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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루와 목민관 대화] 김영환 충북도지사와 변광섭 청주대 교수가 말하는 ‘레이크파크 역발상’ 

“바다가 없다고? ‘호수의 바다’를 만들면 된다”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대청호 등 757개 호수 연결하는 낭만과 힐링의 스토리텔링 기대하라”
“내륙 지자체인 충북의 백두대간 줄기는 알프스 이상의 감동 선사할 것”
“도민 10만 명 참여하는 ‘영상 자서전’은 세계 최대 이야기 플랫폼”


▎김영환(왼쪽) 충북지사와 변광섭 청주대 겸임교수는 ‘호수의 천국’ 충북도를 한국의 알프스로 가꾸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번트 자세에서는 홈런이 결코 나올 수 없다.” 아마도 김영환 충청북도지사는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장 중 가장 특이한 행적을 남긴 인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야구로 따지면 번트로 주자를 한 베이스 더 보낼 수도 있지만, 작심하고 풀스윙하는 타자로 비친다. 7월 1월 민선 8기 충북도지사에 취임한 그는 충북 도정에 ‘홈런’ 한 방이 절실하다고 보는 듯하다. 그게 바로 ‘레이크파크(Lake park) 르네상스’ 플랜이다.

충북도는 광역 도(道) 중 바다에 접하지 않고, 땅으로 둘러싸인 유일한 내륙 지자체다. 그래서인지 해운(海運)이나 해수, 항구 같은 기능은 늘 야릇한 결핍과 선망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 조선 개국 공신 정도전이 갈파했듯 충청은 ‘청풍명월(淸風明月)’의 본향으로 불린다. [충청도는 왜 웃긴가?]의 저자 안상윤은 청풍명월의 연원을 “남한강과 충주호, 금강 등이 빚어내는 깨끗한 풍경과 맑은 환경”에 결부해서 풀이했다. 충북은 담수 자원이 풍부한 고장인 것이다.

이 점에 착안해 김 지사는 충북에 ‘호수의 천국’, 즉 레이크파크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실로 그의 취임 초 굵직한 행보 대부분은 이 레이크파크 사업에 수렴된다. 먼저 취임식부터 대청호와 청남대가 인접한 청주 문의문화재단지에서 가졌다. 취임사 일성은 수몰(水沒) 지구에 관한 얘기였다. “1972년 8월 19일 오후 3시 우리는 아름다운 단양호를 얻는 대신 구단양의 시루섬에서 한 살배기 아이를 땅에 묻었습니다. 대청호를 만드는 과정에서 4개 시군에 걸쳐 86개 마을이 물에 잠겨 2만6000여 명이 고향을 떠났습니다.” 그는 이어 “우리는 호수관광의 시대 ‘레이크파크 르네상스’의 첫발을 내디디면서 이 아픔의 역사를 기억하고 창조적 상상력으로 새로운 미래를 열고자 한다”고 화두를 던졌다. 그가 취임 후 행한 1호 결재도 ‘충북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추진방향’이었다.

김 지사는 정치적으로는 좌(左)와 우(右), 계층적으로는 상(上)과 하(下)를 모두 섭력하는 특이한 여정을 밟아왔다. 젊은 시절 학생운동, 노동운동을 거쳐 민주당 국회의원(4선), 장관(과학기술부)에 이르고 나중에는 치과의사로 생업을 이어가는가 하면, 시인으로도 등단했다. 최근에 국민의힘 소속 도지사에 취임한 뒤에도 기존에 해오던 유튜버 활동을 계속하는 등 세상과의 직접 소통을 꾀하고 있다. 그는 샤이(shy)한 듯해도 마음먹은 걸 결행에 옮기고야 마는 집행력의 보유자일 수도 있다.

김 지사의 ‘레이크파크’ 구상은 변광섭 청주대 교양학부 겸임교수와의 교감을 통해 무르익었다. 언론인 출신인 변 교수는 고향인 충북에서 문화예술·문화관광 콘텐트 분야의 기획자로, 또 큐레이터로 활동하며 새로운 지역 발전 모델을 모색해왔다. 특히 충북의 곳곳을 다니며 스토리를 만들고 글을 써왔다. 그가 쓴 지역 문화 관련 책만 20권이 넘는다. 그 결과물의 하나가 김 지사와 함께하는 ‘레이크파크’ 르네상스다.

