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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중간요금제, ‘지출 다이어트’에 도움 될까 

 

이해람 월간중앙 인턴기자
■ 생활비 아끼려 데이터 무제한→10GB로 줄이는 시민들…“다른 선택지 없어”
■ 5G 가입자 1인당 평균 트래픽 27GB, 새 요금제는 24GB…“소비자 우롱“


▎SKT가 7월 29일 기존보다 적은 양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5G 중간요금제’를 발표했다. 이는 오는 8월 5일부터 적용된다. 연합뉴스
대학생 A(24)씨는 최근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갖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 일환으로 A씨는 기존 휴대폰 요금제를 더 저렴한 상품으로 변경했다. SKT 5G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인 ‘5GX 프라임’, 이른바 ‘89 요금제(월 8만9000원)’를 이용하다가 데이터 10GB가 제공되는 ‘슬림(5만5000원)’ 요금제로 변경했다. 월마다 3만4000원씩 아끼는 대신 데이터 사용량을 대폭 줄인 것이다.

변경할 요금제를 선택할 때 A씨는 고심에 빠졌다. A씨는 매월 데이터 20~30GB를 사용하기 때문에 10GB(슬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한 단계 상위 요금제인 ‘5GX 레귤러(6만9000원)’를 선택하기도 어려웠다. 해당 요금제는 110GB를 제공하기 때문에, 많은 데이터와 비용을 낭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10GB와 110GB 사이 ‘중간요금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A씨는 고민 끝에 10GB 요금제를 선택했다. ‘생활비 다이어트’를 위해 ‘데이터 다이어트’를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A씨는 요금제를 변경한 달부터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는 야외 공간에서 데이터 사용을 꼭 종료하기 시작했다. 지하철과 버스 등에서도 공공 와이파이 이용하는 습관을 들였다. A씨는 “10GB에 5만5000원은 턱없이 비싸고 데이터도 부족하다고 생각했지만,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참여연대·윤두현 국회의원, SKT에 ‘생색내기’·‘소비자 우롱’ 맹공


▎SKT 5G 요금제 목록. 붉게 표시된 요금제가 8월 5일부터 새로 추가되는 요금제다. 연합뉴스
그러다 최근 A씨가 기뻐할 만한 소식이 들려왔다. SKT가 오는 8월 5일부터 5G 중간요금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SKT는 지난 7월 11일 ▷‘베이직(월 4만9000원, 데이터 8GB)’ ▷‘베이직플러스(월 5만9000원, 데이터 24GB)’ ▷‘5GX 프라임플러스(월 9만9000원, 데이터 무제한)’ 등 여러 요금제를 추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출시 신고서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제출했고, 과기정통부는 이를 7월 29일 승인했다. 이는 정부가 5월 30일 올 3분기부터 5G 중간요금제 도입을 유도하겠다고 발표한 ‘긴급 민생 안정 10대 프로젝트’에 따른 조치다.

새 요금제가 발표되자 A씨는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과 비슷한 정도의 요금제가 출시돼서 나름 만족하고 있다”며 “4000원 더 내고 24GB 요금제를 이용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5만9000원에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 용량이 24GB에 불과한 건 여전히 불만스럽다. 단순 비교하면 10GB를 늘리는 데 4000원이 더 들지만, 1만원만 더 들이면 86GB(110GB 요금제)를 늘릴 수 있게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5G 가입자 1인당 평균 트래픽(5월 기준)이 27.19GB라는 점을 고려하면, 24GB 요금제(5만9000원)보다 상위 요금제인 110GB(6만9000원) 요금제를 이용하는 이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고액 요금제를 유도하려는 통신사 의도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대목이다.

시민단체와 정치권도 이 같은 통신사의 상술을 비판하고 나섰다. 참여연대는 7월 12일 논평을 통해 “(정부가) 이용자의 평균 데이터 이용량을 고려한 중저가 요금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한 것에 이동통신3사가 화답한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SKT의 5G 중간요금제는 ‘이용자 중심의 5G 중저가 요금제’ 도입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생색내기식 조치”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여전히 소비자들은 24GB에서 100GB 사이의 데이터를 선택할 수 없고, 저가 요금제를 선택할수록 데이터 1GB당 더 높은 단가를 지불해야 하는 차별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윤두현 국민의힘 국회의원도 7월 14일 ‘5G 통신요금제 개편을 통한 소비자 권익증진’ 토론회에서 SKT 중간요금제에 대해 “데이터 평균치 사용자들이 기존 고가 요금 상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며 “소비자를 기만하고 우롱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자리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 대표 직무대행도 “정부에 이동통신사 요금 책정 협의를 하도록 요청하겠다”고 했다. 이에 홍진배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7월 29일 “(5G 중간요금제가) 더욱 세분화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앞으로 지속적인 협의를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SKT와 함께 3대 이통사인 KT와 LGU+도 8월 중 중간요금제를 출시할 계획이다. 정부와 소비자들은 이통3사의 경쟁이 중저가 요금제로 옮겨가 통신비 절감 효과를 키울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KT와 LGU+도 SKT와 유사한 요금제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돼 실효성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 이해람 월간중앙 인턴기자 haerami05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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