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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돈의 돈이 보이는 경제(5)] 환율에 따라 울고 웃는 한국 경제 

환율은 ‘국가의 자존심’이다 

북한 같은 폐쇄경제 아닌 한, 수출입 거래·해외여행 및 이자 송금에 환율 영향
자국 화폐가치 높게 표현되는 간접표시방법, 영연방과 공산주의 국가에서 선호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며 한국 경제에 타격을 입히는 인플레이션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모든 나라는 각기 그 나라 안에서 통용되는 화폐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자국 화폐를 다른 나라에서 사용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불가능하다. 파나마와 같이 외국통화를 자국 통화로 사용하거나 밴쿠버 혹은 토론토같이 국경 왕래가 어렵지 않은 인접 지역인 경우, 예외적으로 타국 통화가 국내에서 통용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자국 통화의 국외 통용, 혹은 타국 통화의 국내 통용은 어렵다. 따라서 자국 통화를 국외에서 통용하거나 아니면 외국통화를 국내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환전해야 한다. 이때 적용되는 통화와 통화 사이의 교환 비율이 환율(the exchange rate)이다. 환율이란 ‘국내통화와 외국통화 사이의 교환비율’을 줄여서 부르는 말로써 그리고 일본에서는 위체(爲替), 중국에서는 외회패가(外匯牌價) 또는 외회가(外匯價)라고 한다.

환율이란 통화와 다른 통화 사이의 교환비율이므로 한 나라 통화의 환율은 존재하는 모든 다른 나라 통화 각각에 대해 다른 환율이 있다. 원화의 경우, 원화와 미국 달러와의 환율(대미 원화환율), 원화와 일본 엔화 사이의 환율(대엔 원화환율), 원화와 중국 위안화 사이의 환율(대위안 원화환율)도 있다. 그 외에도 유로에 대한 환율, 영국 파운드에 대한 환율 등 지구 위에 존재하는 모든 통화에 대해 원화환율이 있는 셈이다.

만약 어느 나라가 다른 나라와 전혀 교역이나 거래를 하지 않는 완전히 고립된 국가라면 환율이 필요하지 않다. 그렇지만 한 나라가 다른 나라 경제 주체와 상품, 서비스, 투자 등 경제거래를 할 때는 필수적으로 환율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국내기업이 휴대폰을 외국에 수출하는 경우, 수출가격은 일반적으로 외국통화로 표시하고 수출대금도 외국통화로 받게 된다. 이때 수출업자가 외국통화로 표시되는 수출가격을 결정할 때는 반드시 환율을 적용해야만 수출가격이 산정된다. 예컨대 한국통화로 10만원하는 휴대폰의 달러 표시 수출가격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원화 표시가격 10만원을 미국 달러에 대한 원화환율(예컨대 1000원)로 나눠 가격을 100달러로 결정하는 것이다. 또한 수입원자재대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외국통화로 표시된 수입대금을 원화로 바꾸어야 하는데, 이때에도 미국 달러에 대한 환율이 적용돼야 한다.

환율은 왜 필요한가?


▎환율 상승의 여파는 면세점의 불황처럼 생활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 사진:연합뉴스
환율이 상품의 수출입 거래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수출입 거래가 아니더라도 외국에 대한 이자의 지급이나 해외여행이나 유학과 같은 경제거래에도 필요하고, 해외공장의 건설과 같은 국제투자거래에서 원화 자금을 외국통화로 전환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환율이 적용돼야 한다. 환율이 필요한 또 다른 경우로는 통계의 국제비교를 들 수 있다. 국가 간의 경제 규모나 1인당 소득이나 임금이나 혹은 물가를 국제적으로 비교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환율을 적용해 통일된 수치를 가지고 비교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각국의 경제 규모나 소득수준은 일차적으로는 자기 나라의 통화가치로 계산되고 발표될 것인데 이를 국가 간에 서로 비교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일된 통화(예를 들면 미국 달러)로 표기해야 비교가 가능하다. 북한과 같이 극단적으로 폐쇄돼 국제적 거래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 나라라 하더라도 북한의 경제 규모를 다른 나라와 비교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북한통화와 국제통화 사이의 환율을 적용해야만 하는 것이다.

환율은 통화와 통화 간의 교환비율이지만, 어느 통화를 단위로 삼느냐에 따라 두 가지로 표시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원화의 대미 달러에 대한 환율도 ‘1달러에 대한 원화의 교환비율(달러당 환율)’로 표시할 수도 있고, 거꾸로 ‘1원에 대한 달러의 교환비율(원화당 환율)’로 표시할 수도 있다. 외국통화 1단위당 자국 통화의 교환비율로 표시하는 경우를 ‘직접표시방법(direct quote)’이라고 하고, 반대로 자국통화 1단위에 대한 외국통화의 교환비율을 ‘간접표시방법(indirect quote)’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직접표시방법은 외국통화 한 단위의 환율을 자기 나라의 통화단위로 표시하는 방법이고 반대로 간접표시방법은 자국 통화 한 단위의 환율을 외국통화 단위로 표시하는 방법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일본, 중국, 독일 등 대부분의 나라는 직접표시방법으로 환율을 표시한다. 그러나 영국과 호주와 뉴질랜드와 같은 영연방국가들은 전통적으로 간접표시방법을 사용해 오고 있다. 즉, 이들 나라는 자국 통화 1파운드당 얼마의 외국통화로 환율을 표시하는 것이 관례다.