월간중앙이 민선 8기 지방자치 개막 이후 첫 ‘구루와 목민관 대화’에 김영환 충북지사와 변광섭 교수를 초청했다. 두 사람의 대담은 휴일인 7월 9일 오후 청주시의 한 레스토랑에서 진행됐다. 전날(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민선 8기 시·도지사 간담회 후일담이 자연스레 테이블에 올랐다.

“윤석열 정부의 규제 개혁 의지 읽었다”


취임 열흘도 안 돼 ‘구루와 목민관 대담’에 참여한다. 취임 초 빽빽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경황이 없겠다.

김영환 충북도지사_ 어제는 서울에서 대통령과 광역지방자치단체장들이 첫 상견례를 가졌다. 시·도지사들이 돌아가며 저마다 현안 사업을 설명했다. 저는 레이크파크 구축에 필수적인 댐 주변 입지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윤 대통령의 반응에 크게 고무됐다. 윤 대통령은 중앙정부의 역할이 모든 지역이 스스로 발전 동력을 찾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이 재정 권한을 강화하고 특화 산업을 스스로 결정하는, 본격적인 지방 시대를 열겠다는 약속도 했다.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들의 발언에서는 규제 혁신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읽혔다. 이런 각오로 행정을 펼친다면 나라가 획기적으로 바뀔 것이고, 당면한 경제 불황도 타개할 수 있겠다는 예감이 들더라.

먼저 레이크파크 르네상스란 어떤 사업인가?

김 지사_ 늘 제가 하는 얘기가 있다. ‘충북은 바다는 없으나 호수가 있고, 항구는 없으나 백두대간이 있고, 배는 없으나 걸어서 세계로 갈 수 있는 만 갈래 길이 있다’고 말이다. 충북의 바다는 ‘꿈의 바다’여야 한다. 레이크파크는 저의 핵심 공약이자, 도민이 살아가는 터전인 충북의 새로운 도약을 향한 도전이기도 하다. 세부적으로는 충주호·청풍호·단양호·괴산호·대청호 등 도내 757개의 아름다운 호수와 저수지가 있고, 그 주변에 어우러진 백두대간, 종교·역사·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다. 이들 자원을 묶어 스토리 콘텐트로 특화하고 문화예술과 자연환경, 그리고 도민들의 삶의 풍경이 낭만과 힐링으로 가득한 충북형 르네상스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변광섭 청주대 겸임교수_ 충북은 우리나라는 물론 지구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생명의 모항(母港) 입지를 가졌다. 충북은 호수 면적이 전국에서 가장 넓다. 나아가 소백산·월악산·속리산 등 국립공원 면적도 전국에서 가장 넓다. 이는 하늘이 준 선물이다. 충북은 축복의 땅인 것이다. 이런 지리적 여건에 더해 역사·문화적 유산과 스토리는 가슴이 아릴 지경이다. 조선 개국 공신 정도전은 우리 고장을 청풍명월이라 불렀고, 이중환의 <택리지>에서는 충주의 명물인 달천의 물이 으뜸이라고 했다. 한국지질학회에서는 충북 괴산군 청천지역을 한국의 중심이라고 발표했다. 세계 최고(最古) 볍씨로 알려진 청주 옥산의 소로리 볍씨, 금속활자본 직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마무리한 초정에서 나는 약수 등 생명·문화·역사 자원이 넘쳐난다. 레이크파크 르네상스는 충주호 같은 곳에 테마파크 하나 조성하는 사업이 아니라 역사·문화·생태 환경에서 종합적으로 추출되는 충북도의 문화 DNA 관련 사업이라고 보면 좋겠다. 하드웨어 개념이 아닌 소프트웨어 개념 말이다. 앞으로 충북 100년, 길게는 1000년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정책이 바로 레이크파크 르네상스다.

