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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목민관열전] 박승원 광명시장이 말하는 ‘시민주권’ 키워드 셋 

“시민과 공감하는 공정한 ‘광명시대’ 연다”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공천 탈락·재심·경선 난관 겪을 때 시민 응원이 재선 원동력
3기 신도시·테크노밸리 등 자족기능 갖추고 구도심 균형 개발


▎6·1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박승원 광명시장은 25년간 지역에서 시민교육운동과 자치분권운동에 몸담아왔다.
6월 29일 광명시청 집무실에서 만난 박승원 시장의 얼굴엔 2년 전에 만났을 때보다 한결 여유가 내비쳤다. 전쟁 같았던 지방선거를 한바탕 치른 지 채 한 달이 되기 전이지만, 이미 그의 책상엔 수많은 보고서와 정책 자료가 쌓여 있었다. 박 시장은 6·1 지방선거에서 생환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경기지역 기초단체장 9명 중 재선에 성공한 4인방의 한 명이다. 값진 승리를 일궜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민주당 경기도당 공천심사에서 탈락한 그는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앞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을 벌인 끝에 경선 기회를 얻었다. 이후 후보로 확정된 뒤 국민의힘 후보와 양자 대결에서 여유 있게 승리했다. 박 시장은 “4년 동안 공적 가치를 위해 일했던 진정성을 시민들이 인정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쉽지 않은 선거 과정을 거치면서 느낌이 남달랐겠다.

“여의도 중앙당사 앞에서 단식 농성한 나흘 동안 시민들이 오셔서 힘을 보태주셨다. 부당한 것에 저항하는 결단력 있는 모습이 시민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걸 깨달았다. 힘든 과정을 거친 만큼 시민과 공직자를 대할 때 더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든든하게 힘을 주는 시민들이 있어서 좀 더 자신감이 생겼다.”

시민들도 박 시장의 진정성을 다시 봤을 것 같다.

“며칠 전 아내가 자주 가는 카페에서 겪은 일이다. 카페에서 늘 공부하던 분이 갑자기 아내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면서 ‘유심히 지켜봤는데 참 잘하시더라’고 했다더라. 그동안 한 번도 대화해본 적 없는 분인데 선거가 지나고서 한참 뒤에야 그렇게 격려하듯 말씀해주셔서 아내가 깜짝 놀랐다고 한다. 저도 놀랐다. 시민들은 안 보는 것 같으면서 다 보고 있었던 거다.”

그렇게 시민들이 성숙한 의식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시장의 노력 때문 아닌가. 오랫동안 시민의식을 높이는 활동을 많이 하지 않았나?

“1999년에 평생교육도시 선언을 하면서 시민교육 사업을 정말 열심히 했었다. 그때 교육을 통해 시민이 변하는 걸 목격했다. 모여서 공부하고 질문하고 토론하는 교육 과정을 통해 시민은 성숙해진다. 광명에서만 25년 동안 그런 경험을 해왔기 때문에 미래가 밝다고 본다. 시민이 서로 소통하고 협업하는 도시로 성장할 거라고 확신한다.”

평생학습운동 시작으로 25년간 광명 발전에 투신


▎지난해 11월 28일 광명시민체육관에서 열린 제4회 광명시민 500인 원탁토론회는 숙의 민주주의의 모범으로 평가받는다. / 사진:광명시
광명은 평생학습도시의 원조이기도 하다. 어떤 가치를 구현하고 싶었나?

“1999년 3월 9일 평생학습도시 선언문을 직접 썼다. 4년 동안 평생학습센터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면서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우선 더 많은 시민이 평생 학습에 참여할 수 있게끔 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둘째로 시대적 가치와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새로운 학습 욕구를 채워주는 일이다. 셋째는 누구나 소외되지 않게끔 하는 일이다.”

20여 년 지난 지금은 어떤가?

“행정과 정책적 서비스 공급은 충분하지만 수혜자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지난 민선 7기 때 시민 모두에게 평생학습 장학금 주는 걸 추진했었다. 25세 이상 원하는 시민에게 수당 20만원을 주고 학원 수강을 하든, 책을 사 보든,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끔 하자는 취지에서다. 다만 아쉽게도 의회에 세 번 상정했는데 모두 부결돼 실현하지 못했다. 이번에 다시 추진해보려고 한다. 누구나 소외되지 않고 평생학습을 경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광명시가 가장 먼저 구현해보려고 한다.”

