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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제13회 ‘홍진기 창조인상’ 영광의 얼굴(3) | 문화예술부문 안톤 허 번역가 

번역으로 한국문학의 저력 세계에 알리는데 힘써 

첫 문장 읽고 감동 받아 번역 제안, [저주토끼] 세계에 알려
번역가 넘어 작가로 변신 준비, 영국의 문예 에이전시와 계약


▎소설집 [저주토끼]로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안톤 허(왼쪽) 번역가와 정보라 작가가 4월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저주토끼]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리는 부커상 국제 부문에 올해 최종 후보로 지명된 [저주토끼]를 집필한 정보라 작가는 이 단편소설집을 번역한 안톤 허(41)를 두고 “안톤은 만능 인재다. 뛰어난 번역가이면서 동시에 인맥도 넓고 문학계 사정을 잘 이해한다”고 평했다. 부커 인터내셔널은 번역의 문학적 가치를 중시해 원작자와 번역자를 함께 시상한다. 비록 올해 최종 수상은 불발됐지만, 한국에서도 소외된 장르였던 공포환상 문학이, 그리고 한국인이 영어로 번역한 작품이, 최초로 세계적인 문학상의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는 5년 차 문학 번역가 안톤 허의 활약이 컸다. 그가 번역한 박상영 작가의 퀴어 장편소설 [대도시의 사랑법]도 올해 부커상 1차 후보에 올랐었다.

안톤 허는 2018년 어느 책 축제에 갔다가 우연히 [저주토끼]를 접했다고 한다. 그는 “책의 첫 문장이 아름답고 이야기가 너무나 재미있고 공포스러우면서도 유머러스해서” 일면식도 없었던 작가와 출판사를 찾아 번역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고는 여러 해외 출판사에 출간을 제안해 지금의 영국 출판사와 계약을 했다. 그에 따르면 “번역뿐 아니라 작품을 고르는 것, 번역권을 따는 것, 해외 출판사를 찾는 것, 홍보까지 번역가의 일이다.”

부친이 코트라 해외 주재원이었던 인연으로, 그는 스웨덴에서 태어나 해외와 한국을 오가며 살았다. 원래부터 문학에 뜻이 있었지만, 집안의 반대로 법대에 진학했다가 결국 영문학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전업 문학 번역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원문을 가장 깊게 음미하는 독서가 번역”이라는 그는 계속해서 “남들이 번역하지 않으려는 작품을 번역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뻔하지 않은 작품을 번역하는 재미로 해온 일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작업하려고 한다.” 이뿐 아니라 작가로서의 길도 시작할 예정이다. “최근에 영국의 문예 에이전시와 계약해 가을에 제가 쓴 장편소설 원고가 출판사들에 소개될 예정이다. 좋은 소식을 전해 드리고 싶다.”

※ 안톤 허(1981년생)= ▶고려대 법학과 학사, 서울대 영어영문학과대학원 석사 ▶신경숙 [리진], 강경애 [지하촌] 번역 출간(2018) ▶정보라 [저주토끼] 및 박상영 [대도시의 사랑법]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1차 후보 선정, [저주토끼]는 최종후보 선정(2022)

202208호 (2022.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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