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업

Home>월간중앙>경제.기업

[신세돈의 돈이 보이는 경제(4)] ‘갈수록 태산’ 인플레이션, 어떻게 대처할까 

“금리 인상보다 한시적 부가세 인하가 더 효과적”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망 교란, 원자재 가격 급등 촉발
공산품 가격·달러 급등 겹쳐, 인건비 상승 방어하며 경제 침체 피해야


▎14년 만에 최악의 물가 상승이 덮쳤다. 시장에 가보면 바로 인플레이션을 실감할 수 있다. / 사진:연합뉴스
2022년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4%를 기록했다. 2008년 9월 5.1%를 기록한 이후 약 14년 만에 최고치다. 당국의 목표였던 2%대 상승률을 한참 넘긴 3.0%를 연속 7개월째 웃돌았음에도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은행은 이미 2021년 8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최근 물가가 급등한 ‘1단계 파동’의 근본적인 이유는 원유 및 원자재가격 상승이다. 지난 2년 동안 원유가격은 20달러에서 110달러로 다섯 배 이상 뛰었다. 원유 및 원자재가격이 폭등한 원인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코로나19 사태로 원유 및 원자재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불안해지며 가격이 올랐다. 둘째,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공급불안 및 가격급등 심리가 급격히 확산됐다. 셋째, 지난 10여년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이 금융시장에서 원유 및 원자재 상품시장으로 옮겨 오면서 투기성 수요가 급격히 커졌다.

실제 미국의 2007년 본원통화가 7000억 달러였는데 2021년 말 6조7000억 달러로 폭증했다. 우리나라 본원통화도 2007년 말 50조원에서 2022년 3월 258조원으로 다섯 배 이상 불어났다. 모든 나라가 엄청나게 통화를 풀었음에도 지난 10여년간 물가가 이상하리만치 안정됐던 이유는 풀린 돈이 거의 부동산과 주식시장에 잠겨 있어서 해당 자산의 가격만 끌어올렸을 뿐 일반 인플레를 촉발하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공급망 교란으로 인플레가 촉발되자 중앙은행들은 정책금리를 올렸다. 자본시장에서 맴돌던 부동 자금은 2021년 초부터 재빠르게 부동산과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와 상품시장으로 몰려들었다. 그 결과 현물 및 선물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세계적인 인플레를 초래한 것이다.

물가, 오를 이유만 한가득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은 글로벌 공식이 됐다. / 사진:AFP연합뉴스
세 가지 요인으로 거의 모든 원자재 가격은 상승하고 있다. 일례로 니켈 가격은 지난 2년 동안 톤당 1만1400달러에서 3만1700달러로 3배 가까이 올랐다. 구리는 톤당 4939달러에서 9700달러로 2배 폭등했다. 국제 농산물 가격도 마찬가지다. 소맥(밀) 가격은 부셸 당 568센트에서 1040센트로 2배 뛰었고, 옥수수도 341센트에서 820센트로 상승했다.

이들 원유 가격과 원자재 가격 상승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기 이전부터 지난 2년 동안 꾸준히 올랐다. 그 이유는 급격히 늘어난 글로벌 유동성이 인플레 우려가 대두하던 2021년 초부터 상품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상품가격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전파나 우크라이나 사태가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원유 및 원자재 가격이 상당 기간 가라앉지 않을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지난 2년 동안 원유 및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물가 상승은 빠르게 공산품 가격 상승으로 번지고 있다. 물가 상승의 ‘2단계 파동’이다. 우리나라 전체 수입액에서 원유와 에너지 수입액은 약 1300억 달러로 전체의 약 1/5 수준이지만, 공산품 수입액은 그보다 3배가 넘는 약 4000억 달러다. 따라서 공산품 수입가격이 오르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원유 가격 상승효과보다 훨씬 더 크다.

생산자물가를 보면 2020년 0.5%밖에 상승하지 않던 것이 2021년 3월 4%를 넘기 시작해서 같은 해 11월 9.8%까지 치솟았다. 소비자물가도 주로 공산품 물가가 7.8% 오른 원인이 컸다. 결국 지난 1년 동안 물가 상승의 주범은 공산품 물가였다고 볼 수 있다. 공산품 물가 중에서도 석유류 물가(구성비 3.94%)가 34.4% 올랐고, 그다음으로 가공식품(구성비 8.68%) 물가가 7.2% 올랐다. 이 두 품목의 물가 상승으로 물가가 각각 1.36%p와 0.62%p 오른 셈이다. 만약 석유류 물가와 가공식품 물가가 오르지 않았다면,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4.8%가 아니라 2.8%였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를 자극하는 새로운 요인은 원화환율이다. 물가 상승의 ‘3단계 파동’인 셈이다. 최근 원화환율이 오르면서 수입하는 모든 원자재의 원화 표시 가격을 끌어올렸다. 원화환율이 상승하면서 수입하는 공산품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2021년 2월 원화 표시 수입공산품 가격 상승률은 -0.1%였지만, 2021년 4분기 수입가격 상승률은 20%를 넘어섰고 올해 1분기 상승률도 20%에 육박하고 있다.

이제 다음 단계의 물가 상승은 인건비 상승으로부터 발생할 것이다. 소비자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면 모든 근로소득자는 자신의 임금이 물가에 맞춰 오르기를 요구한다. 임금이 오르면 그에 따라 생산비용이 증가하면서 물가상승이 따라오게 된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임금-물가 악순환(the wageprice spiral)’이다. 물가상승의 ‘4단계 파동’인 셈이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아직 이 단계까지는 오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일반론이다. 하지만 만약 2022년 말까지 물가가 3% 아래로 잡히지 않는다면, 임금인상 요구가 거세게 일어날 것은 자명하다.

