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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드라마 속 인물이었다면?…장애 인권 다룬 [우영우] 

 

이해람 월간중앙 인턴기자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PD·작가와의 기자 간담회 개최
■ 문지원 작가 “우영우, ‘판타지’라는 비판 공감…작품의 한계”


▎유인식 PD(왼쪽)와 문지원 작가(오른쪽)가 7월 26일 열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기자 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 제공 ENA
수많은 사람이 식당, 카페, 술집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를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우영우] 안 보면 지인들과 대화할 수가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하나의 신드롬으로 떠올랐다. [우영우]의 대본을 집필한 문지원 작가가 직접 “커피숍에서 우영우를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는 걸 봤다”는 목격담을 전할 정도다.

[우영우]는 온·오프라인 공간에서의 사회적 논의를 촉발했다, 서울 지역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 A씨는 “학생들이 교실에서 [우영우]를 주제로 내가 드라마 속 인물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우리 학교에 자폐 스펙트럼 친구가 있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면서 “학생들이 직접 장애 인권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 드라마가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유튜버의 우영우 패러디 영상 역시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고민하도록 했다. 한 유튜버는 드라마 주인공 우영우의 행동과 말투를 따라 하는 영상을 제작, 공개했고 이에 유튜브 시청자들은 “자폐인 비하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유튜버는 “비하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온라인에서의 논란은 계속됐다. 이에 유인식 PD는 “(유튜버에게) 비하 의도는 없었겠지만, 드라마 바깥에서 우영우를 따라 하는 것은 본인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며 장애에 대해 조심하게 접근할 것을 당부했다. 이어서 유 PD는 “지혜로운 시청자들이 토론과 공론화를 통해 시대의 기준점을 만들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영우 계기로 자폐인 연기자가 자폐인 연기하는 순간 왔으면”


▎6월 29일 첫 방영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7월 21일 시청률 13.1%를 기록했다. 사진 제공 ENA
[우영우]에 큰 관심이 몰리는 이유는 제작진이 현실 사회상을 드라마에 섬세하게 담아냈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문 작가는 “로펌 ‘한바다’라는 공동체에 낯설고 이질적인 존재가 들어온다면 주변 인물들이 어떻게 반응할까 하는 상상을 했고, 이를 작품에 옮겼다"고 말했다. 우영우를 보면서 ‘어일우(어차피 일등은 우영우)’라며 질투하면서도 ‘봄날의 햇살’처럼 진심으로 배려하는 최수연 변호사, “우영우가 약자라는 것은 착각”이라며 “우영우를 배려하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는 권민우 변호사 모두 현실에 존재할 것이라는 상상력이 캐릭터를 만들어낸 것이다. 문 작가는 “누구처럼 살자, 누구처럼 살지 말자는 의미를 담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 작가는 “독특한 사고방식, 엉뚱함, 정의감, 해박한 지식 등 자폐인의 특성들이 매우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며 전작인 영화 [증인]과 [우영우]의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자 “우영우가 무해하고 귀엽기 때문에 사랑받는 것 아니냐”, “실제로는 존재하기 어려운 판타지다”, “실제 자폐인이나 자폐인 가족들이 상처를 받기도 한다”는 비판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말들이 이어졌다. 이에 문 작가는 “여러 비판에 대해서 공감한다”며 “작품의 한계”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자문 교수가 자폐인의 장점과 매력에 포커스를 맞춘 것을 지지했다”며 “모든 자폐인을 다룰 순 없지만 세상 어딘가 우영우같은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PD는 “현실 가능성 측면보다는 인물을 통해 하려던 이야기가 잘 전달하는 것이 창작자로서 할 수 있는 노력이다”며 “이 드라마를 통해 장차 자폐인 연기자가 자폐인을 연기하고 장애인 연기자가 장애인을 연기할 수 있는 시기가 앞당겨진다면 보람 있겠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 이해람 월간중앙 인턴기자 haerami05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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