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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왜 김진태 강원지사를 찾아갔을까?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 강원지사 공천 당시 김 지사 ‘기사회생’ 때, 이 대표가 힘 실어줘
■ 만남 통해 이 대표는 勢, 김 지사는 의리 부각하며 ‘친윤’ 견제


▎지방선거 당시 이준석(오른쪽 두 번째) 국민의힘 대표는 강원도를 여러 차례 찾아 김진태(왼쪽 두 번째) 강원지사 후보의 선거 승리를 지원했다. 연합뉴스
무릇 모든 정치 행위에는 함의가 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7월 19일 트위터에 “춘천을 찾은 이준석 대표를 만났다”고 알렸다. 김 지사는 “내가 전에 단식 농성할 때 (이 대표에게) 이불을 선물 받은 보답으로 강원도 홍삼액을 선물했다”며 “그런데 (이 대표가) 워낙 씩씩하셔서 홍삼액은 내가 더 필요해 보였다. 인생 뭐 있나? 이렇게 사는 것이지”라고 썼다.

왜 김 지사는 궁지에 몰린 이 대표를 굳이 공개적으로 만났으며 인증 샷까지 찍었을까? 이를 이해하려면 2022년 6·1 지방선거 공천 과정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4월 당시 야인 신분이었던 김 지사는 강원지사 출마를 선언했지만, 공천에서 컷오프됐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KBS 앵커 출신인 황상무 후보의 단수 공천을 발표했다. 황 후보의 공천을 두고 정계에서는 “윤심(尹心)이 작동한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을 뛰고 있을 때, 황 후보는 언론전략기획단장을 맡았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즉각 반발했다. 주변에는 정계 은퇴를 시사할 정도로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일각에서는 김 지사의 무소속 출마 가능성까지 나왔다. 이러면 표가 분산돼 황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었다. 상대가 민주당의 유력 정치인인 이광재 후보였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결국 공관위는 재심을 받아들였고, 경선을 치르는 쪽으로 번복했다. 경선 결과 김 지사가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됐고, 기세를 몰아 당선까지 됐다. 이 과정에서 이준석 대표는 일관되게 김 지사에게 우호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지사가 굳이 이불 선물을 부각하며 ‘힘내라’는 뜻의 홍삼액으로 답례한 것에는 그때의 호의에 대한 의리를 지킨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윤리위의 6개월 당원권 정지 판결 이후 잠행을 거듭하고 있다. 호남, 창원, 부산에 이어 강원도를 순회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윤핵관’의 지역구를 겨냥한 의도가 있다고 바라보지만, 이후 이 대표는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강릉에서 차로 2시간 이상 걸리는 춘천까지 찾아와 김 지사를 만났다. ‘우군’을 확보하고, 세를 과시하는 작업으로 볼 여지도 있다.

이준석·김진태의 속내는 권성동 포위?


▎7월 19일 김진태(오른쪽) 강원지사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만찬 회동을 공개했다. 김진태 강원지사 페이스북
김 지사와 이 대표의 회동은 권성동 원내대표와의 관계를 해석할 때 한층 중의적으로 음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강원도 당원들 사이에서는 “영동의 권성동, 영서의 김진태”라는 이야기가 있다. 태백산맥을 사이에 두고, 둘은 강원도를 대표하는 보수 정치인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이다. 김 지사는 서울법대를 졸업한 검사 출신으로 강원도 춘천에서 재선했다. 이후 2020년 총선에서 낙선한 뒤 암중모색의 시간을 보내다 재기에 성공하며 강원 도정을 책임지게 됐다. 이에 비해 권 원내대표는 중앙대 법대를 졸업한 뒤 검사로 일했다. 4선 국회의원으로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둘이 기질적으로도 썩 맞지 않는다는 시각이 퍼져 있다.

이 대표로서는 김 지사를 부각할수록 권 원내대표를 압박할 수 있는 구도다. 물론 이 대표의 미래가 어찌 될지 알 수 없지만, 현 시점에선 김 지사도 개인적 보답으로 이 대표를 챙기는 제스처를 취한다면, ‘권력에 영합하지 않는 의리와 소신 있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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