보도했다. 식품 가격도 폭등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사룟값이 상승하며 육류 가격도 상승이 불가피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끝나지 않는 한, 이 기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시장의 가장 큰 우려는 미 연준이 ‘과연 인플레이션을 잡을 능력이 있는가’에 관한 의구심이다. 당초 미 정부와 연준은 빅 스텝(0.5%p)을 통한 점진적 금리 인상 과정에서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는 것이었다. 연착륙을 시도하며 시간을 벌다 보면, 우크라이나 전쟁도 끝날 것이고 유가가 안정화되면 물가도 떨어질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최대한 자산시장과 고용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 다시 골디락스(고성장과 저물가)로 전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미국보다 미국 바깥이 상황 더 심각


▎미국 인플레이션의 심각함은 주유소 기름 가격표에서 체감할 수 있다. AFP연합뉴스
그러나 시장은 연준의 기대 혹은 엄포에 아랑곳없이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인플레 대응이 잘못됐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처음부터 강하게 금리를 올렸으면, 당장은 충격이 있을지언정 신속하게 물가를 잡을 수 있었는데, 실기하며 인플레이션은 심화했고, 이제 금리를 세게 올리면 안 되는 상황으로 몰렸다는 시각이다.

그나마 경제 체력이 강한 미국이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나머지 나라들은 더 외통수에 몰렸다. 한국만 해도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 코스피 시장은 13일 개장하자마자 2.75%p가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코스닥은 무려 3.54% 하락을 띠었다.

암호화폐 시장은 더 참혹하다. 비트코인은 2만7000달러, 이더리움은 1500달러 벽이 무너졌다. 나머지 알트코인들은 저항선 없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제 시장은 미국의 경기 침체 여부로 시선이 쏠리고 있다. 미 연준이 경기 하강을 각오하고 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으려 들지, 아니면 미국 경제가 금리 인상을 견뎌낼 수 있을지 관건이다. 만약 금리 인상으로 성장이나 고용이 훼손되면 스태그플레이션에 접어들게 된다. 그리고 미국의 침체는 경제 빙하기를 의미한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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