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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살인자” 폭염에 쓰러지는 사람들 

 

이해람 월간중앙 기자
■ 작년보다 16일 빠르게 발효된 폭염 경보...‘역대 최악’ 2018년보다 빠른 상승세
■ 40여 일간 491명 온열질환·5명 사망, 작년보다 3배 많아...“취약계층 대책 시급”


▎서울 낮 최고기온이 섭씨 37도에 달하는 등 찜통더위가 이어지면서 도로 곳곳에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연합뉴스
7월 7일은 ‘작은 더위’라고 불리는 소서(小署)다. 소서를 중심으로 절기상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소서를 앞두고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7월 6일 기준 제주도 서귀포시·경상남도 남해군·경상남도 거제시·강원도 태백시를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에 폭염 특보가 내려졌다. 서울은 낮 최고기온 34℃를 기록하는 등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7월 3~4일 서울 전역에 폭염 경보가 내려졌다.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웠던 2018년보다도 12일 빠르게 폭염 경보가 발효된 것이며, 지난해보다 16일 빠른 기록이다. 일 최고기온 33℃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면 폭염주의보, 일 최고기온 35℃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면 폭염 경보가 내려진다.

이어지는 폭염에 온열질환자도 속출하고 있다. 온열질환이란 일사병·열사병·열경련 등 더위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어지럼증·발열·구토 등 증상을 동반한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올해 5월 20일부터 7월 4일까지 총 491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5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 동기 발생한 온열질환자(151명)보다 3배 이상 많은 수치며, 2018년(212명)보다 2.3배가량 많다. 질병관리청미래질병대비과는 올해 특히 많은 온열질환자가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2018년의 경우 7월 말부터 폭염이 시작됐지만 올해는 6월부터 폭염이 시작돼 많은 온열질환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열질환에 가장 취약한 이들은 야외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다. 온열질환자 중 직업이 밝혀진 인원 총 390명 중 102명이 단순노무 종사자며, 52명이 농림어업숙련종사자다. 더불어 156명이 실외 작업장, 91명이 논밭에서 일하다 온열질환 피해를 입었고, 올해 첫 번째 온열질환 사망자 역시 야외 작업자였다. 그는 40대 남성으로 7월 1일 경남 농산물 공판장에서 상하차 작업을 하던 중 열사병으로 사망했다. 이어서 부천 거주 A씨(55)와 청주 거주 B씨(79)도 7월 4일 야외 활동 중 사망했다. 이들의 체온은 41도 이상까지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원하게 지내기' 어려운 취약계층


▎서귀포시·남해군·거제시·태백시를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에 폭염 특보가 내려졌다. 사진 기상청 홈페이지 캡처
질병관리청은 폭염에 대비한 건강수칙으로 ‘물 자주 마시기’, ‘시원하게 지내기’, ‘낮 시간 야외 활동 자제’ 등을 내세웠지만, 취약계층과 야외 작업자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없는 저소득층이나 65세 이상 노령인구, 야외 작업자는 이와 같은 수칙을 지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한국환경연구원 채여라 연구위원은 2019년 서울시인권위원회가 주최한 ‘혹서기 인권취약계층이 살아내는 서울의 삶’ 토론회에서 “폭염의 영향은 기온뿐 아니라 연령, 직업, 소득 등 사회·경제적 환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며 “기온 중심이 아닌 사회·경제적 환경을 고려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폭염에 따른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관계부처와 지자체에 공사장 야외 작업자, 논밭 고령층 작업자, 독거노인 등에 대한 관리대책을 세우도록 주문했다. 긴 여름 동안 폭염과 온열질환에 의한 피해가 이어지지 않도록 지자체 차원에서 취약계층을 위한 체계적이고 섬세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이해람 월간중앙 기자 haerami05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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