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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열 표절 논란에 재조명되는 K팝의 어두운 관행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 전문가 “레퍼런스와 표절 구분 쉽지 않아…참고가 표절로 흐를 가능성 농후”
■ 관대한 대중문화 여론·업계 관행처럼 용인돼온 점이 논란 부추기는 데 한 몫


▎유희열은 발매 예정이었던 ‘아주 사적인 밤’이 사카모토 류이치의 ‘Aqua’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이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사진 KBS
‘천재 작곡가’ 유희열의 표절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한국 음악사의 고질적인 관행에 대한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레퍼런스와 표절 사이 모호한 경계점과 이를 묵인한 업계의 관행을 지적한다.

유희열은 7월 15일 발매 예정이었던 ‘유희열 - 생활음악’ LP 중 ‘아주 사적인 밤’이 사카모토 류이치의 ‘아쿠아’(Aqua)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이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유씨는 “검토 결과 곡의 메인 테마가 충분히 유사하다는 것에 동의하게 됐다”며 “두 곡의 유사성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원곡자인 사카모토 류이치는 “분석 과정에서 볼 때 멜로디와 코드 진행은 표절이라는 논점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두 곡 사이 유사성은 있으나 ‘아쿠아’(Aqua)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조치가 필요한 수준이라곤 볼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누리꾼들이 ‘해피 버스데이 투 유’(Happy Birthday To You·노래 성시경), ‘플리즈 돈 고 마이 걸’(Please Don’t Go My Girl·노래 유재석) 등 유씨가 작곡한 곡에 추가적인 표절 의혹을 제기하며 논란은 확대됐다. 유씨는 입장문을 통해 “제기되는 표절 의혹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추가적인 표절 의혹은 일부 부인했다.

평론가 “대중음악 표절에 관한 강력한 법이 제정돼야”


▎레퍼런스와 표절을 구분 짓는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2006년 발매된 이효리(오른쪽)의 ‘겟 차!’(Get Ya!)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왼쪽)의 ‘두 섬싱’(Do something)을 레퍼런스 삼았지만 과도하게 참고한 탓에 표절 시비가 거셌다. 중앙포토
이러한 논란이 일어나는 이유는 표절과 구분되는 레퍼런스의 정의를 내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표절의 경우 ‘4마디 이상 멜로디가 같다’ 등 정의하는 항목이 정해져 있지만, 레퍼런스는 곡의 스타일과 느낌을 차용하는 소위 이미지 카피다. 2006년 발매된 이효리의 2집 앨범 ‘겟 차!’(Get ya!)의 경우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두 섬싱’(Do something)을 레퍼런스 삼은 곡이었지만, 과도하게 참고한 탓에 표절 시비가 거셌던 사례다. 이대화 음악평론가는 “레퍼런스 자체가 특정 곡이나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받고 그 특징을 내 음악의 일부로 흡수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표절로 흐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하며 “유희열 씨는 레퍼런스와 창작의 경계가 아슬아슬했던 사람”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한국 대중문화 여론이 그동안 표절 시비에 관대하고 업계에서도 관행처럼 용인된 점 또한 반복적인 표절 논란을 부추기는 데 한몫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평론가는 유씨에 우호적 여론을 펴는 일부 누리꾼들에 대해 “몇몇 유튜버들의 문제 제기로 비판적 여론이 형성됐고, 그들이 만들어낸 이슈로 원작자와 의혹 당사자의 의견까지 도출된 상황에서, ‘누리꾼들의 광기다’ 혹은 ‘조금 비슷하면 표절이냐’라고 말하는 것이 맞나”고 지적했다. 이어 “표절과 레퍼런스의 경계에 있던 사건들을 아티스트들이 똑똑히 지켜봤을 텐데 여전히 반복된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강일권 음악평론가는 “도돌이표처럼 흘러가는 표절 의혹 논의가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대중음악 표절에 관한 강력한 법이 제정되고 제대로 판결하는 분위기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lee.seu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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