“호수와 물이라는 충북도 특이점이 변화의 출발점”


김 지사_ 이 사업은 인문지리학 관점에서 볼 때 ‘충청북도는 무엇인가’의 문제와도 직결된다. 충북도의 브랜드, 충북도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과업이기도 하다. 경제를 포함해 도민이 살아가는 문제, 즉 정주의식까지 아우르는 포괄적인 의제다. 충북도의 산업·교육·주거 시설 등 제반 기능이 모두 레이크파크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물과 산, 생활 기반에 밀착한 이야기다. 조선 후기 실학자 신경준이 말한 ‘산자분수령(山自分水領)’이라는 말을 곱씹어 본다. 산은 물을 가르고, 물은 산을 넘지 않는다는 산과 물의 기본 원리를 뜻하는 말인데 이에 입각해 레이크파크를 설계했다. 땅과 산과 강은 서로 의지하며 존재한다. 충북도는 백두대간의 백두산-설악산-소백산으로 이어지는 줄기와 맞닿아 있다. 소백산맥은 충북도의 벽에 해당한다. 이 벽을 넘으면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 땅이다. 특히 충북도에는 757개 저수지가 있는데 여기서 발원한 물이 세 군데로 갈라져 남한강·낙동강·금강의 물줄기를 이룬다. 단양호·청풍호·충주호를 품은 소백에서 월악에 이르는 백두대간을 한데 묶어 호수 관광 르네상스 시대를 열고자 한다. 충북도의 특이점은 호수에 있으며, 호수는 충북도의 브랜드인 셈이다.

변 교수__ 대청호와 청남대는 레이크파크의 중심 축에 해당한다. 이곳에서 취임식을 갖자는 충북도지사직 인수위의 제안을 김 지사가 흔쾌히 받아들이는 것을 보고 가슴이 뛰는 기분이었다. 김 지사의 유연성과 창의성을 목격한 까닭이다. 고고학계에 따르면 취임식이 열린 대청호 일원은 50만 년 전, 석기시대의 사냥터이자 축제의 장이었다. 강 건너편 두루봉 동굴에서 코끼리, 동굴곰, 코뿔소 등의 흔적이 발견 됐다. 석기인들은 이곳을 무대로 사냥했으며, 사냥에서 돌아와 흥겨운 춤과 노래로 그날의 기쁨을 함께했을 것이다. 동굴 안에서는 진달래꽃의 흔적이 발견 됐다. 학자들은 이를 두고 ‘꽃을 사랑하는 첫 번째 사람들(The First Flower People)’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이러한 레이크파크의 현장에서 가진 도지사 취임식은 충북 도정(道政)의 방점이 어디에 찍혀 있는가를 대외에 널리 알리는 장면이라고 하겠다.

호수와 물이 충북도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핵심적 요소인가?

김 지사_ 그렇다. 호수와 물이 충북도의 언어와 문화를 규정하고 있다. 어떤 물을 먹고 사느냐에 따라서, 어떤 물줄기를 따라 사느냐에 따라서 충청도, 경상도 등 지역별 우리의 문화가 결정됐다. 그래서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계획은 관광객 유치해서 돈 좀 벌어보자고 하는 그런 정책이 아니다. 충북도의 뿌리, 정체성을 찾아 활력을 불어넣고 발전을 꾀하는 작업의 일환이다.

수몰 현장에 피어나는 레이크파크의 꿈


▎레이크파크 주요 자원 위치도. 충북도는 호수와 저수지의 고장이기도 하다. / 사진:충북도청
변 교수_ 충북의 호수와 댐 자리에 한때는 사람이 살았다. 1980년 대청댐이 완공되면서 청주와 천안·세종·공주 등 충남·북, 그리고 전북 일부에까지 식수와 공업용수 등을 연간 1300만t씩 공급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댐과 함께 삶의 터전이 물속에 잠기면서 고향을 떠나야 하는 수몰민이 생겨났다. 옛 청원군과 옥천군 등 4개 시군에 86개 마을, 4075세대 2만6000명 주민이 고향을 등져야 했다. 일부는 도시로, 일부는 이곳 문의면 소재지에 마을공동체를 만들어 터를 잡았다. 주민의 아픔 속에서 레이크파크 르네상스라는 새로운 꽃이 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대청호변 일원은 수자원 보호구역이라 현지 주민들이 생업을 일구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역대 대통령의 별장인 청남대도 이곳에 자리한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 핀다. 충북의 주요 호수와 주변의 자원은 이제 더는 아픔으로만 기억될 수 없다. 그 아픔을 딛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꿈이 꿈으로 끝나지 않고 현실이 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하며, 말이 말잔치로 끝나지 않고 천리마가 되어 비상할 수 있어야 한다. 충북만의 문화자원을 발굴하고 콘텐트로 특화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로컬 큐레이터를 키우고, 지역별 맞춤형 문화예술 및 문화관광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레이크파크 르네상스의 모티브가 되는 아이디어나 사건을 소개한다면?