평생학습 말고도 지난 4년간 시정을 이끌며 기억에 남는 성과가 있을 것 같다.

“최고의 성과는 시민에게 권력을 돌려준 것을 꼽고 싶다. 주민참여, 자치분권도시를 시정목표의 으뜸으로 정했다. 조례를 만들어 자치분권의 기본 틀도 마련했다. 시민 500명과 함께하는 원탁토론회를 작년까지 네 차례 실시해 시민 스스로 예산에 반영할 사업을 정하도록 했다.”

시청 로비에 폐자동차를 활용한 소파를 둔 게 눈에 띈다. 기후위기 대응과 자원 절약에 관한 관심이 각별해 보이던데?

“광명시는 탄소중립도시로 전환하기 위해 다양한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전담 부서인 기후에너지과를 만들었다. 외부 공급 없이 자체 생산 에너지를 사용하는 ‘넷-제로 에너지카페’를 비롯해 기후에너지 강사 양성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참여형 정책을 내놨다. 여기서도 핵심은 ‘시민 참여’다. 일상에서 실천을 끌어내는 ‘기후 의병’이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전국에서 우리 시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2조4000억원 투입해 융·복합 첨단산업기지 조성


▎박승원 시장은 공정·공감·공공을 기치로 내걸고 시민과 함께하는 자치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려면 자족기능을 빼놓을 수 없다.

“광명·시흥 3기 신도시와 광명·시흥 테크노밸리 조성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3기 신도시는 KTX 광명역, 인천국제공항과 접근성이 좋아 우리 시가 수도권 서남부의 중심도시로 발돋움할 발판이다. 테크노밸리도 자족기능을 갖추는 데 중요한 사업이다. 2조4000억원을 투입해 2024년까지 가학동과 시흥시 무지내동 일대 245만㎡에 융·복합 첨단산업기지를 조성한다. 우리 시는 기업유치팀을 신설해 스마트 제조업체와 연구소 등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강소·중견기업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광명에는 오래전 형성된 옛 도심지역이 많다. 이곳에 대한 정비는 어떻게 진행되나?

“3기 신도시와 더불어 여러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광명동·철산동·하안동·소하동 지역은 40년 전에 지어진 단독주택과 아파트 재개발 시기가 도래했다. 하안2지구는 지난달에 지구로 지정됐고, 구름산지구는 내년 상반기 중 철거작업이 시작될 예정이다. 광명동 쪽은 뉴타운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도시가 균형 있게 성장할 수 있도록 신도시와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조화를 추구하고 있다.”

광명은 젊은 세대 인구가 많은 곳이다. 세대별 맞춤 정책은 어떤 게 있나?

“우리 시는 전국 최초로 ‘아이와 맘 편한 도시 만들기 운영 조례’를 제정해 저출산에 대응한 맞춤형 종합대책을 시행해왔다. 신혼부부 건강검진, 한방 난임치료 지원, 임산부 건강교실 등 임신·출산부터 보육까지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다자녀 가정과 육아 관련 혜택을 늘려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가고 있다. 청년에 대한 정책도 남다르다. 청년위원회, 청년숙의예산토론회, 청년의날 지정 등 청년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려 애썼다. 취업 활동과 주거비용 부담 경감을 위해 전·월세 대출이자를 지원하고 청년신혼주택 1210호 건설(2025년 예정) 등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민선 7기의 슬로건과 민선 8기의 슬로건은 어떻게 다른가?

“민선 7기에는 ‘함께하는 시민 웃는 광명’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시민참여·자치분권 등 5대 시정목표와 116개 실천과제를 추진했다. 민선 8기에는 시정 혁신 기획단을 만들어 시민사회와 전문가 집단, 내부 직원들과 협력해 4년의 목표와 전략, 과제를 정하려 한다. 몇 가지 기준은 있다. 우선 미래지향점을 갖고 도시 비전을 설계해나가려 한다. 시민의 시정 참여를 더 넓히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만들어나갈 생각이다. 우리의 문제는 우리 스스로 해결한다는 생각과 자질을 갖춘 시민을 육성하는 게 도시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라고 믿고 있다.”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 사업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고 들었다.

