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

Home>월간중앙>문화. 생활

[BOOK 이슈] 이케다 다이사쿠 SGI 회장 '재즈와 불교 그리고 환희 찬 인생' 출간 

재즈(Jazz)와 불법(佛法)은 깊이 공명한다 

그래미상 영예 빛나는 재즈계 두 거장과의 대담집
상호 존중과 인류애 바탕으로 ‘대화의 진수’ 선봬


▎2006년 10월 일본 도쿄에서 이케다 다이사쿠(왼쪽) 국제창가학회(SGI) 회장이 웨인 쇼터(오른쪽 둘째), 허비 행콕 (맨 오른쪽)과 재회하며 기뻐하고 있다. 이케다 회장과 두 사람의 교류는 약 40년 동안 이어졌다. / 사진:국제창가학회(SGI)
재즈에 관한 책을 섭렵한 사람에게도 [재즈와 불교 그리고 환희 찬 인생]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재즈는 이런 음악이었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재즈에 관한 새로운 통찰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불교 철학자 이케다 다이사쿠 국제창가학회(SGI) 회장이 세계를 대표하는 재즈계의 두 거장(웨인 쇼터, 허비 행콕)과 대담한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우리 시대의 지성이라는 명칭이 잘 어울리는 이케다 회장은 그동안 세계 여러 나라와 지역을 방문해 학술강연을 하고 각국의 석학들과 다양한 주제로 대화해왔으며, 활발한 저술 활동을 펼쳐 2000여 점 넘는 저서를 펴냈다. 그런 그가 왜 재즈에 주목한 것일까? 먼저 ‘재즈는 무엇인가’, ‘어떻게 탄생했는가’에 대해 서로 묻고 답한다.

“재즈는 ‘대화’를 기본으로 하는 음악입니다. 기만과 겉치레, 속임수 그리고 음모 등을 모두 벗어버리고 자신을 전면적으로 드러내어 마음과 마음, 본질과 본질로 부딪치는 음악이 재즈입니다. 그래서 심혼을 기울이는 대화와 재즈 연주는 서로 통합니다.”(본문 17~18쪽)

세 사람은 재즈가 단순히 감각적인 운율이 아니라 지극히 정신적인 음악이며, 연주 중에 즉흥적으로 우러나오는 ‘대화’는 삶의 기쁨을 찬탄하는 진솔한 표현이라고 재즈의 본질을 파고든다. 인간 감정 깊은 곳에서 나오는 외침이 바로 재즈라는 것이다. “재즈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세계 사람들에게 보내는 선물입니다. 재즈는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끌려온 사람들이 억압과 고뇌 속에서 만들어냈지만, 지금은 고뇌를 표현하는 것에 한정하지 않고 오히려 고뇌를 초월한 음악으로 넓혀지고 있습니다.”

책은 재즈의 기원과 장구한 역사에 관해서도 얘기한다. 여기까지는 인문학적으로 재즈를 다루는 도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책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재즈에 대해 탐색해나간다. “재즈는 ‘자유’를 구가하는 음악입니다. 어떠한 지배자도 재즈의 자유분방함을 억누를 수 없습니다. 그것은 인간이 지닌 마음의 본원적인 자유와 통합니다. 불법(佛法) 또한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는 궁극적인 생명의 자유를 밝히고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재즈는 불법과 깊이 공명합니다.”(본문 20~21쪽)

유네스코에서 인권에 대한 전 세계 명언을 집대성해 출판한 [어록 인간의 권리]에는 니치렌 대성인의 [선시초] 구절이 수록돼 있다. “왕지(王地)에 출생하였으므로 몸은 따르고 있는 듯하지만 마음까지도 따를 수 없는 것이니라.” 요컨대 ‘인간은 국가나 사회체제에 예속된 존재가 아니며, 인간의 정신을 권력이라는 쇠사슬로 묶을 수는 없다’는 뜻이다. 즉 니치렌 불법과 재즈의 본질이 통한다는 해석이다. 이는 인간 정신을 연마해온 이케다 회장의 통찰력과 일생 무대에서 재즈를 연주해온 두 거장이 끊임없이 ‘재즈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천착해온 결과다.

