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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UP] 미래 파일럿의 요람, 한국항공전문학교 울진비행원 

다시 열린 하늘길을 향해 ‘테이크 오프(Take off)’! 

최영재 기자
2014년 설립 이후 114명 조종사, 국내외 항공사 진출
코로나19로 취업 문 막혔지만, 280명 훈련생 굵은 땀


▎이우솔 훈련생이 김경우 교관의 지시로 속도, 고도, 방향(Heading), 자세를 확인하며 신중하게 조종을 이어가고 있다
"클리어 프롭(Clear Prop; 사고 방지를 위해 엔진 가동 직전 항공기 주변을 확인 후 주의를 환기하는 항공 용어).”

이우솔 훈련생과 김경우 교관의 우렁찬 외침이 조종석을 가득 채웠다. 곧이어 엔진이 내는 굉음과 함께 조종석은 터질 듯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힌 이 훈련생이 조종간을 움직이자 기체가 묵직하게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륙을 위해 활주로에 마주 선 세스나172(Cessna)는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경주마 같았다. 정적을 깨며 헤드셋으로 관제사의 “테이크 오프(Take-off)” 신호가 떨어지자 지축을 흔드는 요란한 엔진 소리와 함께 무게 1.2t의 세스나172(Cessna) 훈련기가 쏜살같이 앞으로 튀어나가는가 싶더니 깃털처럼 가뿐하게 상공으로 떠올랐다.

지상에서 보는 것과 달리 이륙한 뒤에도 조종석은 여전히 분주하다. 빠른 시선으로 속도, 고도, 방향(Heading), 자세를 확인하며 신중하게 조종간을 움직인다. 2년차인이 훈련생의 훈련기는 강한 바닷바람 탓에 예정된 항로를 벗어나 비행장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방심은 금물입니다, 찰나에도 수없이 많은 변수가 있습니다.” 김경우 교관이 침착한 목소리로 이 훈련생을 안심시킨다.

이착륙을 반복하는 훈련비행은 비좁은 조종석에서 고막을 찢을 듯한 엔진 소음을 견디며 매 순간 집중해야 한다. 드디어 마지막 착륙. 비행장으로 들어선 후에도 다른 비행기와 충돌할 수 있기에 이 훈련생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프로펠러가 멈추고 최종 기체 점검을 마친 뒤에야 이 훈련생은 웃음을 보였다.

한국항공전문학교(이하 한항전) 울진비행원은 2014년 설립돼 경북 울진군 기성면 울진비행장에 자리 잡은 전문 조종사 훈련 기관이다. 설립 이후 114명의 조종사를 배출한 이곳도 코로나19 팬데믹을 피해가진 못했다. 대형 항공사들마저 직원 수를 줄이고 단축 근무와 유·무급 휴직 등을 실시하며 버티던 터라 신규 입사를 기대하는 건 언감생심이었다. 길고 막막하던 터널을 지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하늘길이 다시 열리자 업계의 신규 채용도 다시 시작됐다. 올해 4월 한항전 울진비행원 출신 조종사 2명이 대한항공에 입사했다.

17대의 훈련기를 보유한 한항전 울진비행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훈련용 세스나172(Cessna) 경비행기를 완전히 분해해 정비·조립할 수 있는 설비와 자격 인원까지 갖췄다. 하루 48대의 훈련기가 울진비행원에서 이륙하고, 상공에는 4대 훈련기가 동시에 비행하며 이착륙을 반복한다. 울진비행원은 지난 8년간, 시간으로는 총 11만 시간 무사고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사업용 조종사 자격증에 도전하려면 150시간의 훈련 비행 경력이 필요하다. 자격증을 딴 뒤에도 항공사 부기장으로 취업하려면 최소 500~1000시간의 비행 경력이 있어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이지만, 울진비행원에는 현재 280여 명의 훈련생이 굵은 땀방울을 쏟고 있다. 인내의 시간을 견뎌 모든 훈련생이 꿈과 희망을 안고 더 높은 하늘로 날아오르기를 기원한다.


▎세스나(Cessna) 172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된 경비행기로 안정성과 신뢰성이 검증된 비행기이다.



▎한항전은 세스나(Cessna) 172 경비행기를 자체적으로 완전 분해, 정비, 조립이 가능한 설비와 인력을 갖추고 있다.



▎생애 첫 단독비행을 맞친 김현 훈련생을 축하하기 위해 물을 뿌리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훈련생들이 사업용 조종사 자격에 응시하기 전까지 300여번 이상의 이착륙을 하게 된다.



▎한항전은 자체적으로 17대의 경비행기를 가지고 있다.



▎울진비행장 내에 총 면적 1040.32㎡(315평) 정비를 위한 격납고를 가지고 있다.
- 사진·글 최영재 기자 choi.yeongjae@joongang.co.kr

202207호 (2022.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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