“우리 시는 보편적 교육복지 실현, 학습역량 강화를 위한 학습력 제고, 지역사회 연대를 통한 교육자치 실현, 청소년이 행복한 도시 조성을 교육 목표로 추진해왔다. 정부보다 앞서 3대 무상교육(무상교복·무상급식·무상교육)을 실현했다. 2020년부터 초등학교 입학생에게 입학 축하금을 지원하고 있고, 올해는 중·고등학생과 학교 밖 청소년까지 확대했다.”

업무에 지친 공직자들에게 시 읽어주며 응원

시민의 관심을 끈 주요 공약은 어떤 게 있나?

“광명·시흥 3기 신도시에 시민들의 관심이 많다. 그래서 수도권의 핵심도시가 되도록 지속가능한 자족경제도시, 스마트·친환경 녹색도시로 개발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광명·시흥 테크노밸리 사업도 광명의 미래 100년을 준비할 중요한 사업이다. 이곳을 자율주행과 미래차의 거점으로 조성해 강소기업을 유치할 계획이다. 하안동에는 K청년혁신타운을 조성해 콘텐트 분야 기업·연구소·창업지원 공간과 시민편의시설 등 일터와 쉼터, 문화터가 어우러진 융·복합 공간을 만들려고 한다. 도시의 품격을 높일 방안으로 정원문화도시를 구상하고 있다. 내년에 새빛공원에서 경기도 정원문화박람회가 열리는데 안양천, 목감천을 국가정원으로 지정하고 마을 정원 만들기 사업을 지속해 정원도시로 만들어가고자 한다.”

시청사 1층에 ‘시장이 추천하는 책’ 코너가 있더라. 나태주 시인의 책이 꽂혀 있던데 어떤 점을 공유하고 싶었나?

“선거 치르기 전에 있었던 거라 이제 바꿀 때도 됐는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인이다. 가끔 결제하러 온 직원이 힘들어하는 기색이 보이면 나태주 시인의 책을 펼쳐보라고 한다. 무작위로 펼친 곳에 있는 시를 낭송해준다. 잠시 긴장을 풀고 업무의 스트레스를 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직원들도 은근히 좋아한다.”

박 시장은 기자에게도 나태주 시인의 책을 펼쳐보라고 한 뒤 나온 시를 읽어줬다. 인터뷰 도중 즉석에서 시 낭송 시간이 열렸다.

무심히 지나치는 골목길/ 두껍고 단단한 아스팔트 각질을 비집고/ 솟아오르는 새싹의 촉을 본다/ 얼랄라 저 여리고 부드러운 것이!/ 한 개의 촉 끝에 지구를 들어올리는/ 힘이 숨어 있다 (나태주 시집 [하늘의 서쪽] 중 ‘촉’)

새로운 4년의 시간에 어떤 철학을 담고 싶나?

“행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세 가지 가치는 공정, 공공, 공감이다. 일을 할 때 공정한지를 늘 따져봐야 불합리의 늪에 빠지지 않는다. 또 공공성을 두고 판단해야 한다. 법적인 문제가 없다면 공공성이 확대되도록 유연하게 행정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의 기반은 시민의 공감대다. 시민들과 공감하면서 도시를 성장시켜나가야만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 수 있다. 이런 가치에 기반을 두고 행정을 펼쳐나간다면 반드시 성공한다고 믿는다. 몇 번의 선거 과정을 통해 그 진가를 더욱 깊이 깨달았기에 앞으로 절대 포기하지 않을 가치들이다.”

※ 박승원 광명시장
■ 18·19대 광명시장
■ 전국평생학습도시협의회 회장
■ 자치분권지방정부협의회 회장 권한대행
■ 기후위기 대응·에너지전환 지방정부협의회 사무총장
■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 9대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 4대 광명시의회 의원
■ 광명시 평생학습센터 사무국장

- 글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 사진 정준희 기자 jeong.junhee@joongang.co.kr

202208호 (2022.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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