김 지사_ 오랜 세월 타지에 살다가 고향에 와서 지방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많은 걸 보고 느꼈다. 특히 충청북도의 정체성, 충청북도의 브랜드가 모호했다. 충북 하면 청주의 교육도시 콘셉트를 떠올리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충북 전체를 규정하는 브랜드라고 하기는 어렵다. 브랜드와 정체성이 없이는 도민 결속도, 지속적인 발전도 기약하기 어렵다. 반도체 공장 한두 개 유치한다고 해서 충북이 살기 좋은 고장으로 거듭나는 게 아니다. 두바이가 ‘사막의 기적’이라는 찬사를 받고 세계적 명소로 떠오른 건 석유 때문만은 아니듯이 말이다. 레이크파크 르네상스는 경제와 투자를 넘어서는 차원에서 논의돼야 할 사안이다. 충북의 아름다운 자연, 선사와 고대 등 유구한 역사의 뿌리와 이야기들이 한데 모여 자연사박물관이 되고 ‘예술의 바다’, ‘문화의 바다’를 만드는 것이다. 충북에는 스위스와 같은 경탄을 자아내는 아름다운 집 같은 것은 없어도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고자 애쓴 고통과 눈물이 배어 있는 마을과 전통 가옥이 있고 그 속에 숱한 전설과 이야기가 촘촘히 박혀 있다. 충북도가 덩치가 작다고, 산업화에 뒤졌다고 낭패감을 가지는 분도 없지 않은데 내게 충북은 무한한 영토를 가진 ‘꿈의 바다’일 따름이다. 충북에 있는 모든 호수의 길이를 더하면 제주도 올레길의 족히 100배는 넘을 것이다. 이곳에 레이크파크 르네상스가 꽃을 피우면 산업시설도 들어서고 주민들의 정주의식도 한층 탄탄하게 뿌리를 내릴 것이다.

변 교수_ 2011년 이어령 선생이 청주의 옛 연초 제조창에서 명사 특강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선생은 거칠고 야성적이며 드넓은 담배공장을 보고 “충북은 바다가 없다. 그걸 아쉬워할 게 아니라 문화의 바다, 예술의 바다를 만들자”고 했다. 내륙에 갇혀 있다는 의식을 깨고 새롭게 도전하는 터닝 포인트가 되는 느낌이었다. 다른 지자체들이 외형을 중시하는 사회간접자본(SOC) 중심으로 달려갔다면 충북은 콘텐트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국의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조건으로 여섯 가지를 얘기한 적 있다. 첫째가 디자인이고 둘째가 스토리였다. 그다음이 조화·공감·놀이·의미다. 지금은 놀이와 유희의 시대다. 디지털 혁명이 메타버스 공간에서 퍼지듯이 충북도 이런 스토리, 놀이의 중심에서 미래를 펼쳐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충청대망론? 아직도 진행형”


▎청남대 제1전망대에서 바라본 대청호 전경. 이 일대가 레이크파크 주요 무대가 된다. / 사진:충북도청
충청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지역 출신 대통령 출현을 바라는 이른바 ‘충청대망론’이 꿈틀거렸다. 윤석열 대통령 부친의 고향이 충청이다. 이번 대선을 통해 충청도민의 이런 여망이 어느 정도 해소됐을까?