환율 표시방법의 정치학


미국은 일반적으로 직접표시방법과 간접표시방법을 혼용하고 있다. 거주자나 국내기업들과의 외환거래는 직접표시방법을 사용하지만, 외국인 및 외국기업과의 거래는 간접표시방법을 사용한다. 영국 파운드화, 특별인출권(SDR), 그리고 유로(EURO)화에 대해서도 그들 통화 1단위에 대한 미국 달러화의 교환비율, 즉 직접표시방법을 사용한다. 미국의 시카고 외환선물 시장 거래에서도 전통적으로 직접표시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즉, 시카고 외환선물 시장에서의 거래가격은 통상적으로 1엔당 몇 달러, 1유로당 몇 달러, 1파운드당 몇 달러라는 직접표시방법으로 거래된다.

직접표시방법과 간접표시방법 중 어느 방법으로 표시하느냐 하는 것은 관습과 편의상의 문제다. 따라서 어떤 방법으로 표시하느냐 하는 것은 본질적인 문제라기보다는 형식 혹은 편리함의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다음의 세 가지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실질적인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첫째, 환산의 기준이 되는 통화를 자국 통화로 함으로써 간접표시방법은 국가적 자존심이라는 ‘심리적’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우리나라 원화의 환율을 간접표시방법으로 표시하여 ‘1원’은 0.001달러이고, ‘1원’은 0.1 엔이며, ‘1원’은 0.0008유로로 정의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원화에 대한 자존심’을 부여한다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영연방 국가들이 간접표시방법을 선호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으며, 과거 대부분의 공산주의 국가들도 이런 이유에서 간접표시방법을 고집했다.

둘째, 표시방법에 따라 간편성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이탈리아 리라화의 대미 달러환율이 1달러당 2000리라라고 할 때, 이를 ‘1달러=2000리라’로 표시하는 것과 ‘1리라=1/2000=0.0005달러’로 표시하는 것 사이에는 무시 못 할 간편성의 차이가 있다. 마찬가지로 원화의 미 달러에 대한 환율도 1달러는 1000원이라고 표시하는 것과 1원은 0.001달러로 표시하는 것 사이에는 실질적인 편의상의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에 표기해야 하는 숫자는 네 개의 불과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소수점까지 포함해 다섯 개나 되는 불편함이 발생한다.

셋째, 직접표시방법과 간접표시방법에 따라 환율의 변동률에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직접표시방법으로 1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800원에서 1000원으로 상승했다고 하자. 그러면, 환율의 변동률은 25%(=200/800)다. 그런데 간접표시방법에 따르면 1원은 0.00125달러에서 0.001달러로 변동했으므로 환율의 변동률은 20%가 되어 5%p의 차이가 나게 된다. 바로 이런 점에 착안해 환율의 변동률을 의도적으로 과장하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축소하기 위해 언론에서는 필요에 따라 직접표시방법을 쓰기도 했다가 간접표시방법을 쓰기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은행을 통해 외환을 매매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사실이지만, 같은 미국 달러인데도 고객이 살 때 적용하는 환율과 고객이 팔 때 적용하는 환율은 다르다. 예컨대 내가 1달러를 은행에 가지고 가서 원화로 바꿀 때 적용하는 환율(이를 은행의 입장에서 현금매입률)과 반대로 내가 1달러를 은행에서 살 때 적용하는 환율(이를 현금매도율)이 다르다. 은행이 달러를 사려고 할 때 적용하는 환율 매입률과 은행 달러를 팔려고 할 때 적용하는 매도율의 차이를 스프레드(spread)라고 한다. 은행들의 주요 수익원 중의 하나다. 스프레드는 현금을 사고팔 때에도 있지만, 전신환을 사고팔 때에도 있고 선물거래나 스와프 거래에도 스프레드가 따로 있다. 그리고 거래 은행마다 거래 시점에 따라 다 다르다.

괴리 줄이는 재정환율의 ‘마법’

우리나라 원화의 경우 여러 외국 통화에 대해 환율이 있는데, 그렇다면 환율은 어떻게 결정될까? 일단 원화와 달러 사이의 환율만 외환시장에서 결정되고 다른 통화에 대한 환율은 모두 재정환율의 방식을 통해 결정된다. 재정환율이란 제3의 통화의 달러 당 환율을 이용해 원화와 제3의 통화 사이의 환율을 결정하는 방법이다. 예컨대 1달러가 1280원(E1)이고 동시에 1달러가 135엔(E2) 이라면 1엔당 원화에 대한 환율은 9.48원(1280/135)이 된다. 다만 일본엔화의 경우 시장에서는 통상적으로 100엔당 원화 환율로 표시하는 관행이 있다.

혹자는 이렇게 ‘계산된’ 환율이 시장과 괴리되는 환율이 아닐까 의문을 제시할 수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원화와 달러 사이의 외환 시장에서 결정되는 원·달러 환율(E1)이 거의 완벽하듯이 달러와 일본 엔화의 외환 시장에서 결정되는 달러·엔화환율(E2)도 거의 완벽하게 시장에서 결정되고 있으므로 그 둘을 이용하여 계산되는 원·엔 재정환율도 거의 완벽하게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재정환율 계산 방법을 이용해 다른 통화와 원화 사이의 환율이 시시각각 결정, 고시되고 있다.

※ 신세돈 - 미국 UCLA에서 경제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은행 조사부와 삼성경제연구소에서 근무했다. 1989년부터 숙명여대에서 33년째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 세종대왕의 통치 업적을 분석한 [외천본민]을 저술했으며, 중국 고대 역사서 [자치통감]을 깊이 연구하고 있다.

202208호 (2022.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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