볼커의 공격적 금리 인상은 틀렸다


▎민생 경제 안정을 주문하는 윤석열(왼쪽) 대통령을 최상목 경제수석이 응시하고 있다. /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인플레 대책에는 두 가지 대책이 있다. 하나는 미시적 물가 대책이고, 다른 하나는 거시적 물가 대책이다. 미시적 대책이란 구체적인 상품 혹은 서비스별로 물가를 관리하는 대책이다. 예컨대 도시가스비나 교통비를 낮춘다든지 혹은 휘발유 부가세금을 낮추는 방법이 이에 속한다. 정부의 물가 대책은 대부분 미시적이다.

거시적 대책이란 품목별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 차원에서 물가를 관리하는 대책이다. 기준금리를 높인다든지 공무원 임금상승률을 낮추거나 아니면 부가가치세를 인하하는 방법이 이에 속한다. 이번 4월 물가 인상 폭 4.8%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교통비용이 13.8% 올라서 물가를 1.46%p 올렸고, 음식숙박비 상승이 6.5%p으로 물가를 0.85%p 끌어올렸다. 식료음료품 가격이 4.6%p 상승하여 0.71%p, 그리고 주택 수도전기연료 비용이 3.3%p 상승해 물가를 0.57%p 밀어 올렸다. 이들 네 지출품목의 상승 기여도를 다 합하면 3.59%p로 전체 물가 상승 4.8%p의 약 75%를 차지한다.

그런 관점에서 미시경제적 인플레 대책은 분명 필요하다. 교통비용, 음식숙박비용, 식료음료품비용, 전기연료비용 등의 상승을 억제해야 한다. 정부의 유류세 경감이나 보조금 지급이나 유가 환급금 지급은 매우 적절한 정책이므로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 저소득층과 자영업자나 소상공인과 같은 취약계층에 대한 교통비용 절감대책은 보다 과감하게 집행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거시적 물가대책으로 한국은행은 지난 2021년 8월부터 지금까지 다섯 번에 걸쳐 꾸준히 기준금리를 올려왔다. 0.5%이던 기준금리는 이제 1.75%가 되었다. 앞으로 기준금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두 가지에 달려있다. 하나는 물가 움직임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와 다른 하나는 미국 연준이 올해에 얼마나 기준금리를 올릴 것인지에 달렸다. 만약 물가가 앞으로 3% 이하로 안정되고, 미국도 기준 금리를 0.5% 이상 더 올리지 않는다면 우리 기준금리도 올라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미국은 올해 중 최소한 1%p 이상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기준금리도 지금보다 최소한 0.5%p 정도 더 올라가 2.25%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고금리로 인한 심각한 소비 부진과 투자 부진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특히 2000조원에 가까운 가계부채의 이자 부담이 급증하면서 중산서민층의 실질소득이 물가와 금리 요인 탓에 이중으로 감축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물가 상승이 주로 공급 요인에 의해 일어난 것이므로 수요 요인을 억제해 물가를 잡는 것은 심각한 경기침체를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1980년대 초 볼커 미국 연준 의장이 기준금리를 22%까지 올리면서 불필요한 경기침체를 초래한 경험이 잘 말해준다.

물가도 안정시키면서 경제 위축도 예방하는 제대로 된 물가 대책은 부가가치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하는 정책이다. 예컨대 1%p 부가가치세를 인하하면 가격이 1% 하락하면서 판매 물량이 늘어날 것이므로 이로 인한 생산과 고용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이에 따른 세수 증대도 기대된다. 부가세 세율 1%p 인하로 약 7조원의 세수 감축이 예상되지만, 판매물량 증가로 인한 세수 증대로 대부분 상쇄되고도 남는다.

정부 재정 투입 없이 경기 위축 막는 방법


탄력성이 1이라면 1% 부가세 인하로 1%의 판매물량이 늘어나서 세수는 부가세 인하 이전과 같다. 재정도 거의 들이지 않고 물가도 잡고 경기 위축도 막으면서 고용도 늘리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

7조원 재정자금을 들여 에너지나 식료품 바우처를 취약계층에게 지급하는 정책도 좋지만, 피해계층에게는 일시적으로 보탬이 될 뿐 물가안정에는 거의 도움되지 않는다. 바우처를 받지 못하는 대부분 국민의 소비는 줄어들고 그만큼 경기가 위축된다. 또 7조원의 바우처를 전액 사용하는 경우 그것의 10%는 다시 부가세로 국가에 환원되는 셈이어서 바우처 지급의 실제 재정지출 효과는 감축된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긴급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 안에 일부 수입제품과 단순 가공식품에 대한 부가가치세 한시 인하 대책이 포함됐다. 그러나 너무 범위가 좁아서 물가안정 효과가 제한적이다. 과감하게 기존 10%인 부가가치세를 2~3%p 혁신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할 시기다. 세수가 예상보다 30조원 정도 늘어나고 있으니 충분히 도입해 봄 직한 정책이다.

※ 신세돈 - 미국 UCLA에서 경제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은행 조사부와 삼성경제연구소에서 근무했다. 1989년부터 숙명여대에서 33년째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 세종대왕의 통치 업적을 분석한 [외천본민]을 저술했으며, 중국 고대 역사서 [자치통감]을 깊이 연구하고 있다.

202207호 (2022.06.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