김 지사_ 이번 지방자치선거의 가장 큰 특징을 들자면 국민의힘의 충청권 석권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충청권은 윤 대통령과 같이 가야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충청 지역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윤석열 대망론’의 명암이 달라질 것이다. 충청대망론의 완성 여부는 현재로는 미지수라고 하겠다. 이의 실현 여부는 충청 지자체장들과 주민들이 새로운 꿈을 실현해내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기존의 흐름이 포말처럼 사라질지, 견고하게 발전할지는 시간이 더 흘러야 알게 된다. 레이크파크 르네상스가 시금석이 될 수도 있다. 이게 성공하면 충청인들도 ‘윤석열 대통령이 김영환이라는 사람을 내세워 이런 개혁을 하는 것’이라는 평가를 해줄 것이다. 저는 충청북도를 ‘개혁의 테스트 베드’로 만들고자 한다. 정치 개혁 선봉장 소임이 제게 주어졌다는 각오로 일할 참이다. 어제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대통령을 만나고 오는 길에 ‘목민관으로 충북을 국정 개혁의 테스트 베드로 만들겠다’는 취지의 문자를 윤 대통령에게 보냈다. 저는 저 나름의 도지사 방식대로 윤석열 정부의 개혁을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그랬더니 윤 대통령이 “감사합니다, 도지사님”이라는 답장을 보내왔다.

변 교수_ 저는 충청권 대망론이라는 정치적 메시지보다는 BTS와 같은 세계적 인재를 키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현 정부에서 문화·예술·스포츠 분야에서 충북 출신 스타가 많이 쏟아지면 대망론은 물 흐르듯 이뤄지는 것이다. 세계 무대에서 다양한 충북인이 활약하도록 교육환경을 조성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일이 우선이다. 김 지사를 비롯한 교육감, 각 시군 단체장이 도민과 함께 머리를 맞댔으면 좋겠다.

“상수원 규제 해제 논리 갖고 싸우겠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레이크파크 사업의 중요성을 부각하고자 도지사 취임식을 대청호가 보이는 청주 문의문화재단지에서 가졌다. / 사진:충북도청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사업의 중심이라 할 대청호, 청남대 주변은 상수원 보호구역이어서 개발에 엄격한 규제가 적용된다. 국민적 설득과 중앙정부·국회의 협조가 선행돼야 하지 않나?

김 지사_ 사실 어제(7월 8일) 시·도지사 간담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윤 대통령의 생각대로 국회의원들이 따라주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정책이 표류하지는 않을까 등등의 상념이 스쳤다. 저를 비롯해 시·도지사들은 아주 파격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개진했고 앞서 언급했듯이 윤 대통령도 많은 공감을 피력했다. 충북의 대청호 주변의 규제만 해도 그렇다. 상수원 관련 규제로 인해 주민들은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다. 이 일대 관광은 물론이고 산업, 생활 활동 자체가 위축돼 있다. 이런 방식의 규제는 옳지 않다고 말하니 윤 대통령도 그 자리에서 공감을 표하더라. 또 7월 7일 충북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도 윤 대통령을 만났다. 저는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구상을 말씀드리고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문제는 대통령이 규제 개혁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해도 공무원 사회의 생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온갖 이유를 들어 기존의 규제를 존속하려 들 것이다. 청남대를 끼고 있는 대청호가 350만 명의 식수원이라는 이유로 이 일대 개발은 수십 년 동안 규제에 꽁꽁 묶여 있다. 지역의 생존과 자기실현 차원에서라도 최소한의 개발은 허용하는 쪽으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예컨대 식당과 같은 편의시설을 무조건 틀어막을 게 아니라 필요한 허가는 내주고 오·폐수 처리 시설 설치와 운용을 철저하게 감시·감독하는 식으로 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용했으면 한다.

