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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 ‘전국 경찰서장 회의’…이상민 행안부 장관 “12·12 쿠데타 준하는 상황” 

 

이해람 월간중앙 인턴기자
■ 점점 다가오는 경찰국 출범에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서 “역사적 퇴행” 비판
■ 회의 주도한 류삼영 총경, 복무위반으로 대기발령…경찰국 둘러싼 갈등 고조


▎류삼영 총경이 7월 23일 전국 경찰서장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후 경찰청은 류 총경에게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연합뉴스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을 두고 일어난 경찰의 내홍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7월 23일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참석한 총경 190여 명이 “경찰국 신설은 역사적 퇴행”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그러자 경찰청은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중부서장(총경)을 복무위반으로 대기 발령하는 강경 조치를 취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7월 25일 경찰서장 회의를 ‘12·12 쿠데타’에 빗대어 비판하면서 경찰국을 둘러싼 갈등이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같은 날 도어스테핑에서 “행정안전부(행안부)와 경찰청에서 필요한 조치를 잘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며 경찰 내 반발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피했다. 사실상 행안부에 힘을 실어준 발언으로 보인다.

행안부 경찰국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통과로 인한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필요성이 제기됐다. 경찰 권력을 통제하는 기능을 담당하며 지난 7월 15일 신설이 확정됐고, 오는 8월 2일 출범할 예정이다.

경찰국은 경찰 인사권을 통해 경찰을 통제하는 구조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와 야당인 민주당은 경찰국 신설에 대해 “경찰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위법 행위”라며 반대했다. 반면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7월 24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청은 검찰청·국세청과 함께 아주 힘이 세지만, 유일하게 관할 부처가 없다”며 경찰국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국공노, “쿠데타는 이상민 장관이 일으킨 것…사태 수습 위해 대통령이 나서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는 근조 화환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검수완박’ 이후 경찰국 신설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직협은 1인 시위, 삭발, 삼보일배, 단식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했다. 7월 23일 오후에는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전국 총경 190여 명이 회의에 참석해 경찰국 신설 반대 의견을 모았다. 총경들은 입장문을 통해 “민주적 통제에는 동의하지만, 경찰국 설치와 지휘규칙 제정 방식의 행정 통제는 역사적 퇴행”이라고 주장했다.

총경들의 반발에 경찰 지휘부는 즉각 강하게 대응했다. 경찰청은 회의가 진행되는 도중에 해산을 지시했고, 참석자들이 응하지 않자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을 대기 발령 조치했다. 이어서 회의에 참석한 총경급 경찰관 56명을 감찰에 착수하기로 했다. 회의를 중단하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아 복무위반을 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류 총경과 참석자들에 대한 지휘부의 강력한 조치에도 경찰 내부 반발은 끊이질 않고 있다. 경위·경감 등 팀장급 회의와 지구대장·파출소장 회의까지 예고되면서 갈등의 불씨가 번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거기다 이상민 장관이 경찰서장 회의에 대해 “경찰청장 직무대행자가 해산 명령을 내렸는데도 이를 위반했다”며 “군으로 치면 위수지역을 비워놓고 모임을 한 것이며,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신쌍수 국가공무원노동조합 경찰청지회장은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해 “쿠데타는 총경들이 아니라 이상민 장관이 국민을 대상으로 일으킨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신 지회장은 “사태가 이대로 진행된다면 경찰청장은 행안부 장관의 허수아비에 불과할 것”이라면서 “경찰 대부분이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며, 현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 대통령이 직접 여론을 반영해 속도 조절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7월 25일 시작돼 사흘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대정부 질문이 열린다. 국회에서 경찰국 신설을 둘러싼 갈등이 뇌관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까지 퍼진 경찰국 공방에서 여야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국정 지지율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이해람 월간중앙 인턴기자 haerami05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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