‘재즈 레전드’와의 에피소드도 담겨


▎재즈와 불교 그리고 환희 찬 인생 / 이케다 다이사쿠, 웨인 쇼터, 허비 행콕 지음 / 중앙일보S / 1만2000원
세 사람의 끝없이 이어지는 대담은 재즈 담론에서 끝나지 않고 음악과 인간, 신앙과 인생, 미국과 아프리카 등 일생에 걸쳐 경험하고 고뇌해온 것들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로까지 확장하고 변주된다. 갈수록 심화하는 기후변화를 비롯해 생태적·환경적 위기는 어떻게 왔는지에 대해 각자의 견해를 피력하는 한편, 21세기에도 여전히 인간을 위협하는 전쟁과 핵무기, 인종차별, 인권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해답을 모색하기도 한다.

책에서 이케다 회장이 ‘대화의 진수’를 보여준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케다 회장은 “대화는 마음과 마음이 연주하는 음악”이라고 말하며, 절제된 언어 구사와 유장한 리듬감으로 자유롭게 대화를 이끌어간다. 각자의 이야기를 충분히 끌어내고 상대의 실수마저도 서로 향상시켜 재즈 대담을 숭고한 불법으로 견인한다. 이런 가운데 세 사람이 마음을 터놓은 대화를 통해 서로 존경하고 신뢰하는 생명의 일체감을 나눠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뜨거워진다.

눈에 띄는 것은 세 사람의 대화가 항상 ‘인간의 행동’이라는 차원으로 되돌아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원숙한 불교 철학자인 이케다 회장이 인간주의를 기본으로 한 법화경과 니치렌 불법이 지닌 인류애적 사상을 거울 삼아 대화를 이끌어가기 때문이다. 이케다 회장은 책에서 니치렌 대성인의 진실된 가르침에서 나오는 생명의 말과 지혜를 펼친다. 또 스승 도다(창가학회 제2대 회장) 선생님의 희망과 용기를 북돋는 말씀을 담아내 우리에게 인생에서 좌절하지 않고 승리할 수 있는 활력을 불어넣는다.

이번 대담은 예술과 종교라는 전혀 다른 세계의 거장과 철학자가 개인의 가치관과 배경을 뛰어넘은 만남을 통해 예술·인생·신앙에 대한 진솔한 대화로 새로운 메시지를 만들어낸다. 오랜 세월에 걸쳐 이루어진 인간적 교류와 인연의 결실이며, 차이를 극복한 인간으로서 서로의 존엄성을 빛낸 것이다.

한편 대화를 함께 나눈 재즈계의 두 거장, 웨인 쇼터와 허비 행콕은 이케다 회장과 40여 년에 이르는 유대로 고락을 함께해온 신앙적 동지다. 재즈사에 빛나는 색소폰 연주가 웨인 쇼터는 1964년 마일스데이비스의 밴드에 참여, 중심 멤버로서 마일스의 황금시대를 뒷받침했다. 1970년 ‘웨더 리포트’를 결성해 퓨전계를 이끌었으며 그래미상을 11번 수상했다. 세계적 재즈 피아니스트인 허비 행콕은 일곱 살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해 열한 살 때 시카고 교향악단과 공연했으며 그래미상을 무려 14번이나 수상했다. 1973년 ‘헤드 헌터스’를 결성, 재즈 펑크와 댄스 뮤직을 융합해 재즈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대담에서 흥미로운 점은 그들이 음악을 만나게 된 계기와 음악을 대하는 엄격한 자세, 그리고 삶의 전반에 매우 진지한 신앙심이 배어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재즈사를 화려하게 수놓은 마일스 데이비스와 아트 블레이키 등 ‘재즈 레전드’와 오랫동안 친숙한 교류를 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에피소드도 눈길을 끈다.

- 윤석원 기업사연구소 편집위원

202208호 (2022.07.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