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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아나운서의 '리더의 언어로 말하기'(10) 

 

스피치 연습, 따로 시간 내지 말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라

▎스피치 연습을 위해 특별한 시간이나 장소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아침 일찍 세면대 앞에서, 이동 시 차 안에서, 잠시 쉬는 산책길이나 사무실 안에서도 얼마든지 스피치 연습을 할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회사의 대표이사나 임원들에게 스피치 트레이닝을 진행하다 보면 종종 듣게 되는 말이 있다. 그건 바로 ‘스피치 연습을 할 시간이 너무 없다’는 것이다. 매일매일 회의와 보고, 미팅으로 가득 차 있는 일과에스피치 연습 시간까지 더하면 하루 24시간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나는 그분들께 스피치 연습을 위해 하루 30분, 1시간을 따로 낼 필요 없이 남는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라고 조언하곤 한다. 자투리 시간은 말 그대로 조금씩 남는 시간을 의미한다. 길게는 30분, 짧게는 5~10분의 남는 시간을 충분히 활용한다면 스피치 스킬을 효과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아침 일찍 세면대 거울 앞에 서 있는 순간부터 시작하면 된다. 그 날의 중요한 일정을 떠올리며 하루 중 만날 가장 중요한 사람에게 어떻게 인사할지 연습하는 것이다. 거창한 스피치 연설문을 외우라는 것이 아니다. 인사말을 할 때 나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는지, 웃는 표정은 어색하지 않은지, 본인 목소리의 톤이나 발성은 어떤지를 점검하는 것이다. 처음엔 어색할 수 있겠지만 매일 5분씩만 여기에 투자한다면 첫인상 점수를 크게 높일 수 있다.

그다음은 출퇴근길 차 안에서의 남는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다. 개인 차량으로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경우라면 더욱 좋다. 차 안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목소리와 생각에 집중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그동안 라디오를 켜고 음악을 따라 부르거나 전화 통화하는 데 이 시간을 활용했다면, 이제 그 시간을 스피치로 채워보자. 가장 쉬운 방법은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그것에 대해 소리 내 말해보는 것이다. 같은 주제라도 청중이 달라지는 경우를 감안해 이야기할 콘텐트와 순서를 계속 바꿔보는 것도 좋다. 그러다가 가끔씩은 라디오를 켜고 뉴스를 전하는 아나운서들의 또렷한 발음을 그대로 따라 해보는 것도 좋다. 이러한 연습이 반복되다 보면 어떤 주제의 이야기가 나와도 누구보다 빠르게 대화에 적응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차 안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목소리와 생각에 집중할 수 있어 스피치 연습에 최적이다. 라디오를 켜고 뉴스를 전하는 아나운서들의 또렷한 발음을 그대로 따라 해보는 것도 좋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다음은 점심 식사 직후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질 때이다. 산책할 때도 좋고 사무실에서 조용히 혼잣말로 해도 된다. 이때는 오전 중이나 점심 식사 시간에 만났던 사람과의 대화를 복기해 보거나 오후나 저녁 식사 시간에 만날 사람과의 스몰톡(분위기 전환을 위한 가벼운 대화)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활용하면 좋다. 사실 한국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낯선 사람과의 스몰톡이다.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 나가야 할지를 몰라 어색한 침묵에 빠지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매일 잠깐씩 시간을 내서 이걸 대비한다면 낯선 사람들과의 첫 만남에 더욱 자신감이 붙을 것이다.

마지막은 잠자기 직전 시간이다. 침대에 눕자마자 곯아떨어지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현대인은 침대 위에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잠이 든다. 한 번 과감하게 휴대폰을 치워보자. 옆에 배우자가 있다면 더욱 좋다. 온종일 혼자 연습했다면 이제는 실전 연습을 해볼 때다. 배우자를 상대로 그날 연습했던 특정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다음 날 해야 할 말을 미리 연습해 보는 것도 좋다. 혼자서만 말할 필요는 없다. 배우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경청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하루 중 가장 조용하고 편안한 잠들기 전 시간을, 휴대폰이 아닌 누군가와의 대화로 채운다면 스피치 능력은 물론 수면 관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앞에서 말한 시간 이외에도 찾아보면 알게 모르게 흘려보내고 있는 자신만의 자투리 시간이 있을 것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어색할 수도 있지만 따로 말하기 연습을 하려 하지 말고 이렇게 일상 속 습관에 스피치를 조금씩 녹여 넣어보자.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피치가 더욱 쉬워지고 편안해질 것이다.


※필자 소개: 리더스피치 대표이자 [리더의 언어로 말하기] 저자. KBS 춘천총국 아나운서로 방송을 시작해 연합뉴스 TV 앵커를 역임했으며, 현재 사이버 한국외국어대 외래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세대에 맞는 스피치를 연구하며 각 기업체 CEO, 임원들의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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