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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 포커스] 아베 전 총리 사망이 한·일 관계에 미치는 영향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 일본 참의원 선거 개헌 세력 압승…‘평화헌법’ 개정 속도 빨라져
■ 日 외교 정책 선회 어려워…‘선거 없는 3년’, 관계 복원 골든타임


▎윤석열 대통령이 7월 12일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에 마련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사진 대통령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사망하면서 한·일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린다. 우경화의 거두는 사라졌지만, 일본 정치지형이나 일본의 대(對) 한국 외교 정책 기조에 획기적인 변화가 생기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참의원 선거를 이틀 앞둔 7월 8일, 아베 전 총리가 나라 현 거리 유세 중 피습을 받아 사망했다. 이에 일본 내 ‘동정론’이 일어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을 비롯한 개헌 지지 세력이 압승을 거두는 결과를 낳았다. 자민당·공명당·일본유신회·국민민주당으로 구성된 4당 연합세력은 총 248석인 일본 참의원 의석수에서 개헌선인 166석을 넘긴 177석을 확보했다.

개헌 지지 세력의 단독 개헌 추진이 가능해짐에 따라 일본을 ‘전쟁 가능한 나라’로 만드는 평화헌법 개정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기시다 총리는 7월 11일 “선거에서 보여준 민의에 따라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국회에서 헌법 개정안의 내용을 논의해 국민투표로 이어가겠다”며 “올가을 국회에서 여야 간 헌법 개정 논의를 심도 있게 진행하고 이 과정에서 국민도 헌법 개정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의 이 발언으로 일본 평화헌법 개정의 시계는 점차 빨라질 예정이다.

‘조문 정국’, 기시다 총리 국정 운영에 영향 줄 것


▎전문가들은 선거 결과와는 별개로 아베 전 총리 ‘조문 정국’이 일본 내 여론과 기시다 총리의 향후 국정운영 방향 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분석한다. 연합뉴스
국내 일본 전문가들은 아베 전 총리 사망을 계기로 한국에 대한 일본의 냉랭한 외교 기조가 급선회할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전략형 우파’였던 아베와 달리 아베의 파벌은 그를 추종하다 ‘이념형 우파’가 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베의 사망은 강성 우파들을 교통 정리할 사람이 없어졌다는 것”이라며 “이는 한국에 결코 좋은 신호가 아니다”라고 했다. 남기정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교수도 “평화헌법이 개정된다면 일본이 군대를 가지게 돼 한국을 포함한 주변 국가들의 긴장을 유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론 구심점이 사라진 일본 내 강성 우익세력이 약해져 ‘온건파’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주도의 한·일 관계 개선 여지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자민당 내 최대계파인 ‘세이와카이’(회장 아베 신조)의 지원을 받아 총리에 올랐던 기시다 총리가 아베 전 총리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주도적으로 정국을 이끌어나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일본에서 대형 선거가 없는 2025년까지가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골든타임이 될 수 있다. 선거 시기가 아니면 일본 정부가 혐한 여론에 덜 휘둘리면서 유연한 입장을 보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모두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 등 양국 간 과거사 갈등에도 불구하고 양국 관계 개선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해왔단 점도 주목할만하다.

선거 결과와는 별개로 아베 전 총리 ‘조문 정국’이 일본 내 여론과 기시다 총리의 향후 국정운영 방향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있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일본센터장은 “기시다 총리 입장에선 선거 뒤에도 여당을 결속하는 게 중요하다”며 “당분간 자기 색을 드러내는 데 신중할 것”으로 전망했다.

-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lee.seu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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