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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트렌드 역행하는 尹 정부의 ‘과학방역’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 스페인 회사의 코로나19 관련 보험상품 한국인만 판매 금지되는 촌극 벌어져
■ PCR 검사 강화하는 나라는 주요국 중 중국 빼면 한국이 유일, 여행산업 타격


▎해외입국자들이 인천공항 코로나19 검사센터에서 대기 중이다. 확진자가 늘어나자 방역 당국은 PCR 검사를 점점 강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7월 21일, 여행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났다. 발단은 레이몬도라는 이름의 스페인 보험회사의 ‘이상한’ 발표 때문이었다. 이 회사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특이한 보험 상품을 팔고 있었다.

해외여행 중 코로나19에 감염돼 격리되면, 여행자의 스케줄은 망가질 수밖에 없다. 레이몬도는 이로 인한 손실을 커버해준다는 아이디어에 착안해 보험 상품을 만들었다. 보험료가 아주 싼 편은 아니었지만, 외지에서 코로나에 걸려 항공권이나 숙박료, 의료비 추가 부담이 발생해도 메워주는 메리트로 고객을 유혹했다.

그런데 이 회사는 21일 돌연 ‘한국인은 해당 상품에 가입할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보험 상품 자체를 폐기한 것이 아니라 ‘한국인에게만 팔지 않겠다’고 꼭 집어 말한 것이다. 한국보다 확진자 수가 많은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 등의 거주자들은 여전히 이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이런 ‘차별’이 발생한 근본적 이유는 입국 시 PCR 검사 의무 여부에 있다. 미국과 이탈리아는 PCR에 관한 강제적 규정이 없다. 프랑스는 백신 접종만 하면 PCR 검사가 면제된다. 하지만 한국은 백신을 맞았어도 입국할 때 반드시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심지어 7월 25일부터는 ‘3일 이내’ PCR 검사 조건도 ‘1일 이내’로 강화했다. PCR보다 간단하고, 비용도 저렴한 신속항원검사(RAT)가 있지만, 한국 정부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의 검사가 엄격할수록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잡힐 것이고, 보험 회사의 손해배상률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 결과가 ‘한국인 판매 금지’라는 초유의 사태로 발현된 셈이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PCR 검사 강화인가


▎이제 겨우 불씨가 살아난 여행산업은 코로나19 재유행보다 정부 규제가 더 무섭다. 연합뉴스
한국의 코로나19 규제 강화는 글로벌 추세와 배치된다. 변이인 BA.5가 전 세계를 덮치고 있지만, 주요국들은 오히려 PCR 검사를 폐지하는 등, 완화 모드다. 왜냐하면 2년 전과 달리 코로나19의 치명률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집단 면역이 어느 정도 이뤄진 상태이고, 백신과 치료제도 나와 있다. 따라서 입국 전후로 PCR 검사를 요구하는 나라는 주요국 가운데 한국과 중국을 제외하면 전무하다. 중국은 정치적 이유가 작동하고 있고, 거대 인구를 보유한 나라이기 때문에 한 번 퍼지면 코로나19를 잡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반면 한국은 그렇게 해야 할 개연성이 미미함에도 정책을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전임 문재인 정부의 ‘정치방역’과 차별화하는 ‘과학방역’을 외쳤다. 그러나 정작 현실은 ‘보여주기식 방역’으로 흘러가고 있다.

정부 정책이 이렇게 규제 일변도로 흐르면서 한국의 관광 산업은 계속 치명타를 맞을 수밖에 없게 됐다. 해외여행객이 줄면 이제 좀 기지개를 켜려고 했던 여행사 경영은 계속 힘들어질 것이 자명하다. 외국인 여행객도 굳이 절차가 까다로운 한국을 방문할 필연성이 사라진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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