변 교수_ 대청호 인근 청남대가 개방된 지 20년 가까이 돼가는데 해마다 평균 15억~20억원, 코로나 팬데믹 이후엔 매년 50억원 이상의 적자를 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걸 다 충북도 예산으로 물어준다. 사람들은 많이 오는데 왜 충북도는 마이너스일까. 그게 바로 관광객이 돈을 쓰고 싶어도 쓸 곳이 없는 구조에 기인한다. 그 일대가 상수원 보호구역이라 변변한 식당이나 편의시설을 둘 수 없고 체류 공간도 없어 이용객도, 주민도 모두 고통을 감내한다. 규제의 경직성을 조금만 누그러뜨려도 상황이 호전될 것이다. 여행의 완성은 체험과 체류다. 충북의 멋, 맛, 풍류를 머물면서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규제 완화와 함께 충북도가 직영하고 있는 청남대를 민간기업이 운영할 경우 놀라운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김 지사_ 대청댐은 대전·충남·서산 등의 취수원 역할도 한다. 수자원을 보호하고 환경도 개선하는 것과 식당 등 편의시설을 완전 봉쇄하는 건 완전 다른 문제다. 상수원 보호구역 규제 주무부처는 환경부다. 나는 환경부 장관과 논리로 싸워야 할 때는 싸울 것이다. 또 국회 입법 과정에서도 언제든지 두 팔을 걷어붙이겠다. 이런 일을 하라고 도민께서 도지사에게 권한을 준 것이다. 필요한 규제 개혁을 중앙정부에 구걸할 생각은 없다. 논리로 충분히 극복하고 해결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규제에 따른 지역 경제의 위축은 국회의 입법 시스템의 잘못도 있다. 입법 과정도 고쳐야 한다. 예를 들면 어떤 법안을 만들 때 새로 발생하는 규제 관련 내역을 첨부하게 해 후방 효과를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지역민의 삶을 동영상에 담겠다”


▎김영환(왼쪽) 충북지사와 변광섭 청주대 겸임교수는 레이크파크 사업이 충북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브랜드를 만드는 프로젝트임을 부각했다.
변 교수_ 대통령 공약을 포함한 정부 정책과의 연계도 매우 중요하다. 규제 완화, 제도 개선부터 정책 사업의 조기 추진을 위한 테스크포스팀을 만드는 일, 국가 예산을 확보하는 일을 체계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이와 함께 행정을 무겁게 짓누르는 프레임도 걷어내야 한다. 공무원들은 일종의 프레임에 갇혀 있는 거와 같아서 그 프레임 밖으로 나가는 순간, 마치 해서는 안 될 일을 하는 것 같은 의식을 갖게 된다. 이런 경직성을 해소하자면 논의 구조에 외부 전문가와 기업도 참여하는 길을 열어야 한다. 가능하면 세계의 인재, 전국의 인재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면 좋겠다. 우리의 무대는 충북이 아니고 대한민국, 지구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충북도가 준비 중인 또 다른 흥미진진한 도전이 있다면?

김 지사_ 인류의 의사소통은 그림에서 문자, 사진, 동영상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도 내 ‘영상 자서전(自敍傳)’ 프로그램도 보급하고자 한다. 영상 자서전이란 어린이와 어르신이 함께하는 추억 공유 플랫폼이다. 도민 10만 명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활용한 영상 자서전 제작에 참여한다면 도(道) 차원에서나 개인 차원에서 어마어마한 아카이브 구축과 함께 수익도 창출하게 될 것이다. 평범한 사람의 얘기를 10만 명분 영상으로 찍는다고 생각해보라. 서민 삶에 관한 엄청난 문화유산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 영상 자서전은 세계에서 가장 큰 이야기 플랫폼 콘텐트로 비약하게 될 것이다. 충청북도 역시 전 세계에서 정보화를 선도하고, 가장 막강한 콘텐트 플랫폼을 가진 지자체로 우뚝 서게 된다. 이를 전국으로 확대할 수 있다. 정부가 마음먹는다면 불과 100억 원 정도 예산만으로 1000만 명분의 동영상을 생산할 수도 있다.

변 교수_ 이런 정보는 모든 분야의 크리에이터들이 스토리를 구성하는 데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예술인, 문인을 만나보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지역의 소스(source)’, ‘지역의 콘텐트’를 소개해달라고 한다. 사람들이 살아온 스토리에 살을 붙이면 드라마가 되고 영화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렇게 콘텐트가 모여 트래픽을 만들고 수익을 낳게 된다. 카카오톡·구글·유튜브가 그랬듯이 말이다. 미래는 창조적 상상력에 기반한 콘텐트를 가진 이가 최고의 권력을 행하는 시대다. 충북이 그 시대를 먼저 열어가면 좋겠고, 그 성과와 가치가 전국으로, 세계로 뻗어가면 더욱 좋겠다.

- 글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park.sunghyun@joongang.co.kr / 사진 김성태 객원기자

202208호 (2022.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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